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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전령사

by Aphraates 2024. 2. 18.

부대간 명령이나 문서를 전달하는 전령병은 꽃보직이었다.

날고 투박하고 전령 가방 하나 들체메고 나가면 어디든 무사통과였다.

헌병이나 위병도 터치를 안 했다.

위수지역도 구애받지 않았다.

위수지역은 휴가나 외출 외박 시에 정해진 구역안에서만 활동하다가 비상소집이 발령되면 바로 부대로 복귀 가능한 지역을 말하는데 그를 어기면 군법 위반이나 탈영으로 간주되어 처벌을 받는다.

중부전선 임진강 인근을 관할구역으로 두고 있는 무적태풍부대는 행정구역상으로는 파주시이나 동두천과 가까운 외곽인데 위수지역은 연천, 동두천, 파주, 양주까지였다.

만약에 외박을 나온 병사가 부대찌개를 먹으려고 애인을 따라 의정부까지 내려오면 그는 군기 위반으로 발각되거나 잡히면 혼꾸녁이 낫다.

 

어디든 무사통과인 전령병은 군에 갇힌 몸이긴 하지만 비교적 자유로운 행보를 할 수 있어 선망의 대상이었다.

물론 실제 전쟁발발시에는 총알받이 1순위라는 위험성이 있긴 하나 평시는 닐니리 맘보였다.

폐쇄된 단체생활과 엄격한 규율로 묶인 군대에서 밖에 자주 나가 수 있고, 영양은 골고루 맞췄겠지만 때깔부터 안 나고 맛이 덜한 O밥을 건너뛰어 기름이 잘잘 흐르고 맛있는 사제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도 많아 늘 지망 상위 그룹에 속해 있었다.

부대장 관사에 나가 있는 당번병도, 남들은 훈련이나 점호를 받는라고 맨날 뺑뺑이 치는데 보일러실을 지키고 있는 군인인지 노무자인지 모를 정도인 목욕탕병도,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데 자기 먹고 싶은 거 다 먹을 수 있는 취사병도, 소속 부대를 떠나 어디든 나가기만 하면 자유로운 파견병도 꽃보직중의 하나였었다.

 

지금은 아니다.

시대도 달라졌고, 군대도 달라졌다.

작대기 두 개 일등병이 별 네 개 부대장 관시 비밀을 폭로하며 싫다 한다.

내가 왜 그런 지저분한 목욕탕병이나 취사병을 하느냐면서 이러려고 군대온 것이 아니라고 반발한단다.

같은 맥락으로 내가 왜 매연과 싸워가며 장거리를 다니며 전령 노릇을 하느냐며 간편하고 효율적인 sns를 통해 전달하자는 식으로 변했단다.

 

전령사 이야기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특수부대원으로 죽을 고생을 그 때 그 시절을 되돌아봤다.

가방하나 덜렁 메고 이 부대 저 부데 다니는 것이 업무이자 하루 일과인 전령병이 많이 부러웠었다.

 

봄꽃 소식이다.

봄의 전령사가 온단다.

그는 단연코 꽃이다.

봄기운이 돌면서 또는 봄기운이 들기 전에 먼저 꽃이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그 꽃에는 야생화(바람과 맞선 꽃), 개나리, 진달래, 벚꽃, 매화(고상한 아름다움), 동백꽃(영원한 사랑), 수선화(순수함과 희망), 라일라, 목련화......, 무수한 꽃들이 있단다.

그런데 기사를 보니 고결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는 복수초가 먼저란다.

보기는커녕 처음 들어보는 꽃으로 사진을 봐도 일면식이 없는 것 같다.

꽃을 사랑하는 맘이 무딘 것인지 아니면, 계절에 대한 무관심인지 모르지만 조금 부끄럽다.

 

꽃보다 먼저 온 봄이란다.

또 꽃 전령보다 먼저 새() 전령이란다.

잎사귀나 꽃이 나오기 전에 새가 먼저 날아와 봄을 알린단다.

뭣이 먼저인지는 자세히 살펴봐야 알겠지만 기후변화와 일기불량으로 뒤죽박죽되는 경향이 있는 듯한데 누가 먼저든 세상 무너지는 것처럼 걱정하지말고 그래, 네가 먼저다. 우리 잘 해보자하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기우가 아닐지라도 걱정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닌데 다정스럽게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탓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이럴 때는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고 찬물 먹고 속 차리는 게 상책이다.

자기 분수를 알고 자기 일에 충실한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 자기절제)이 필요한 것이다.

 

 

 

 

 

꽃말처럼 순수하고 희망적이든 수선화를 좋아하시던 그러나, 요절 비슷하게 먼저 멀리 가신 정() 작가님이 생각난다.

 

 

수선화 - 소프라노 김순영 (Soon young Kim) | 김동진 곡,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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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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