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동 연구원(硏究院)의 연구원(硏究員) 시절이다.
초급 간부와 직원을 상대로 컴퓨터 이용 능력 시험을 치른 적이 있다.
전국적으로 시행된 일종의 사내 자격시험이었다.
1980년대는 대형 컴퓨터 위주였다.
1990년대 들어서는 개인 컴퓨터(PC) 시대가 열렸다.
업무가 대부분 PC를 통해 이루어졌다.
컴퓨터 사용은 필수였다.
조직원 특히, 화이트 칼러들에게는 더 그랬다.
그런데 의외로 PC를 못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능력 부족이었다.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부담 때문에 외면하는 예도 있었다.
어깃장을 부리는 일도 있었다.
할 수 있는충분한 역량이 되는데도 피했다.
컴퓨터를 할 줄 알면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에 싫어한 것이다.
타자를 못 치면 아예 일을 안 시키는데 칠 줄 알면 일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퇴근을 못 한다고 불평불만이던 그릇된 일부 여직원들을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공직자의 사명감과 조직원의 소명감을 강조하던 시대에 역행하는 무사안일한 태도였다.
하지만 나중에는 다 하게 됐다.
잔머리 굴리다가 된통 당했다.
거의 모든 업무가 컴퓨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컴맹들은 고문관이 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바로 신분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불이익으로 돌아왔다.
뺀들거리던 사람들도 PC를 안 배울 수가 없었다.
다들 하는데 자기만 버르적거리는 것이 창피하기도 했을 것이다.
창피하면 늦었을지라도 배우면 다행인데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컴맹으로 남아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도 있었다.
시대 흐름에 부응할 것은 해야 한다.
배울 것은 배우고, 알 것은 알고, 따를 것은 따르고, 할 것은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본인도 피곤하고, 주변도 짜증 난다.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능수능란한 것은 아닐지라도 돋보기를 쓰고 떠듬적거리면서 기본적인 것은 해야지 못하면 화성에서 왔나 금상에서 왔나 하는 소리를 듣는다.
소리만 들으면 괜찮다.
그게 바로 이해당사자로서의 이해관계로 나타나기 때문에 모르면 모를수록, 못하면 못 할수록 손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럼 미당 선생은 어느 수준일까.
OB로서 일하면서 판단해 볼 때 일정 수준은 된다.
남녀노소를 전체를 놓고 비교할 때 중상 이상은 된다고 생각한다.
같은 연령대를 포함하여 노년 그룹 차원에서 보면 상위 클래스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전문 분야와 정보통신 발달 속도를 감안할 때 더 진보해야 하겠지만 현상 유지만 해도 남들한테 눈칫밥은 안 먹는고 자신할 수 있다.
60대 여자와 70대 남자가 나도 할 수 있다며 홀연히 일어섰다.
폰맹으로서의 서러움을 토로하며 배워야겠다고 나섰다는 기사가 재밌다.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닌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웃으면서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 응원을 해주고 싶다.
몰라서 좀 불편하더라도 옛날 하던 대로 해도 생활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 나이면 남은 가야 길이 많이 남았다.
배우고 익혀서 써야지 안 그러면 갈수록 까막눈이 된다.
애국지사의 구국 결단처럼 과감하게 결정하고 행동에 들어간 62세의 박(朴) 여성에게 누가 집에 가서 밥이나 하라는 김 여사 소리를 할 것이며, 누가 나도 할 수 있다며 비분강개하며 일어선 70살의 한(韓) 남성에게 젊은 사람들이나 하게 내버려 두고 뒷방으로 물러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완벽하게 컴맹, 넷맹, 폰맹, IT맹은 면하지 못할지라도 그 언저리에서 서성이는 것만으로도 시대를 호흡하는 현대인으로서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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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