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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만보기

by Aphraates 2024. 3. 4.

만보기.

하루에 만보는 채워야 한다며 차고 다니거나 스마트폰 웹으로 깔아놓은 만보기(萬步器)가 아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 지역 풍경, 풍물, 별미, 특산품, 명사를 소개하는 팔뚝 굵은 탈렌트겸 리포터인 K6시 내 고향의 오만보기 이()가 아니다.

하나 입에 넣으면 하루 종일 우물거려도 남아있는 눈깔사탕이 있고, 알록달록한 공이 있어 거기에 가자고 엄마를 보채던 추억의 만복상회도 아니다.

정보기관장으로 분쟁 지역에 선글라스를 낀 현지 파견 정보원을 대동하고 인질구출 작전을 진두지휘하여 얼굴이 없어야 할 스파이가 왜 저러느냐고 비난을 샀던 좀 괴이했던 행보를 하던 그 김만복 전 원장도 아니다.

 

뒤에 설명하는 외국인 김만복 씨다.

다정하게 만복, 만복이, 만뵉이, 만보기라고 불러도 다정함이 느껴지는 그 만복 씨다.

고등학교 불공장 동문 부부모임인문화동 사람들에서 2000년대 말 싱가포르-말레시아-인도네시아 일정으로 여행 갔을 때 들렸던 작은 발리 섬이라고 하는 인도네시아 바탐 섬 현지 여행가이드다.

 

<'일단 한국어 공부부터'한국 가사관리사 취업 꿈꾸는 필리핀 사람들> 이라는 기사를 보니 언뜻 김만복씨가 생각난다.

만복이 이야기를 하자니 격동고 고난의 세월을 묵묵히 살아온 여러 얼굴들이 오버랩 된다.

브라질로 이민 갔다 돌아온 브라질 김()과 중동 열사 나라에 가서 몇 년간 땀 흘려 일하고 번 돈으로 식당을 차렸다는 학박위 최()가 생각난다.

브라질 김은 지금도 교류하면서 잘 살고 있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학바위 최는 소식조차 모른다.

한국은 우리 조상님들의 고국이자 우리의 고국이라며 눈물 흘리는 중앙아시아 우즈베크의 강제 이주민 3세 박() 노인과 은근한 차별과 무시에 슬플 때가 있지만 그래도 내강 일한만큼 받고 살 수 있는 여기가 좋다며 태평양 건너 고국에 눈을 흘기는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 오() 노파가 생각난다.

허구한 날 캥거루족으로 무위도식하며 뒹글거리면서도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모르고 잘 지내는 방콕의 방()과 잠시라도 엉덩이 붙일 새 없이 움직여야 직성이 풀려 늘 밖을 바라보는 창박의 창()도 생각난다.

 

바탐의 김만복 씨한테 미안하다.

인도네시안 으로 한국인을 많이 상대하는 가이드로서 한국명을 그렇게 정해서 쓴다고 했다.

아마 다른 나라 사람들이 여행 오면 그 나라 이름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배에서 하선하지 좀 뚱뚱하고 까무잡잡한 남자가 문화동 사람들 환영이라는 팻말을 들고 서 있어 다가갔더니 단번에 알아보고는 현지 가이드 김만복입니다라고 하여 다함께 박수를 쳤었다.

 

그 섬에서 12(?)간 머물렀다.

섬여행을 끝내고 작별하는데 인간적이든 김만복 씨가 못내 아쉬웠다.

시계와 파우치를 비롯한 몇몇 개인 용품을 선물로 전해주면서 만복 씨는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한국으로 가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대답에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나라에서 볼 때는 산업인력으로 한국에 들어와봤자 3D 업종으로 분류되어 한국 청춘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열악한 현장에서 온갖 서러움을 겪으면서 불철주야 일해도 이백 여만의 급여를 받는다는데 그게 꿈이라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그들의 절박함을 알 수가 있었다.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그런 소박한 바람이라면 얼마든지 그래, 좋다. 내가 불러줄게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하는데 그러냐면 서 심각한 표정만 져야 하는 우리 일행이 해 줄 것이 없었다.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3세대 이상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드림이라고 할 것 까지는 아니지만 초근목피의 처절함을 벗어나기 위하여 자발적 또는 강제적으로 현해탄을 건넜던 일본 살이도 3세대 이상을 넘겼을 것이다.

중동 드림(Dream of the Desert)1세대로 쌈박하게 끝났는데 또 다시 바람이 불 여지는 많이 남아 있어 보인다.

코리안 드림(Korean Dream)은 시작된 지 얼마 안 됐다.

아직 1세대도 아니다.

그 꿈은 꿈으로만 끝나지 않고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한다.

김만복 씨가 희망하는 데 실망하지 않도록 건전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죽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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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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