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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숙연 肅然

by Aphraates 2024. 3. 11.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합시다.

서민들이, 중산층들이, 샐러리맨들이 부담 없이 하는 말이다.

고단한 인생살이를 뒤돌아보고 그를 받아 들여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하고자 하는 아름다우면서 눈물겨운 모습이다.

태평성대의 일상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하나 이제는 그도 부담스러워 함부로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조심해야지 자칫 벗어나면 살림살이 거덜 나게 생겼다.

 

지난주다.

팡팡 돌아가는 일과를 끝내고 여섯이서 가벼운 식사를 했다.

돈을 따지고 누가 낼 것인지 고민할 것은 아니었다.

가성비만 웬만하면 어디를 가도 괜찮을 관계였다.

특별히 당기는 것도 없고 해서 어디 가서 삽겹살에 소주 한 잔 하면서 저녁을 먹자고 하였더니 Y 식당이 좋겠다고 했다.

예약을 하고 가보니 만원사례였다.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역시 되는 집은 되는 그림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다시 한 번 놀랐다.

어딘가 하고 두리번거리니 종업원 자리가 없다고 안내를 단칼에 거절했다.

말 한 마디 하고는 돌아서더니 뭐가 좀 미심쩍은지 혹시 예약하셨냐고 물었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여섯 명 예약을 했을 것 같다고 하였더니 그럼 들어오시라면서 방을 안내해주었다.

예약 안 했으면 들어가지도 못할 뻔 했다.

조촐하지만 푸짐하게, 어색하지만 화기애애하게, 피곤하지만 즐겁게 주거니 받거니 하고는 후식으로 라면을 먹고 나왔다.

 

거기까지는 닐니리 맘보였다.

이튿날 식사비가 얼마 나왔다고 영수증을 보여주는데 당황스러웠다.

상당한 금액이었다.

전같으면 그런 집은 뒤집어써도 1인당 3만 원 정도면 충분했는데 거의 그 배 정도가 나왔다.

곱빼기에 더블이었다.

바가지를 쓴 것이라면 붉으락푸르락이라도 했을 텐데 정상 가격이 그런 것이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소비 신조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오르면 안 사고, 비싸면 안 먹으면 된다.

정 해야 할 것이라면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먹는 식으로 급수를 낮추면 된다.

 

그런데 지금 이대로라면 그도 어려울 것 같다.

의식주의 기초적인 것까지 그렇게 쥐어짜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걱정이다.

한번 오른 것이 내려오긴 쉽지 않을 것이다.

살림살이가 그를 추종하여 커지면 모르지만 다른 것은 정체상태인데 물가가 그렇게 오르면 팍팍한 삶이 궁핍해지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연(斷煙), 단오(斷娛), 단풍(斷風)은 벌써 오래되었으니 소주 한 컵에 소금 두 알이면 된다고 허세부릴 것이 아니다.

몸에도 안 좋은 거 이 참에 팍 끊으라는 단주(斷酒) 권유를 선뜻 받아들일 수도 없고 진퇴양난이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물가가 잡힐 때까지라도 덜 써가면서 몸조심하자고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잘 될 거 같지도 않아 고민이다.

 

숙연이란 단어가 눈에 띤다.

물가는 망동(妄動)이고 월급은 숙연(肅然)이라는 기사가 맘에 와 닿는다.

월급이 숙연할 것이 아니라 다른 게 숙연했으면 한다.

선거철에는 선심성 공약(公約)과 터무니없는 공약(空約)이 난무하고, 없다던 돈이 풀리며 오르던 고삐 풀린 물가가 오르는 것이 통상적인데 부익부빈익빈에 우리도 좀 먹고 살게 해달라고 하는 아우성은 어찌할 것인지 우리 모두 함께 생각해봐야 문제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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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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