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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이러고 싶을 때가 없는 것은 아니나

by Aphraates 2024. 3. 11.

새벽에 남원 내려올 때다.

차를 가지러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다.

1932 앞 통로에 승용차와 승합차가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전날 밤에 지상으로 이동 주차해 놓는다는 것을 깜빡한 것에 대한 징벌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급한 것은 나다.

맨 끄트머리부터 차를 한 대씩 밀기 시작했다.

소형차는 별로 어렵지 않은데 대형차는 어려웠다.

혼자 끙끙거리며 간신히 한 대씩 밀어내는데 중간의 고급 대형 승용차 한 대가 안 움직였다.

브레이크가 걸려 있는 것이었다.

대번에 이런 개념 없는 O(X)이 있나 하는 욕이 나왔다.

내가 착각했나 하고 다시 밀어봤지만 그대로였다.

다시 이런 고꾸라져 뭐 할 O(X)이란 욕이 나왔다.

그래봤자 소용없었다.

발로 차고 싶지만 차봐야 내 발만 아플 것이고, 나중에 블랙박스를 통해 그를 알면 오히려 역공당할 수도 있다.

새벽 한밤중이라 그 O(X)은 쿨쿨일 것이다.

주차장에서 씩씩거려 봐야 들릴 리 없으니 찬물 마시고 속을 차려야 했다.

다행스럽게 반대편부터 밀어내 빠져나오긴 했지만 새벽부터 힘쓰고 성질이 나 인내심 다스리느라고 욕봤다.

 

, 어디 엿 먹어봐라.

차를 못으로 팍 긁어 놓겠다.

이러고 싶을 때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실행에 옮겨 같은 하등 인간이 될 수는 없다.

 

개념이 없다.

공중도덕과 질서 의식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고, 인간성이 틀려먹었다.

많이 배워 똘똘하고, 조상 잘 만나 돈이 많으며 그에 걸맞게 살아야 하는데 저만 알고 남들 생각은 조금도 안 하는 파렴치한 O(X)이다.

 

지난주에 봤던 <"개념 있으면 주차 똑바로".. 차량 앞 유리 붙은 경고문, 어땠길래?> 라는 기사가 생각났다.

미사 예물 봉헌하려고 부부가 때 빼고 광냈는데 지하 주차장 입구에 떡 하는 세워놓은 대형 외제 고급 차 때문에 스타일 구겼다며 요즈음도 가끔 그런 몰상식한 족속들이 있다는 불평을 한 향촌의 우리 오딜로-안나 부부의 상한 기분도 그대로 이어받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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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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