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사진

상가승무노곡 喪歌僧舞老哭

by Aphraates 2024. 4. 13.

喪歌僧舞老哭 (상가승무노곡)  , 나무위키

 

세종(世宗)에 대한 평복(平服) 미행(微行)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제목은 “ 喪歌僧舞老哭 (상가승무노곡)  ”이다.

 

평복(平服)으로 변장(變裝)한 세종(世宗)이 밤에 마포나루의 가난한 동네를 찾았다.

한 집 앞을 지나는데 집안에서 노랫소리가 들려 나왔다.

그런데 노래와 함께 곡(哭)소리가 들렸다.

세종이 괴이하게 생각하여 집 안을 들여다보았다.

방안에는 머리를 깎은 여승(女僧)이 춤을 추고 있었다.

상복(喪服)을 입은 젊은 남자가 노래하고 있었다.

노인 한사람은 울고 있었다.

세종은 의아한 마음에 주인을 불러 말을 걸었다.

“어떤 사연이 있기에

노인은 우시고,

여승은 춤을 추고,

남자는 노래를 합니까.”

방 안 사람들은 말을 아꼈다.

“손님은 아실 일이 아닙니다. 약주나 한 잔 들고 가세요.”

호기심 많은 세종이 그냥 돌아갈 리가 없다.

간곡하게 사연을 물었다.

노인이 마지못해 입을 뗐다.

“작년 오늘에 아내가 죽었습니다.

오늘은 내 생일이구요.

집안이 가난해 제사상을 차릴 형편이 못됩니다.

며느리가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 제사상을 차렸습니다.

시아버지인 나를 위로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깎은 며느리가 춤을 추고,

상복을 입은 아들이 노래를 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효도를 받은 나는 마음이 아프고 기뻐서 눈물을 흘린 겁니다”

사연을 들은 세종은 마음이 착잡했다.

세종은 돈을 얼마를 건네며 말했다.

“우선 이돈으로 양식을 마련하세요.

그리고 소문에 나라에서 별시 과거를 치른다고 합니다.

아드님이 삼년상을 끝나면 응시하면 그 효성을 하늘이 돕지 않을까요.”

얼마 후 과거별시 공고가 났다.

삼년상을 마친 아들도 응시했다.

과거장에는 시험제목으로 “ 喪歌僧舞老哭 (상가승무노곡)  ” 시제가 붙었다.

“어느 상가(喪家)에 여승이 춤을 추고 노인이 곡을 한다”

응시생들에게는 전혀 이해가 안 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아들은 거침없이 붓을 휘갈겼고, 장원으로 급제했다.

장원급제한 아들은 임금에게 사은숙배(謝恩肅拜)를 했다.

세종이 말했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음으로 나라에 충성하고, 백성을 잘 보살펴라.”

 

국민을 사랑하는 국정책임자의 마음과 효도(孝道)가 삶의 한 부분인 사회상이

맞물린 설화(說話)다.

이 이야기가 가슴을 아리게 하는 부분은 머리카락을 자른 며느리다.

넉넉지 못한 살림이다.

며느리는 자신의 고운 머리를 잘라 판돈으로 제사상을 차렸다.

그리고 시아버지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여승과 같은 모습으로 춤을 췄다.

머리카락은 애달픈 효도이다.

가족애가 담긴 우리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럼 대안도......,  (0) 2024.04.18
삼천포  (0) 2024.04.13
미당도 만만찮지만  (0) 2024.04.12
여수 낮바다  (0) 2024.04.10
떠납니다  (0) 2024.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