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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옆집 어른

by Aphraates 2025. 3. 22.

사촌이면 무척 가까운 혈족이다.

아버지로 할 보면 아버지의 아버지가 한 아버지이시고, 자식으로 보면 할아버지가 한 할아버지다.

자식을 적게는 대여섯에 많게는 열 이상으로 낳았던 옛날에는 그 많은 가족이 작은 집에서 북적거리며 함께 살았던 식구일 정도로 가깝다.

지금은 삼촌과 고모, 외삼촌과 이모가 없는 외둥이의 초미니 핵가족으로 분화하여 사촌이란 말이 생소하게 들리는 데다가 오로지 나인 외로운 세상이 되었지만 부모·형제로 이어지는 천륜(天倫)과 인륜(人倫)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실질적인 사촌이 그렇다면 가상적인 이웃사촌이라도 많았으면 좋으련만 그 역시도 세월 따라 각박하게 되어가고 있어 유아독존(唯我獨尊)에 길들어야 할 정도로 고약한 세상으로 가고 있다.

 

 

세상이 그리 흘러가도 사람 사는 세상이다.

이웃사촌은 이웃사촌이다.

눈만 뜨면 마주치고 일거수일투족을 서로 꿰고 있는 이웃사촌은 겪어보던 안 겪어보던 피를 나눈 혈족보다 나은 이웃사촌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써야 할 때는 어떨지 모르지만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필부필부에게 있어서 이웃사촌은 아주 소중한 존재다.

멀리 떨어져 집안의 애경사 때나 몇 년 만에 얼굴 한 번 보고 바로 헤어지는 실제 사촌보다 더 가까운 나인 이웃사촌이다.

 

아버지와 엄니, 우리의 여섯 남매 그리고, 뒤로 이어지는 3대 아이들까지 이웃사촌으로 함께 해오신 미당 벌터 본가 옆집 자당 어른께서 소천하셨다.

바깥어른께서 지병으로 일찍 먼저 가시고 다섯 남매를 키우시느라 모진 고생을 다 하셨고, 안 해 본 일이 없으실 정도로 억척스럽게 일하면서 사시다가 나중에는 몸이 불편하여 요양원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시다 돌아가셨다.

한번 찾아뵌다는 것이 말만 하다가 끝나 죄송하고 아쉽다.

그런 안타까움을 평안케 해주시라는 기도와 묵념으로 대신한다.

그리고 이웃사촌 이상으로 의지하며 함께 하시다가 먼저 가신 부모님과 형수님께 여기 옆집 분이 가시니 잘 인도하시어 함께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라고 청하면서 그렇게 이루어주시라고 다시 기도드린다.

 

구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갓난 엄니를 서울 상도동 작은 집으로 모셨다.

집 떠나면 끝인 줄 아시는 집밖에 모르는 엄니이셨지만 팔순의 고령에 시골 본가에 혼자 계실 수는 없어서 불가피하게 서울로 모신 것이었다.

그때 차에 오르시기 전에 집을 돌아보고 또 뒤돌아보시던 그리고, 사셔서 편안히 계시라며 눈물짓는 옆집 분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무표정하던 갓난 엄니 모습이 떠오른다.

또 서울의 큰 형수님과 작은 형수님과 함께 대전 우리 집에 오셨을 때 마침 딸 집에 와 계시던 옆집 분을 모시고 왔을 때 현관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우시던 모습도 생각난다.

 

있었던 그대로다.

있는 그대로다.

더 덧붙일 말이 없다.

다시 한번 자비를 베풀어주시라고 당신께 청하면서 먼 길 잘 가시라고 망자께 인사드린다.

모신 곳은 대천 시장통 집에서 대천 해수욕장 가는 길에 있는 곳이다.

형님, 동생, 조카들에게도 알리고 오늘 발전소 토요일 작업이 끝나면 데보라와 함께 뵈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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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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