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이 괴로우면 다 필요 없다.
제아무리 좋아도 무용지물이고 화중지병이다.
부귀영화, 금은보화, 산해진미, 절세미인, 천하절경, 절대묘수......, 다 필요 없으니 제발 건강하게만 해달라고 애원한다.
그런데 그 건강의 소중함을 잘 알지 못하고, 알게 될 때는 이미 늦은지라 내가 왜 그렇게 멍청하게 살았는가 하고 만시지탄으로 후회막급일 것이다.

몸이 천근만근이다.
녹작지근하고 만사가 귀찮다.
을씨년스럽고 기침도 호되게 나 배와 머리가 심하게 아프다.
밥을 먹으면 모래알 씹는 거 같고, 물을 다시면 별다른 감이 없다.
며칠 상간으로 강행군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그리 심각한 정도는 아니어서 전처럼 그러다 말겠지 하고 무시하지만 자신이 없다.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졸도하거나 요절하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겁도 났다.
그러나 그런 것에 굴복할 순 없다.
병원과 약국은 생략하고 자가요법에 들어갔다.
몸이 안 좋다고 이불 들써 쓰고 있고 싶진 않았다.
안 당겨 먹기 싫어도 약 먹는 셈 치고 억지로 어느 정도 먹었다.
인터넷 검색과 피시 작업을 평소처럼 했다.
그 정도로 하를 마감하고 뜨거운 물로 샤워하여 몸을 지졌다.
이럴 때 욕조가 있었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몸이 어느 정도 달궈지니 좀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얼른 나와 두꺼운 이불을 덮고 누워 머리만 내놓은 채로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그러고 나니 한결 나아졌다.
좋아졌다는 것이 얼굴에 나타나는지 수발하던 데보라도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날마다 청춘이 아니라는 말을 실감하는 우리라며 웃었다.
새벽녘에 심하게 나오던 기침도 거의 없었다.
완전히 원상회복된 것은 아니나 활동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집에서 나올 때부터 착용한 마스크가 믿음직스러워 발전소 정문에서 신원확인 할 때만 잠시 벗었다가 사무실에서도 벗질 않았다.
신상이 괴로우면 문을 자물쇠로 꼭 잠가놓은 것처럼 아무 생각이 없다.
안 좋은 것만 나타난다.
딴짓도 못 한다.
신상이 편해야 엉뚱한 길로 가기도 하고 그래서는 안 되는 것에 눈길이 가서 스타일이 구기게 된다.
신상도 편하고 엉뚱한 짓도 안 하면 좋으련만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게 사람인지라 그게 쉽지가 않다.
배부르고 등 따스하면 샛길을 찾고 샛밥을 먹고 싶어 하는 것은 완벽할 수 없는 우리들의 본성이자 맹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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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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