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무4비4질이라든가, 착한 악마라든가 악어 눈물이란 소리는 들어봤다.
하지만 성실하게 망해간다는 소리는 처음이다.
참으로 잔혹하고, 당혹스럽다.


성실하게 망해버린 청년들... "이제 빚 못 갚는 시대 온다"
[박소희, 권우성, 최주혜 기자]
| ▲ “트럼프도 네 번 파산했는데... 한국 청년들은 절망만” <청년 파산> 저자 박기태 변호사가 말하는 진짜 2030세대의 문제 (기획 : 박소희 기자, 영상 : 권우성 기자, 편집 : 최주혜 PD) ⓒ 오마이뉴스 |
'청년'이 또 화두다. 6·3 지방선거 이후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2030세대의 표심을 분석하며 '청년 문제가 중요하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익숙한 풍경이다. 그리고 '무엇이 달라질까?' 되묻게 되는 모습들이다. 주거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좌절해왔지만 국민의힘은 반공주의나 부정선거 음모론 같은 그릇된 신념에만 몰두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각자 편한 방식으로 청년을 호출할 뿐이다.
박기태 변호사는 이 방식이면,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그는 선거 당일 페이스북에 "2024년 기준, 30대 이하 청년층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21.1%, 연봉의 2.2배이고 같은 기간 39세 이하 가구의 평균 자산은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40대 이상 모든 세대에서 자산이 증가한 것과 대조적으로, 청년 세대만 홀로 퇴행하고 있다"며 "청년들에게 성공의 희망을 주지 않는다면, 국가의 부를 이전하는 문제가 논의되지 않는다면 세대 간 갈등은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희망은 어떻게 줄 수 있을까? 박 변호사는 우선 '절망부터 덜어주자'고 얘기한다. 그는 최근 발간한 저서 <청년 파산>에서 무엇보다 2030세대의 '실패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시 서초구 사무실에서 이뤄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는 AI(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더욱 '불확실한 미래'가 다가오는 만큼 국가가 '밀려난 사람'들을 지켜줄 준비를 해야 한다며 "그 시작은 빚을 없애 주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공장과 은행 창구, 식당의 키오스크를 넘어 자율주행차와 AI 법률 서비스까지, 인간의 일자리는 빠르게 사라지고 소득은 불안정해졌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아무리 성실해도, '노동 소득'만으로는 평생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 상황, 즉 '상환 불능의 일반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때 국가는 선택해야 한다. 빚을 갚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을 신용불량자로 방치해 사회를 붕괴시킬 것인가, 아니면 '기본 채무 탕감'을 도입해 구성원의 경제적 삶을 주기적으로 리셋해줄 것인가. 자본주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 <청년 파산>, 307~308쪽
영끌, 빚투, 사치... "다 하나로 엮이더라"
| ▲ 박기태 변호사. |
| ⓒ 권우성 |
"저는 상담을 많이 하는데, 좀 극단적인 일들이 늘어났다. 일하지 않는 청년들 얘기가 많이 나왔고, 반대로 청년들이 너무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는 얘기에, 사치 문제도. 저한테 와서 상담했던 사람들의 태반은 다 연관되어 있었다. 청년 한 명 한 명의 문제는 다양하지만 하나로 엮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 서울회생법원 통계를 보면, 개인회생 사건 중 2030세대의 비율은 4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건수 자체는 2022년 6913건, 2023년 9171건, 2024년 9339건, 2025년 8974건으로 증가해 왔고.
"회생의 경우 2030세대가 50% 가까이 된 지는 좀 됐다. 오히려 비율로는 살짝 줄어드는 추세인데, 그건 다른 연령대 회생 신청자가 많이 늘어나서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원래 청년은 (법원에서) 파산을 잘 안 해준다. 회생은 앞으로 일을 해서 (채무의) 일부라도 갚으라는 것이고, 파산은 앞으로 일하는 것과 상관없이 그냥 지금 털어버린다는 개념인데 법원은 청년의 경우 '일해서 나중에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청년 파산 건수도 계속 늘고 있다. 이유는 일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정되거나, 빚이 너무 크거나 두 가지일 텐데, 이 두 가지 경우의 수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 청년들이 일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가 없다는 뜻이고, 큰 빚을 지는 것도 그 자체로 문제다.
"전자(일을 못하는 청년)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특히 정신적인 문제들, 예를 들어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추행 피해자가 정상적인 직장 생활을 못하는 경우가 인정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또 습관성 사치가 심하거나 약물 중독, 게임 중독 등으로 인해서 정상적으로 일을 못하는 경우 등 파산이 나오는 사례들이 요즘 증가하고 있다."
- 어찌 보면 사회적으로 '나쁜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셈인데.
"공격적인 투자, 일을 안 하고 쉬는 것, 사치스러운 소비, 사기 당하는 것 다 다른 원인 같지만 하나로 엮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근본(바탕)에는 절망이 있다. 저는 결혼한 지 약 10년 됐고, 일반 급여생활자보다 돈을 많이 버는 편인데도 2016년 제 친구가 아파트를 샀다면 그 아파트값이 오른 폭과 제가 잘 벌어서 열심히 저축한 금액이 아예 상대도 안된다. 이런 상실감을 (사람들이) 되게 많이 느꼈는데, 청년들한테는 그냥 상실감의 문제가 아니라 절망이 되어버린 거다.
양질의 직업을 갖는 것 자체가 어렵고, 양질의 직업을 가지더라도 많이 벌면 (월) 400만 원 정도인데 정말 많이 저축하면 100만 원이고, 1년 모으면 1200만 원, 10년 모아도 1억 2000만 원인데 아파트나 모든 자산, 주식이 오르는 속도를 못 따라간다. '열심히 벌어봐야 저축하는 게 의미 없다. 그냥 쓰자.' 그래서 사치성 소비를 하거나 '어차피 부자 되는 게 불가능하다. 정상적인 투자를 해서 가난하게 사느니 공격적인 투자를 해서 대박 나면 성공이다'라고 생각한다. '빚투(빚내서 투자)'가 그런 거다. 엄청나게 큰 대출 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로 모든 돈을 자산에 넣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 ▲ 청년 고용률이 금융위기 이후 최장 하락을 기록한 가운데 13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학생이 취업 관련 영어 단어가 적힌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고용률은 1.6%p 하락한 43.7%를 기록하며 2024년 5월부터 24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2005년 9월부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1월까지 51개월 연속 떨어진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다. 2026.5.13 |
| ⓒ 연합뉴스 |
"정말 많이 체감한다. 통계도 통계지만, 제가 (법률상담) 인터뷰를 해보면, 그 내용들이 너무 달라지고 있다. '어차피 희망이 없다. 회생해서 뭐해요.' 회생 상담을 와서 이렇게 말한다. '빚 없애봐야 월 150만 원으로 어떻게 생활합니까? 신용카드 없으면 어떻게 삽니까?'부터 '어차피 빚 없어져봐야 그 뒤의 삶이 큰 의미가 없다'는 친구들이 많이 보인다. 회생·파산 제도를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하게 쓰려는 비율보다 삶에 대한 의지 없이, 그냥 '잘 될 리 없다'는 깊은 무력감과 절망감을 보이는 사람의 비율이 매우 높다."
- '개인의 무모함'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는 얘기인가.
"개인의 무모함 같은 것들도 다 연관 있다. 절망은 기본적으로 깔려 있고, 그걸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사실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왜 잘못된 선택을 할까? 어쨌든 그런 생각을 한다더라. '서울 또는 수도권에 주택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는데 (지금의) 2030세대는 돈과 연결되지 않은 일로 기쁨을 찾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인 데다가 자아실현할 일자리 자체가 굉장히 적다. 일단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뭐라도 해야 한다는 것에 굉장히 익숙한 세대다. 예전 같으면 은퇴했을 보통 사람들이 60대, 70대까지 일하지 않나. 2030세대의 (일)자리가 되게 적다. 청년들이 성공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사회는 맞다."
- 그렇다면 '성실하게 망해버린 사람들'이라는 책 부제로 오늘날 2030세대를 규정하는가.
"가령 학자금 대출만 해도, 저는 제도 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양질의 직장을 가지기 위해선 대학을 무조건 나와야 하고 직업을 구하기 위한 준비기간이 1~3년이어야 하는데, 남자는 30살, 여자는 28살 정도는 되어야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서 50대 초중반까지 일한다. 이때 대학 등록금과 취업 준비 교육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부모가 이 부분을 키워주는 사례도 있지만 그런 능력과 재력이 없는 부모들이 훨씬 많다. 취업을 해도 20년 동안 자녀를 위한 비용이 들고, 노후 자금도 모아야 하고, 돈 자체가 너무 많이 든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 하지만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방식이 꼭 '빚 탕감'일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혁신기업을 만드는 역할은 청년만이 할 수 있다 내지는 청년이 제일 잘 할 수 있다는 게 (이미 역사적으로) 검증됐다. 그러면 청년이 창업하고 도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굉장히 어렵다. 남의 돈을 빌려야 뭔가를 하는데,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 이런 데서 보증 안 받으면 은행이 절대 대출 안 해준다. 도전하고 실패했을 때 그 빚을 본인이 부담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없다면, 안 그래도 인생이 불안한 청년이 무모한 도전을 할 이유가 없지 않나.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더 파산이 왕성하다. 그 잔혹한 자본주의 국가가 파산이 쉽고, 개인적인 불이익이 거의 없다시피해서 트럼프도 네 번이나 파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빚을 진 사람들은, 탕감을 안 해주면 일을 열심히 할 유인이 없다.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사람들은 크게 네 가지 선택을 했다. 첫 번째, 몸 바쳐서 열심히 일했다. 두배 세배 일했다. 이건 지속가능하지 않다. 두 번째,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세 번째, 범죄에 빠져들었다. 통계를 보면 2000년대 초반 범죄율이 높고 생활범죄, 경제범죄가 많은 데다가 연쇄 살인 등도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일어났다. 정말 아무 상관 없는 문제일까? 네 번째, 노숙인이 된다. 잘 사는 나라의 노숙인은 굶어 죽지 않는다. 일 하나, 안 하나 동일하니까 당연히 일할 동기가 없다."
| ▲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17 |
| ⓒ 연합뉴스 |
"두 가지를 생각해봐야 하는데, 먼저 기업과 은행이 돈 버는 것은 다르다. 은행이 특히 이자 수입을 많이 거뒀다는 말은 신용점수 낮은 사람 이자율 높이고 반대의 경우는 이자율을 낮추는 리스크 프리미엄 계산을 빡빡하게 했다는 얘기다. 즉 부당하게 이자를 많이 받았다고 해석될 부분이 있으니, 은행이 거둔 이윤은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 또 저신용자 내지 저소득층에게 금융을 공급하는 과정과 빚진 사람들의 신용을 회복시켜주거나 빚을 줄여주거나 하는 제도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고, 있어야만 한다. 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단계다. 근본적으로 은행이 부당하게 돈을 많이 벌게 하면 안 된다. 그 돈이 사회 전체를 위해 활용되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사람들이 '포용금융'이라고 하면 단순히 저소득층의 빚을 없애주는 역할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한국은) 좀더 자본주의적인 금융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은행들은 관치금융의 장점과 자본주의 금융의 장점만 취하고 있다. 누구한테 대출을 줘야 하는지 마는지를 국가가 결정하니까 은행이 책임을 안 지는데, 이자는 (은행이) 알아서 결정한다. 좀더 시장경제적인 은행은 스스로 심사하고 그 책임도 부담한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그때 누구한테 어떤 대출을 해주고, 이자는 어떻게 받고, 탕감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할 때가 됐다. 포용금융은 좀더 시장경제적인 은행·금융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 앞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때 AI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AI로 인해서 일자리가 줄어들면, "빚을 갚을 수 없는 시대가 온다"고 책에서 경고했다. 가장 '무서운 문장'이었다.
"산업구조의 변동에 따라서 사람들이 본인 돈을 쓰고 잘못된 투자를 해서 인생이 나락에 가는 경우는 지금도 많이 목격되고 있는데, AI 때문에 더 많아질 거다. 당장 홍보, 영상, 사진 쪽에선 배우 등의 일자리가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이런 세상이라면 그 사람들이 완벽하게 빈민이 되지 않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시작은 빚을 없애주는 제도다. 복지의 전부가 아니라 시작이다. 직업 교육 등은 그 다음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예측을 하면 좋겠지만, 못할 가능성이 더 많다. 오히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국가가 어떻게 그 사람들, 어떤 이유에서든 '밀려난 사람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하느냐다. 그 고민의 가장 밑바닥에 회생·파산이 있다.
분명히 이거(인터뷰) 나가면 이런 댓글 달린다. '열심히 일해서 돈 갚은 놈은 바보냐?' 저는 '너무 열심히 해서 빚 갚는 것, 좋은 일 아니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너무 열심히 일하면 건강을 해치고, 일도 제대로 못하게 돼서 회생·파산으로 가거나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봤다. 그런데 저한테 (비판적인) 댓글 다는 분들의 태반은 무리해서 빚 갚는 분들일 거다. 악플 다는 건 좋은데, 악플 달고 신용회복위원회든 변호사든 한 번 전화해보셨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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