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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이 참에 확 바꿔버려?

by Aphraates 2008. 7. 18.
 

생계형 교통법규 위반자들에 대해서 새 정권 출범할 때나 특별한 기념일에 사면을 몇 번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주변에서도 교통 위반(주로 음주)으로 운전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되어 창피해서 누구한테 이야기도 못하고 음침하게 살아가다가 그런 조치로 희색이 만면한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운전을 직업으로 하든, 운전을 통하여 돈벌이를 하든, 개인생활이나 업무를 위해서 운전을 하든 거의가 다 생계형 운전이 아닌 것이 없으니 구제받는 사람들만을 생계형 운전자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이 아닌가 한다.

또한 사면 받을 것을 예상하고 위반하는 사람들은 없겠지만 지지난번에도, 지난번에도, 이번에도 사면 받는 식으로 상습적인 혜택을 받는 단골손님이라면 곤란하다.

그런 것이 만성되면 운전으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위험성이 다분한 요시찰 인물이니 뉘우침이 없는 그런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것은 심사숙고해야 할 거 같다.


나도 생계형 운전자다.

출퇴근, 업무, 여행과 이동을 목적으로 운전을 하기는 하지만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하는 측면이 강하니 영낙없는 생계형 운전자다.

그런데 이번에 승용차 2부제(홀짝제)를 이행하면서 이 참에 생계형 운전을 확 바꿀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2부제로부터 파생되는 가장 큰 불편함은 출퇴근이다.

그래서 동료들과 합승하는 지점과 시간을 정하여 홀짝제를 하기로 하고 약속지점까지 가는 시내버스 편을 조사하고 실제로 타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의외로 시간과 돈도 예상했던 것보다 반 정도는 적게 들고, 편리성도 걱정했던 것 보다 불편하지가 않고, 오가면서 사람 사는 맛을 알 수 있어 그 정도의 편익성이 보장된다면 자가용 승용차 운행을 고집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일의 능률성과 생활의 편리성을 감안하여 기본적으로 차를 사려고 하는데 나는 차를 아예 없애거나 운행을 극도로 자제할 것을 생각하고 있으니 복고풍(復古風)으로 돌아가며 세상을 거꾸로 가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차에 대하여 매력을 못 느끼고,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지금 같은 스피드 시대에 차 없이 지낸다는 것은 어려울 텐데 그를 궁리하며 방안을 모색하려고 하다니 우습기도 하지만 못할 것도 없을 거 같다.


뭐 자기가 검정 고무신 신고 밀짚모자 쓰고 다니는 돈키호테라고 지금 같은 세상에 차 없이 지내보겠다고 오기를 부리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도 하나의 변화된 삶이니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승용차를 아주 이용 안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테고 출퇴근과 시내에서의 이동은 승용차가 아니고 지하철과 시내버스와 택시를 이용해도 충분할 거 같고, 특히 앞으로 건강 유지를 위하여 강하게 만들어야 할 양 다리를 생각하면 어지간하면 시간을 내어 일부러 걷기도 해야 할 것이다.


출근할 때 집 인근 갤러리 백화점 앞에서 704-1번 버스, 버스 정류장 도착시간 7시 20 ± 3분과 7시 50분 ± 3분, 요금 1500원(카드이용시 할인), 관저 4거리까지 소요시간 20분(아침 일찍)과 30분(러시아워), 버스 쾌적하고 좌석 여유 있음, 8시 20분에 동료들과 합승하여 8시 40분에 계룡 도착, 내가 차량 운행하는 홀수 날에는 8시 20분까지 관저 4거리에서 대기...퇴근 할 때는 그 역순으로 진행한다.

공공기관 승용차 홀짝제 운행을 2일간 이행하면서 버스 기사 바로 옆 좌석에 앉아 체크하여 터득하고 찾아낸 고유가 시대에 살아나갈 길인데 현재까지는 큰 불편함이 없다.

그러니 맘 변하기 전에 차량 운행에 대해서 이 참에 확 바꿔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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