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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해오름 산악회

by Aphraates 2008. 10. 4.

우리 세대는 어느 세대일까.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 않는 한 남자의 체통을 구기고서는 살 수는 없다며 부부유별과 남존여비를 신봉하는 세대는 아니다.

그렇다고 남녀가 같이 고생하는데 엄마가 밥을 하면 아빠가 설거지를 해야지 가사는 여자의 전유물이라고 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인권유린이라며 남녀평등을 주창하는 세대도 아니다.

그 중간치쯤 되는 것 같다.

남자가 할 일이 있고, 여자가 할 일이 있는 것이니 서로 이해하고 도와가면서 살면 되는 것이지 굳이 남자와 여자를 구별할 것이 뭐 있느냐고 반문하는 세대이다.

물론 어느 세대가 더 낫고, 어느 세대가 더 못 하다는 소리는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여건에 따라 다르다.


그런 남녀 간의 갈등은 그런 것이 있는 집에서나 하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나 할 일이다.

오늘은 그런 것이 아니고 어느 산악회 구성과 관련하여 남녀건강에 대해서 생각하고 얘기해 보고자 한다.


건강관리는 외적인 활동을 하는 남자들뿐만이 아니라 내적인 활동을 하는  여자들도 잘 해야 한다.

남자들은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 오느라고 심신이 노곤하지만 여자들은 그 돈을 알뜰하게 쓰느라고 심신이 피곤하다.

심신이 노곤하고 피곤하기는 남녀가 다를 바 없으니 그를 견디어 내기 위한 체력을 다져야 한다.


새 기계는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아도 고장 안 나고 오차도 없이 쌩쌩하게 잘 돌아가 언제까지나 아무 탈 없이 없을 거 같이 보인다.

그러나 영원불변인 것은 없다.

세월이 가 수명을 더 해 가다 보면 기계도 마모도 되고, 오차도 발생하고, 고장도 발생하여 멈춰 설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는 항상 닦고, 기름 칠 하고, 조여주고, 때로는 전체를 다 분해하여 이상이 없는지 부품마다 성능 테스트도 해야 한다.

따라서 기계를 오래 쓰고, 본전을 뽑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관리를 잘 하고 적절한 때에 보수를 해야지 시간이 늦어지거나 아예 보수하는 것을 잊어버리면 조금 돌아가다가 푸석푸석하며 정지하고 말아 막대한 손해를 끼치게 된다.


그런 면에서는 사람도 기계와 다를 바 없다.

자랄 때 자세를 바로 잡아 놓고, 역동적으로 활동할 때 안 아프다고 그대로 두지 말고 수시로 체크하고, 돌아가는 돌아가는데 제 밥값도 못할 정도가 되면 그에 상응한 보수를 하고 엑세레이터라도 달아주던 지 해야지 안 그러고 방치했다가는 쌍코피 터지는 수가 있다.

그러나 사람과 기계가 다른 것은 사람은 자기 스스로가 건강을 챙기는 것이 좋지만 기계는 극히 일부 자가진단을 하고 스스로 치료하는 경우를 빼고는 스스로 정상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밖에서 회식하며 술 마시고 고기를 몇 번 먹고 나면 대번에 얼굴이 부옇게 되고, 배가 불룩해져 답답하다.

여자들은 다이어트 한다며 죽지 않을 만큼 만 먹고 물만 마시는 격인데도 앞뒤로 툭툭 삐져나오고, 작년에 입던 바지의 위 단추를 채울 수 없게 되어 둔해진다.

그러므로 밖의 남자들한테 아무리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어도 피곤하다 싶으면 집으로 도망 와서 다음에 못한 것을 보충하는 식으로라도 건강을 스스로 챙겨야 하고, 안의 여자들한테 아무리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에 시달려도 설거지 하다가 속 썩이는 아이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 팽개치고 이웃집에 가서 수다를 떨더라도 건강은 스스로 챙겨야지 무촌의 사이라고 해도 걱정을 많이 하며 일부분을 챙겨 줄지 언 정 전체를 챙길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기계도 쓰고 세월이 가면 망가지는데 사람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런 것들을 미리부터 아는 선견지명을 가진 분들이 자구책으로 “해오름 산악회(日出山岳會)”를 발족하였단다.

그 분들은 세계 최고의 알파니스트가 되겠다는 담대한 포부를 가졌다.

그리고 건강을 지키면서 미스 코리아 S라인은 몰라도 불어난 B-W-H는 줄일 수 있는데 까지는 최대한 줄여 가벼운 발걸음이 되겠다는 실리를 챙기는 현실적인 알파니스트 그룹이다.

그 산악회의 장차 목표는 세계 최고의 명품인 에델바이스 등산 장비를 완비한 회원 50명이 히말리아의  8,000m 이상 14봉 등정을 하고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해오름을 맞이하는 것이란다.

목표가 너무 거창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조금 낮춰 잡았단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까 일단은 10년 전에 구입한 나른 나른한 등산화와 아이들 메고 다니는 쌕을 착용한 회원 5명, 갈마산 전체 봉우리 섭렵한 후에 수통골 금수봉 정상에서의 해오름을 맞이하는 것으로 정하고 서서히 저변확대를 해 나간다는 계획이란다.

의기투합을 다짐하는 즉석 전야제를 향촌 중앙통로에서 가졌단다.

그 때는 사전 준비가 덜 되어 산악회 회칙을 다 정하지는 못 하고 일부만 정했는데 혹시 산악회의 꿈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꿈은 이루어진다”는 구호는 사용하지 않고 “목요일 날에는 빠지지 말고 참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라는 회칙 하나만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한다.

또한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전하려면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니 각자의 반려자한테 협조를 구하고 필요하다면 그들을 해오름 산악회의 핫바지 고문으로 추대하자고도 했단다.


참으로 유익하고, 잘 되고, 재미있고, 바람직하고, 아름다운 해오름 산악회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도 비록 생각뿐이긴 하지만 한가락 하는 알피니스트다.

이름만 대면 다들 “ 아하! 그 산 ” 하고 탄식하는 산 등정 계획을 세웠다가 일기불순으로 되돌아온 아픈 기억이 있는 전문 산악인으로서 해오름 산악회의 리더 역할을 해 주고 싶지만 일이 바빠서 그러지 못 하는 것이 아쉽지만 그 산악회원들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언제 한 번 하산할 때를 기다렸다가 갈마 약수라다 한 사발씩 대접해 드려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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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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