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좋아진다고 해서 모든 것이 덩달아 다 좋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
옳고 그름이 뒤엉켜 그 자리에 머무르거나 물러서는 경우도 있고, 그런 것은 이제 그만일 때도 됐는데 알게 모르게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을 너그럽게 인정하고 사는 것이 속 편하다.
그러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생일대의 중차대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막연하게 복걸 복의 행운을 바란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어제는 공사 감독인 친구를 만나서 많이 변한 공사 현장의 이모저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손을 털었다고 했다.
아직 밥숟가락 놀 때는 안 됐는데 왜 그러냐고 했더니 요즈음 일거리도 없고, 있다 해도 체력과 능력의 한계를 느껴 현장을 뛰지 않고 주로 사무실 내근을 한다고 했다.
자네만큼 바지런하고 활동적인 사람이 어디 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건설맨이 안 어울리게 그 무슨 약하디 약한 소리냐며 그러지 말고 워커를 신고 현장을 뛰어야 어울린다고 했다.
친구가 그 말이 맞고, 그게 내 체질이라 여태까지 그래 왔는데 이제는 때가 다 되었는지 그럴만한 여건이 못 된다며 허탈해 했다.
나도 그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맞장구치면서 들었다.
친구가 하는 첫 마디가 감독도 어떤 공사업체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복걸 복(福不福)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십 여 년 전만 해도 감독으로서의 지위와 체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공사 건수 하나 잘 못 맡았다가는 죽을 고생을 한단다.
공사를 설계하여 계약으로 넘기면 엄정한 전자 시스템으로 입찰자가 결정되는데 웬만한 공사 하나 발주가 나가면 전국에서 수 백 내지는 수천 개의 업체에서 인터넷으로 전자입찰에 응한단다.
치열한 경쟁의 입찰이지만 낙찰 업체는 복걸 복으로 결정되는 데 감독도 상황은 다르지 않아 어떤 업체가 결정되느냐에 따라 복걸 복이 된단다.
시공 경험과 능력이 충분한 업체가 낙찰 받으면 공사를 순조롭게 할 수 있어 본전은 되는데 휴대폰 하나 달랑 들고 공사하겠다고 와서는 엉뚱한 소리만 실컷 하다가 가는 업체가 낙찰 받으면 죽었다고 복창해야 한단다.
말하자면 어떻게 업체를 소유하였지만 공사에 필요한 망치 하나 삽 한 자루도 없는 입찰 전문 떠돌이 업체가 낙찰 받으면 하나에서 열까지 감독이 챙겨줘야 하는데 말귀가 안 통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럼 책대로 엄격하게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론상으로는 그렇지만 현장에서는 안 그렇다는 데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불법적인 것이 아니라 합법적인데도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감독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 그게 외부고객 불만족과 청렴도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여 또 다른 문제가 파생되어 그럴 수도 없단다.
그래서 손발이 잘 맞는 지역 업체와의 하도급이 편하지만 공사 건수는 적은데 반하여 공사 업체는 많고, 업체와의 유착 문제로 규제되다 보니 그도 여의치가 않아 가능하면 감독을 안 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어제 친구의 이야기는 하도급 문제와 연관이 있었다.
하도급 문제는 오래된 관행으로서 점차 개선되고 있고, 업체와 업체 간에 어느 정도 대등한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니 이해관계가 일방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오늘 지인으로부터 들은 차량 지입 문제는 이해관계가 일방적이어서 한 쪽이 쪽박 차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지역 관광회사의 부도와 대표의 불행한 사고에 관한 이야기였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결국은 돈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데 왜 자꾸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고 하였더니 그 일 때문에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 관광회사에는 대형 관광버스가 수 십대 있단다.
그런데 회사 소유 차량은 몇 대 안 되고 대부분이 명의만 회사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 지입 차량이란다.
또한 2억 원대인 개인 지입 차량도 혼자의 것이 아니라 친척이나 친구들의 합작이란 것이었다.
그 관광회사 보유 차량이 40대라고 하면 실질적인 차량 주인 수는 한 대에 3명꼴로 잡아도 120명은 되는데 서류상으로는 관광회사 대표 명의로 되어 그가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단다.
그런 걸 악용했는지 아니면,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 대표 독단적으로 지입차량들을 금융회사에 담보로 잡혀 돈을 빌려 썼단다.
그게 부도로 이어져 대표는 불미스럽게 됐고, 압류당한 차는 다 날아가게 됐고, 주유소 기름 값이며 정비소 수리비등 엄청난 빚이 남았단다.
다른 관광회사도 조건이 비슷하고, 충청권만 해도 관광회사가 여럿인데 지입차주들이 하필이면 왜 그 회사를 택하게 되었는지 복걸 복이지만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돈을 들여 그런 회사를 선택한 데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계산을 했을 것이란다.
한 참 동안 두 사람으로부터 들은 차량 지입의 폐해와 무분별한 사업가로부터 당한 근근한 지입차주들 이야기이인데 맞게 들었는지 모르겠다.
작은 차든 큰 차든 운전을 직업으로 해서 먹고 살기는 어렵다고 하는데 그렇게 큰 변을 당하였으니 큰일들이다.
법적인 대책이 강구되고 구제책인 나오기도 하겠지만 차는 다 날아가고 빚만 남아 있는데 실효성이 있을는지 모르겠다.
복걸 복으로 행운을 기다리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그런데도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직도 성숙단계라는 것을 뜻한다.
그런 하도급과 지입 문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고, 그와 비슷한 일들이 비일비재하여 눈을 뜨고 있어도 코를 베가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사례를 직접 듣고 나니 씁쓸했다.
동전의 앞뒤면 맞추기 하는 아이들 동천던지기 놀음도 아니고 나와 가족과 이웃 사람들한테 절체절명인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게 복걸 복으로 결정되는 불행한 경우는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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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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