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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눈치싸움

by Aphraates 2008. 10. 13.

사회복지사 2학기 중간시험 기간이다.

두 사이버 대학을 통하여 인터넷으로 수강하는 현장실습을 포함하여 6과목 18학점을 이수하는 강좌인데 1년 과정이므로 막판에 이르고 있다.

시험도 온라인으로 치러진다.

K 대학의 3과목은 리포트로 대신하고, S 대학의 3과목을 치루는 시험으로서 시험기간은 토요일부터 다음 금요일까지 1주일간이다.

한 과목당 객관식 25문제, 주어진 시간 50분, 절대 평가, 종합성적 반영률은 20%이다.

주어지는 시험 기회는 달랑 한 번이다.

정전이나 컴퓨터 장애 같은 시스템상의 문제가 있을 때에 한 하여 오프라인으로 연락하여 재시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한 번 시험장에 들어가면 죽으나 사나 끝내야 한다.


그런 제약 조건이 붙어 있어서 시험에 대한 정보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시험에 응시하기는 어렵다.

또한 혹시 실수하지 않을 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삼 백 여 명이 되는 인터넷 수강자들은 시험이 시작됐다고 해서 바로 시험을 치루는 것이 아니라 며칠간 눈치를 보다가 정보 파악이 된 끝날 즈음에 응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도 성질 급한 사람이 있다.

시험공부를 많이 하고 자신 있어서도 아니고, 먼저 시험을 치루면 어드벤테이지가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참았다가 느긋하게 치루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급한 성질에 기다리지 못하고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실상 시험을 시작하고 며칠이 지나면 성질 급한 동기생이자 독지가인 다른 수강생들이 아주 친절하게 출제되었던 문제들에 대한 정보를 주의 사항을 덧붙여서 게재하고, 그를 잘 활용한 성질 느긋한 동기생들은 아주 수월하게 시험에 참가하여 독지가들보다 좋은 점수를 받는다.


나는 성질 급한 측과 느긋한 측 중간쯤 된다.

헌데 이번에는 성질 급한 측에 섰다.

동기생들의 친절한 도움이 아니더라도 교수님들이 기왕에 제시해 주신 정보와 교재와 강의 자료를 활용하여 시험을 치루면 웬만큼 좋은 점수를 확보할 수가 있다는 자신감에서였다.

또한 사이버 강좌를 듣고 고득점을 올린다는 것이 더 이상한 것 같고, 과락을 면할 정도만 받으면 되는 것이지 굳이 만 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으려고 할 것이 없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그래도 너무 성급하면 예의에 어긋날 거 같아서 어제부터 오늘까지 하루 동안 눈치를 보며 나보다 성질 급한 사람이 먼저 시험을 치루고 자료를 올려주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한 건도 올라오질 않았다.

주말이라고 해서 수강생들이 다 어디 야외로 나간 것은 아닐 테고 보이지 않는 깜깜이에 감으로 눈치싸움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오후가 되니까 자신이 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좋은 점수를 받고, 시험 잘 봐서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나 같은 사람까지 그런 눈치싸움에 합류할 것이 뭐 있는가? 알고 있는 지금대로 봐도 충분하니 당당하게 시험에 응하라”

이런 충동 감으로 일단 한 과목의 시험 사이트에 들어가 시작 버튼을 클릭하였다.

시험 시간 50분이 카운트에 들어 간 것이다.

그 때부터 마음이 새로워졌고, 머리와 손발이 부지런히 움직여졌다.

시간을 넘기거나 실수하면 끝이라는 압박감이 이것저것 계산하며 한가롭기만 하던 몸과 마음을 그렇게 바삐 만드는 것이었다.

시험 문제가 어렵고 쉽고를 따질 겨를이 없었다.

부지런히 생각하고 답을 맞히면서 답이 안 나오는 것은 자료를 찾다보니 “시험 종료 10분전”이라는 안내 메시지가 떴다.

화면을 처음부터 펼쳐 내리면서 문제와 답을 확인해보니 정답을 확신할 수 없는 한 문제를 빼 놓고는 다 그런대로 만족스럽게 풀은 거 같았다.

조금 더 생각하여 나머지 한 문제 답을 클릭하고 제출 버튼을 누르니 시험 종료가 되었다.

 

그런 식으로 나머지 두 과목도 시험을 끝냈다.

시험 결과는 나중에 봐야 알겠지만 큰 실수는 없었기 때문에 기분학상으로 만 점은 아니어도 좋은 점수가 나왔을 거 같은데 나의 착각이자 희망사항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홀가분했다.

세 시간이 넘게 그러고 나니 처음에는 머리가 띵하여 뭘 했는지 모르겠더니만 조금 지나니까 괜찮았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선방하면 되는 걸 괜시리 부담스러워 하고, 눈치싸움을 하면서 기다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하더니 은근히 걱정되던 중간고사를 다 치루고 나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나도 1학기 때는 시험을 보면서 친절한 동기생들의 도움을 받았으니 되돌려준다는 차원에서 관련 홈페이지에 시험을 치루고 난 후기와 정보를 간단하게 올리고는 종료를 선언해 버렸다.

그런데 다음 기말 시험에도 눈치싸움 할 거 없이 이 번 처럼 하자는 생각이었지만 그 때 가봐서 상항에 따라 할 일이지 지금부터 몇 달 후를 걱정하거나 자신감에 차 있는다는 것은 실익이 없는 언더 앤 오버(Under & Over)이니 삼가자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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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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