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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늘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

by Aphraates 2008. 10. 15.

거래하고 있는 모 금융회사 지점장께서 내방하셨다.

사무실에 들어시면부터 싱글벙글하시더니 한 턱 쏘겠다며 늘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방문객께서 기분 좋아 하시니 나도 덩달아 힘이 솟는 것 같아 함께 웃으면서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느냐고 물었더니 지난 월말 결산에서 실적이 좋아 다른 지점보다 월등히 우수하여 칭찬도 받았고, 수당도 짭짤하게 받았다는 것이었다.

밥을 잘 얻어먹으려면 칭찬에 인색해서는 안 될 거 같고, 평소에도 적극적이고 신속한 업무처리가 맘에 들었던 분인지라 “지점장님께서 다른 때는 어때서요? 항상 좋으시잖아요? 너무 앞서 나가서 위화감이나 생기지 않는지 모르 모르겠습니다” 라고 하였더니 다른 지점보다 뒤지는 편은 아니지만 목표한 실적을 못 올릴 때는 피가 마를 정도라고 일선 영업자에서 뛰는 사람들의 고초를 토로하셨다.


며칠 전만 해도 미국발 금융 불안으로 연일 너무 내리 꽂혀서 야단이던 증권이 지금은 너무 치솟아 거래가 중단되는 사이드카가 발생하자 증권투자가들이 화살표가 하늘을 망가트려 놓을지라도 오늘만 같으면 증권할 맛 난다고 희색이 만면하다.

사람들이 그러니까 증권을 하지 않는 나도 주가가 한없이 추락하여 몸 달 때는 생각 못 하고 순간적으로 폭등할 때만 생각하며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증권 좀 살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으로 할 것이 아니면 행운을 바라며 울고 웃는 것보다는 올라도 걱정하고 내려도 걱정하며 이러다가는 내 명에 못 죽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러니까 증권 하지 말랬잖아” 라는 말을 해 주면서 적어도 그런 면에서는 나 자신이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없는 시간을 쪼개어 여행을 다녀 온 어느 작가의 순박한 글을 보고 나도 그 여행에 동참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는데 특히, 늘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한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내가 볼 때는 웬만한 여느 사람들 같으면 보통으로 하는 여행이어서 그렇게 흐뭇하게 여길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작가는 생활의 빠듯함 때문에 그럴만한 처지가 못 돼서 모처럼만에 다녀온 간단한 여행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았다.

어지간한 사람들 같으면 별도의 계획 없이도 할 수 있는 보통의 나들이인데 한 번 다녀오고 나서 새로운 경험을 한 것처럼 그렇게 좋아하다니 잔잔한 박수를 보내면서도 안쓰럽게 느껴졌다.


남들이 한다고 해서 나도 다 따라할 것은 아니고, 남들이 못 한다고 해서 내가 안 할 것도 없는 것이지만 어지간한 사람들이 하는 만큼은 하고 살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리고 나보다 월등히 높은 사람도 있고 현저하게 낮은 사람도 있어 그 기준과 수준 정하기도 애매하다.

그러나 그 작가처럼 우연한 기회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높고 깊은 산과 넓게 펼쳐진 황금들녘으로 나가 심호흡을 하며 환하게 웃고, 소찬이나마 아늑한 분위기에서 오순도순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 가족들에게 주려고 비싸지 않은 그 지역의 특산품도 사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참 좋게 생각되었다.


아울러 역시 사람 사는 맛은 여유로움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부족한 데서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적이 낮아서 몸 달 때도 있지만 실적이 좋아서 그런 근심걱정을 말끔히 씻어버리는 금융맨, 추락에 추락을 할 때는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한 두려움에 몸 둘 바를 모르다가 상승에 상승을 거듭할 때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느긋해지는 증권맨, 세상 사람들이 어찌 사는지 알지도 못 하고 집과 직장만 맴돌다가 잠시나마 멀리 나가서 편안한 시간을 갖는 샐러리맨 그들은 부족하고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을 줄 아는 사람들이다.

우리 모두가 과욕을 부리지 말고 하찮은 것에서도 “늘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 라는 여유로운 맘으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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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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