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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진상공개

by Aphraates 2008. 10. 16.

진실은 하나이고, 언제나 들어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법보다는 주먹이 가깝다는 것이 통하는 경우가 있다 해도 그게 옳은 것은 아니고, 오래가지는 못 한다.

그런데도 진실이 온전하기는 어려운가 보다.

왜곡되어 진실이 감춰지고, 여러 가지로 변하여 휘둘려진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부나마 그렇게 진실이 왜곡되어 나타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영원히 사라지지도 않겠지만 태클도 안 걸어 보고 그대로 묵인한다면 더 큰 문제가 야기될 것이 뻔하므로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일자一者) 뭔가는 미심쩍고 의혹이 짙으니 진상을 공개하라.

이자二者) 확신하건대 그게 있는 그대로의 진상 전부이니 더 이상 밝힐 것이 없다.

삼자三者) 너희들끼리 싸움질하는 것은 관여하고 싶지 않지만 궁금하니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나 하자.


둘이서 진실 게임을 하고, 한 사람이 그를 관전하는 양상이다.

그 게임은 승패도 없고, 끝도 없다.

일자와 이자가 그렇게 공방을 벌이지만 실은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이어서 삼자만 밑천까지 다 털리고 멍청하니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

“일자와 이자, 네들 또 그러냐? 정말로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그럴 수가 있냐?” 라고 백날 하소연하고 비난 해 봐야 소용없다.

그러니 삼자는 뒤통수 맞은 사람만 억울하다는 비참한 소리 듣지 말고 무슨 대책을 강구하던지 다 포기하고 찬물 한 그릇 퍼 마시고 정신 차리는 것이 좋다.


거 참 이상한 일이다.

일자나, 이자나, 삼자나 똑같은 사람이다.

보는 눈도 똑 같다.

생각하는 머리라고 다를 것이 없다.

말하는 입이라고 유별날 것이 없다.

그런데도 이랬다저랬다 달라진다.

여기 화선지에 똑바로 그려져 있는 삼각형이 있다.

그런데 그를 놓고 싸움질이 벌어졌다.

일자가 삼각형이라고 옳게 이야기 하자 이자가 삼각형은 삼각형이되 역삼각형이라고 했다.

삼자는 기가 막힌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왜 일자가 먼저 나서서 삼각형이라고 말하여 분란의 빌미를 제공하였고, 삼자가 삼각형이라고 인정하면 되는 것을 왜 거꾸로 들고 빙빙 돌려 하면서 역삼각형이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단초를 제공한 일자도 문제지만 남이 하는 것은 무조건 아니라며 반대하는 이자는 더 큰 문제다.

미래의 꿈을 펼치는 것은 고사하고 현실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 하는 그 사람들이 예술가 행세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붓으로 굵은 선 하나 찍 그어 놓고 희대의 걸작품이라고 하는 화가도 아니고, 귀신 울음소리 내는 곡 하나 만들어 놓고 일대의 역작이라고 하는 음악가도 아니면서 삼각형 하나를 놓고 자기 유리한대로만 의미를 두며 이끌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삼각형을 올바로 보게 눈을 거꾸로 박히게 해 주던지, 물구나무를 세워 평생을 살도록 하게 하든지 해야지 그런 일로 일진일퇴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은 멀쩡한 사람들까지 이상해져 간다.


싸움질이 수시로 벌어진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하기 곤란한 것에서는 안 보이게도 한다.

사람들은 잦은 싸움질로 인하여 무감각해지기도 한다.

큰소리치는데 이골이 난 사람들은 이번에도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했다가는 좌시하지 않겠다며 눈을 부릅뜨고 세게 나오는가 싶더니 네들도 이랬잖아 하고 장부를 들이대자 그냥 한 번 해 본 소리라며 슬며시 꼬리를 내리고 물러선다.

고막이 터지는 소리를 질러도 그에 만성이 된 사람들은 네들이 아무리 그래봐야 소용없으니 할 테면 어디 맘대로 해보라며 눈을 아래로 깔고 비아냥거리다가 고구마 넝쿨처럼 줄줄이 사탕으로 번지자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냐며 움츠리며 협상에 들어간다.


삼자들은 답답하다.

쑥덕쿵 떡방아 기계가 고장 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수리공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면서도 주물럭거리며 졸고 있고, 떡방아간 주인은 빨리 고치라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다.

명절 제사 때 쓰려고 떡 빼러 왔던 손님들은 시원하게 밝히지 않고 책임을 전가하며 위기를 모면하려는 수리공과 주인장이 답답하다.


어려울 때 정직한 것 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하였다.

난관은 늘 있기 마련이어서 그를 거부할 수가 없다.

좋은 것이던 나쁜 것이던, 자의든 타의든 그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그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호기는 호기대로, 위기는 위기대로 호기로 받아들이고 처신하면 윤택해지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방치하면 피폐해진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를 극복하는 것은 단합된 힘이 최고다.

목마른 자에게 물 한 바가지 줘서 갈증을 풀게 하는 것보다는 물 한 모급으로 연명하더라도 조금만 노력하면 시원한 물줄기가 있다는 희망을 갖고 서로 화합하여 인내하는 편이 훨씬 낫다.


단합된 힘을 발휘하는데 는 믿음이 중요하다.

그 믿음에는 정직과 솔선수범,  성실과 동참이 수반되어야 한다.

자기 목소리만 높이면 어려움은 고스란히 자신들에게 돌아가고, 그를 극복하여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오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일이 벌어지면 말들이 많다.

사람들은 속 시원하게 진상공개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밝힐 것은 다 밝혀 이제 더 이상 밝힐 것이 없으니 억지추측으로 혼란스럽게 하지 말라 한다.

그러는 것이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데 극한 상황까지 치닫는 것은 자기들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와 상식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질문과 답이 없이 변죽만 올리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다보면 확인되지 않은 것들이 떠돌면서 확대 재생산된다.

새내기 간호사가 신부인과 병원 근무 첫 날에 아이 둘을 받았다고 한 말이 와전되어 처녀가 몰래 애를 낳았는데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쌍둥이라는 낭설이 떠도는 것처럼 되는 것은 신뢰 부족과 우리들이 살아오면서 과거에 경험했단 유사한 학습효과일 것이다.


너, 어디가 정말 아프냐?

그렇다면 맨 날 그냥 해보는 소리로 막연하게 아프다고 하여 실없는 사람이 되지 말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진상을 밝히고 도움을 청해 봐!


그렇게 사람들이 믿지도 않을 텐데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그 거는 네가 자초한 화(禍)이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솔직하게 털어 놓고 믿어달라고, 살려달라고 애원해 봐!


그래도 안 믿으면 사람 꼴이 뭐가 되느냐고?

그런 체면이나 생각하고 있다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먼.

안 믿어주면 어느 가수가 기자회견장에서 바지를 벗어 뭔가를 확인시켜주려고 하였듯이 내장까지 훤히 비추게 홀딱 다 벗어 봐!


그래도 진정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느냐고?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너야 병들어서 시름시름 앓다가 끝나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핵심인 네가 없는데 온전할 리 없어 언젠가는 그만한 고통을 받아야 되는 것이지.

그래도 사람들이 알면 문제가 크다고 숨기다가 나중에 어쩔 수 없이 다 불어버려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보다는 백 번 나으니 머리 팍 수그리고 진상을 공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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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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