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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머슴애들은 다 어디 가고

by Aphraates 2008. 10. 11.

중매를 해 달라는 부탁이 종종 들어온다.

그런데 대부분이 여자 쪽이다.

그 것도 대단한 신부감들이다.

직접 면담하지 않고 부모님들로부터 대충 프로필만 들어봐도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뻐한다는 식으로 감싸는 것이 아니다.

출중해서 어디다 내 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머슴애들은 다 어디 가고 그런 여자들을 그대로 두는 것인지 참 요상한 일이다.

우리들이 볼 땐 대단한 신부감들인데 신랑감들 생각은 달라서 그런가?

신부감들한테 백마 탄 기사가 나타지 않거나 눈에 콩깍지가 안 껴 봐서 그런가?

능력 있고 경제력이 있는 신부감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하여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결혼을 기피해서 그런가?

보기와는 달리 조신한 신부감들이 실연을 하고 첫사랑을 �잊어서 그런가?

그런 정도의 신부감들이라면 남자들이 줄을 이어 간택되려고 몸이 달아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그런데 만혼 나이가 다 되거나 남자들의 문을 두드리고 있으니 전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던지 의심스럽다.


딸을 둔 친지들로부터 “거기 총각들 많지요? 우리 애 중신 좀 해 주세요. 부모로서 신경도 쓰고 노력도 하지만 본인이 통 관심이 없어 저렇게 나이만 들어가고 있어 걱정입니다” 라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그러 소리를 듣고 언뜻 생각하면 부모와 딸한테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천방지축의 애물단지이지만 심성 하나는 곱고, 남자 측에서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 줄 테니 그 물건 좀 어떻게 치워 달라고 부모가 모자란 자식을 위하여 사정사정하는 것 같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중매 이야기가 나오는 신부감들은 인물로 보나, 가문으로 보나, 학력이나 직장으로 보나 그 정도면 남자를 고르고 골라도 부족함이 없어 누가 채가도 벌써 채갔어야 한다.

그런데 운대가 안 맞아 그러고 있는 것이다.

저보다 한 참 어린 철없는 애들도 그런 거 안 가르치고 무관심해도 시집 잘 가서 곧 학부형이 되게 생겼는데 애지중지하며 믿던 애들이 나이 서른이 다 되도록 실망스럽게 그러고 있으니 그를 어찌하느냐는 부모님들의 농담 섞인 탄식을 웃음으로 듣지만 심각한 문제다.


그런 부탁을 받을 때 마다 대답은 잘 한다.

중매라기보다는 다리만 놔 주면 제들이 다 알아서 할 것이라며 주변 총각들을 눈여겨보겠다고 말은 하지만 중매와 결혼의 구체적인 단계에 까지 이르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사랑의 메신저 역할은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나이 들어가는 딸을 둔 부모들을 생각하고, 좋은 조건을 갖추었지만 혼기를 놓치면서도 요즈음은 결혼 나이가 늦어지는 추세라고 밍기적거리다가 여차 하면 “나, 결혼 안 해!” 하고 싱글을 선언하는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조를 하기 위해서라도 관심을 가져야겠다.

“사람들은 많다. 그런데 쓸 만한 사람은 적다”

이 말은 신규채용을 할 때 인사담당자들이나 기업주한테서 흔히 나오는 소리인데 신부감들도 그런 식으로 “남자들은 많다. 그런데 내 스타일은 적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도 싶은데 결혼할 남자가 부족한 신랑감 기근 현상은 맞는 거 같다.


우리 직장은 여자 직원들보다는 남자 직원들이 많다.

그리고 괜찮은 직장이라고 격상되어 주가가 높아져 그대로 안 놔둬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남자 직원들로부터 맞벌이 부부할 참한 색시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소리는 듣질 못했다.

비슷비슷하던 남녀 인구 비율이 갑자기 여성 인구가 증가하여 남자가 귀한 존재로 된 것은 아닐 것이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많은 것에 비하여 남자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하기가 힘들어 대학원으로 군대로 내빼는 백수 아닌 백수들이 많은 영향 탓 아닐 텐데 중매를 해달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여자들은 많지만 남자들은 적다.


남자가 귀하고, 나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여자가 스타일 구기기는 그렇다.

시민 단체의 맹열여성처럼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흔들며 “세상의 남자들은 주눅 들어 있는 것을 각성하고, 좀 더 시야를 넓히고 적극적으로 나와라” 라고 시위를 할 수도 없다.

자신을 자랑하고 내 세우며 “ 나를 데려가는 사람은 땡, 그 것도 장땡 잡는 것이다” 라고 큰 소리 칠 수도 없다.

여자의 자존심을 접고 겉으로 드러내 놓고 그럴 수는 없지만 속으로 “남자가 무게만 잡고 있어주면 아무 것을 안 해도 내가 다 먹여 살려 줄 테니 그런 것들일랑 아무 걱정하지 말고 청혼해라”라고 러브콜을 할 수도 없다.

선망의 대상이자 엘리트라고 해도 흠이 되지 않는 하는 만혼기의 여자들이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친구들 사이에서나 눈칫밥이나 먹고 있으면서 그 신세를 언제 면할지 모르니 짜증이 나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남들은 그 또한 못 봐줄  노처녀의 히스테리라고 하니 어디로 가야 하나?


오늘도 길일인가보다.

여러 혼가가 있어서 정오가 되기 전부터 이 집 저 집 들려 축하를 하고, 사람들을 만났다.

동행들이 있어서 말은 안 했지만 어느 시간대에 어느 혼가에 가서 국수를 먹어야 할지가 좀 고민이 됐다.

요즈음 혼가 접대는 거의가 뷔페식이다.

그 뷔페는 결혼식장마다 약간씩 가격과 수준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그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 내가 볼 때는 메뉴나 질 면에서 특색이 없어 다 그만 그만하다.

그렇기 때문에 뷔페에 갔을 때 국수와 김치만 맛있으면 좋다고 하는데 국수 또한 어디나 다 비슷비슷하여 결혼 피로연에서 먹는 재미는 쏠쏠하지 못하다.

혼주와 만나는 사람들 마다한테 잘 먹었다고 인사는 하고 나오지만 이 천원어치도 못 먹고 식권 하나를 쓰는 것이 미안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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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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