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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때로는 완곡하게 말하는 것도…….

by Aphraates 2008. 10. 11.

우리들은 일상적으로 이야기를 할 때 있는 그대로 직설법으로 하는 것이 알아듣기 편하다.

간단한 것도 복잡하게 빙빙 돌려서 간접적으로 말하면 알 만한 사람이나 알아듣지 모르는 사람은 일부 조금만 알아듣거나 아예 깜깜해서 짜증스럽고 멍청해 진다.


그런데 성경말씀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직설적으로 말씀하신 것은 무슨 뜻인지 감이 안 잡혀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몰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알 수 있다.

그에 반하여 은유와 비유를 들어 알아듣기 쉽게 완곡히 말씀하신 것은 바로 감이 잡혀 “아하, 이렇게 해야 된다는 것이구나” 하고 알 수 있다.

성경은 당신의 자식들이 잘 되라고 가르치신 사랑의 말씀이다.

그런데 어째서 어렵게 말씀하시어 어린 백성들을 어렵게 하시는지 좀 불만스러울 때도 있으나 그렇게 말씀하신 깊은 뜻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자식들은 이래도 저래도 그 말씀을 따라야 하니 못 알아듣겠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절체절명의 과제로 알고 스스로 터득하고 실행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느님께서 자유자대로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완곡하게 말씀하신 것은 그렇다 치고......, 크던 작던, 높던 낮던 어떤 지위에 있어 말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것이 파급 영향이 크다면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돌려서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은 거 같다.


국민적인 존경과 정치적인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구가 원로가 계시다.

그 분이 원활하지 못한 정국을 염두에 두고 “요즈음 정치는 너무 복잡하다. 정치란 민심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그에 따라 순리적으로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은 그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라고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그 것은 그냥 지나치는 말로 해 본 것이 아니라 민심과 동 떨어져 역행하는 일부 정치권에 대하여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어서 그를 얼른 알아채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산전수전 다 겪어 경험이 풍부할 뿐 아니라 만나는 사람이 많고 정보력이 뛰어나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의 파급 효과가 대단히 큰 국가 원로께서 일부 정치권을 그렇게 걱정하는데도 그 말을 가슴깊이 새겨듣지 않고 뒷방 어른께서는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고 한다면 오판하는 것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모종의 중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국가 원로의 걱정을 간과했다가는 연속되는 미진을 가볍게 여겼다가 일격의 강진을 맞아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는 것처럼 될 수도 있다.


경제와 관련된 고위층이 국회에 출석하여 물가동향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면서 “현 경제 여건상 에너지 요금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라고 짤막하게 보고했다.

그 것은 지금 물가, 국제수지, 외환 등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렵지만 에너지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조만간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전후 사정은 무시하고 포퓰리즘으로 에너지 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허리띠를 졸라맨 중산층과 서민들을 도탄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요금 인상은 안 된다고 강공을 펼친다면 그 여파와 후유증은 더 커지고 결국 그게 고스란히 걱정하는 그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안보와 관련된 고위층이 최근 일련의 사태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지금 북한과 주변국의 동향을 다각적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것은 지금 북한에서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국가 안보상 또는 외교 관례상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 하는 말 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알 권리를 내 세워 현재 북한 요인의 건강상태가 어떤지 분명하게 밝혀달라고 한다면 난감힌 것이다.


그렇게 완곡하게 표현해야 어울리지 직설법으로 하면 완충 효과가 적어서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정치 지도자가 정치권을 향하여 “정치도 모르는 사람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라고 직격탄을 날린다거나, 경제 고위층이 “실물 경제가 어렵지만 누적적자가 경제 운용의 장애요인으로 등장하므로 더 어려워지기 전에 그동안 못 올린 요금을 대폭 인상하겠다” 라고 폭탄선언을 한다거나, 안보 고위층이 “북한의 요인이 아침에 만 보 걷기 운동을 했는데 어떻게 했는지는 좀 더 정보파악을 해 봐야겠다” 라고 남의 치마 속을 들여다보듯이 말한다면 격에 안 맞고 품위와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완곡한 표현이 다 좋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방편으로 쓰라는 것도 아니다.

직설법을 씀으로서 올 파장을 줄이기 위하여 완곡한 표현으로 완급을 조절하려는 것은 하나의 표현 기법이자, 사태를 수습하는 데 있어서 사용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유익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거 어떻게 안 됩니까?

어렵습니다.


그 사람 변소에 가지 않고 어디서 싸는 거야?

화장실에서 볼 일 보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머리가 안 돌아가면 그런 시험에 떨어지나?

다른 일로 복잡하여 이번에 고배를 마신 거 같습니다.


그 영감 테기 어지간히도 속 썩이더니 언제 죽었다고?

마음 고생하시다가 어제 밤에 돌아가셨습니다.


이렇게 심술 끼가 얼굴에 디글디글하고 화가 잔뜩 난 사나운 표정의 직설적인 물음에 착한 것이 배어나는 얼굴에 온유한 표정의 부드럽고 완곡한 표정의 완곡한 대답을 하면 질문자는 빵 점이고 답변자는 백 점이다.


어제는 직설적으로 표현하여 상대방을 언짢게 만들어 놓고도 그런 의도가 아닌데 왜 못 알아듣느냐고 또다시 화를 내는 경우를 봤다.

그리고 오늘은 간접적으로 표현하다가 그렇게 위기의식이 없이 우물쭈물하며 빙빙 돌려 어렵게 얘기해서 어떻게 사람들의 호응을 얻겠느냐며 솔직하고 알아듣기 쉽게 말하라고 질책당하는 경우를 봤다.

내가 직접적인 당사자 입장은 아니다.

간접적으로 이해관계의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접근은 못 하고 말만 무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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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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