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라는 단어는 한글로는 한 글자이지만 한자로는 정반대인 뜻으로 해석이 되는 말이다.
의지(意志)는 어떠한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뜻으로 의지가 강하다 식으로 쓰이는 것이다.
또다른 의지(依支)는 다른 것에 마음을 기대어 도움을 받는다는 뜻으로 남에게 의탁한다는 것이니 정반대로 쓰이는 것이다.
그런데 도저히 합쳐질 수 없을 거 같은 정반대의 그 두 의지가 자석의 N극과 S극이 함께 존재하여 하나를 이루듯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경우가 있다.
부부지간이 그런 경우가 많다.
그렇게 극과 극이 만나야 원만한 부부지간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안 맞는 극과 극이지만 살면서 서로 참고 이해하다보니 그럭저럭 견디는 부부지간이 되는 것인지 모르지만 맞아 돌아가는 것을 보면 이상하다.
조화가 잘 되는 부부를 보면 상극이다.
남자가 강하면 여자가 약하고, 여자가 강하면 남자가 약하다.
남자가 밖에서는 그런대로 꾸려 나가는 편이지만 집에 들어오면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여자한테 치여서 숨 한 번제대로 쉬지 못하고 부러진 상다리 하나도 고치지 못 하여 여자가 이왈저왈 다 해야 한다.
의지가 강한 남자이지만 여자한테 의지하여 그 덕분에 사는 것이다.
여자가 사철하고 살림도 잘 하지만 밖에 나가면 아주 기초적인 것 이외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서 동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등본 한 통 발급받으려 해도 남자한테 전화를 하여 일일이 지시를 받아야 한다.
의지가 강한 여자이지만 남자한테 의지하여 그 그늘을 벗어나지 못 하는 것이다.
물론 둘이 다 강하여 항상 튀거나, 둘이 다 물렁하여 항상 당하고 사는 집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는 서로를 보고 속 터져서 못 산다고 할 정도의 극과 극 관계이면서도 붙어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사는 것이다.
그런 집을 보거나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도 거기가 거기면서 그런 부부가 어떻게 애는 낳고 살아가는 것인지 모른다고 혀를 차 역시 상대방을 웃게 만드는데 그게 부부관계이고 인간관계가 아닌가 한다.
맞벌이 하는 부부가 있다.
안정된 직장이거나 특별한 기술을 요하고나 대우도 좋지 않은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고 있다.
잘 나가던 지난 시절을 생각하면 한 달 생활비 정도나 될지 모르는 박봉이지만 다 물 말어 먹은 지 오래 되어 궁여지책으로 그런 직장에 들어 간 판에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중학교에서 대학까지 다니는 아이들 셋을 뒷바라지하며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도 힘든 부부다.
그런데 여자는 어떻게든 좀더 나은 생활을 해보려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하는데 여자보다는 더 막중한 책임이 있는 남자는 돈과 살림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세상 걱정 없이 무사태평이다.
어제는 단풍놀이며 국화 향기며 야외로 나들이 하기 좋은 날씨의 휴일이었다.
허나 그 집에서는 다 꿈같은 이야기다.
여자는 친척 집에 일이 있어서 가려고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그러나 남자는 같이 가는 것도 마다하고 텔레비전 앞에서 뒹글거렸다.
여자가 가방을 들고 나서면서 남자한테 그러고 있지 말고 곧 겨울도 다가오고 하니 보일러나 좀 손보라고 하였다.
그러자 남자가 오늘 내가 깔끔하게 고쳐 놓을 테니 걱정 말고 빨리 다녀오라고 하였다.
그러나 여자는 그 말을 듣고 나가면서도 남자가 대답을 그렇게 꿀떡 같이 잘 했지만 믿지 않고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 생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중했다.
친척네 잔치 집에서 없는 살림에 벌어먹고 사느라고 욕본다며 아이들이 굴품할텐데 주라고 이것저것 싸 줘서 들고 바삐 집에 돌아와 보니 보일러수리는 고사하고 남자가 온데 간데 없이 조용했다.
그런 남자라는 것을 한두 번 겪어 본 것도 아니고 그런 것을 참는데 는 이골이 나 있지만 막상 닥치면 안 그렇다.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서 전화를 하여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몇 년 전에 돌아가신 것을 뻔히 아는 친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바로 집에 들어가서 보일러를 손보겠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흥부 마누라가 속이 안 터지면 사람도 아니다.
악다구니를 쓰고 신세 한탄을 하면서 전화에 대고 별의별 소리를 다 해 붙였다.
그러나 잠시 움칠하며 미안해하는 듯하던 남자는 무슨 사무가 그렇게 바쁜지 그 이튿날 새벽이나 돼서야 슬며시 들어왔다.
아침이 되자 여자는 쌀바가지를 들었다 놨다하고 인상을 쓰며 밥을 차렸고, 남자는 머리는 산발한 새 집을 하고 부스스 일어나 모래알 씹듯이 밥을 조금 먹고 함께 출근길에 나섰다.
그래도 큰 문제없이 끝났다.
그런 일은 앞으로도 얼마나 더 일어날지 모르는 의지와 의지의 충돌인 것인데 모르면 몰라도 그런대로 잘 굴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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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