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이 극한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할까?
그에 대응하는 방법을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술독에 빠지던가 침묵을 지키던가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편이 나을까?
극한 상황에서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러는 것이니 둘이 다 바람직스럽지 는 못 하다.
그래도 그 중에서 나은 것은 말없이 침묵을 지키며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정동중인 상태로 지내는 것보다는 소란스럽고 보기 싫기는 하지만 술독에 빠져 한탄하며 말썽을 부리는 편일 것 같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그를 수습하려고 하지는 않고 술 마시고 소란 피운다고 해서 타락한 것이라고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것도 자신을 극복하고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한 하나의 단계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통 말이 없고 점잖아서 뭘 하고 무슨 재미로 사는지도 모를 정도이지만 술을 마시면 말이 많아지면서 거칠어지고 새벽까지 이 집 저 집을 들랑거리며 끝장을 보려는 지인이 있다.
그 지인과 함께 하는 단체 회식이 있었다.
자리 한 편 구석에서 앉아 가까운 사람들과 술잔이 몇 순배 돌아가는가 싶더니 언성이 높아지고, 난폭스러워졌다.
다른 사람들은 저 사람 또 도졌다고 수근거리며 그의 곁을 떠났다.
같이 거나하게 취한 절친한 동료가 옆에 앉아서 말벗을 하며 살살 달랬지만 수그러들지 않았다.
회식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사람들은 빨리 끝났으면 했다.
회식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됐는데 분위기를 조절하려고 그 지인보다 연장자이자 선배인 타 부서 부장이 일어섰다.
오늘은 좋은 날이니 좋은 시간을 갖자고 하면서 그 지인한테 다가가 “OOO이 너, 혼자 있는 자리도 아니고 공식적인 회식자리에서 그러면 안 돼. 술 취했으면 조용히 집에 가서 쉬도록 하지 그래” 라고 타일렀다.
그러자 이번에는 불똥이 그이 한 테로 튀어 꺼져가는 불씨에 기름을 부은 듯이 더 극성스럽고 소란스러워 졌다.
“그래서요? 부장님이 나 술 마시는데 보태준 거 있어요? 싫으면 부장님이 나가면 되지 술자리에서까지 누구한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는 거예요?”
“이 사람이 술 마시려면 기분 좋게 곱게 마셔. 자네 안 그런 줄 알았더니 사람 참 이상하구먼”
“부장님, 기분 좋게 마시던 기분 나쁘게 마시던 내 자유예요. 부장님이 내 아버지라도 되나요? 아버지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아시기나 해요?”
“이 사람이 정말 왜 이래. 보자보자 하니까 영 안 되겠구먼” 하는 말들이 오고 갔다.
그렇게 둘이 옥신각신하고, 옆 사람이 말렸지만 다른 자리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안중에도 없이 마시고 이야기들을 하며 회식 종료 선언이 있기를 기다렸다.
밖에 나갔다가 들어 온 그 지인의 직속 상사가 그런 모습을 보고는 잽싸게 부장을 불러서 술 한 잔을 권하며 작은 소리로 “ 저 사람은 집안에 그럴만한 우환이 있고 저러는 편이 차라리 내버려두는 편이 났습니다. 저러다가 제풀에 지쳐 쓰러지고 마니 그러니라 하고 넘어가세요” 라고 하였다.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가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된 부장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지인을 향해 “어이, OOO이. 술은 마시라고 있는 것이니 실컷 한 번 마셔보자고. 자, 건배” 라고 하였다.
그러자 그 지인도 언제 그렇게 어깃장을 부렸느냐는 듯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술잔을 높이 들고 건배를 외쳤다.
금방 나아지거나 잊혀질 것도 아닌 삶의 고통을 견디어 내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테지만 아무래도 오픈 마인드가 좋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해결하지도 못 하면서 마음에 끌어안은 채로 혼자 고민하여 또 다른 고통을 유발하는 것 보다는 저 사람 술 더 마시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타락해서 술만 마신다고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가슴 속에 응어리질라고 폼 잡는 것을 확 품어내어 조금이라도 고통을 줄이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감쪽같이 나아서 새로운 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마음에 응어리진 것을 내 품지 못 하고 불행하게 된 것을 또 보게 되어 가슴 아프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타락했다는 소리를 들을지라도 술에 취해 거리라도 방황할 것이지 왜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인지 저 만큼 떨어져서 보는 나도 비통하기 그지없는데 그 가족들은 어떨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도 없다.
그렇게 가신 분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라고 기도드리면서 그 분과 비슷하게 가신 분들과 가신 모든 분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평안함을 주시라고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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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