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일주하다 보면 한라산 정기를 받은 말(馬)을 한 번 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막상 말들이 있는 곳에 가면 그러질 못 했다.
남들 보기에 쑥스럽기도 하고, 텔레비전 화면을 통하여 말을 볼 때는 별로 커 보이지 않는데 실제로 말을 보면 사람이 고개를 들어 안장 있는 곳을 올려다 볼 정도로 훤칠하여 거기에 올라탔다가 떨어질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사람이 말 등에 타면 발이 땅에 끌릴 정도이고, 마부가 고삐를 잡고 끌어야만 이 간신히 움직이는 고집 센 노새 같은 작은 말은 무슨 장난감 같아서 타고 싶지 않았다.
승마나 경마나 재미있고 스릴이 있을 거 같다.
스포츠로서의 승마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상당히 귀족적인 운동이어서 웬만한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오락으로서의 경마는 일종의 도박이어서 거기에 한 번 빠져 들면 빠져 나오기 힘들다고 하는데 말이 직접 달리는 과천 경마장 뿐 아니라 스크린 경마장에도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잘 조련된 말일지라도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단다.
말은 감정이 예민한 동물이어서 조금만 이상해도 주인장이고 뭐고 없이 난폭해져 사고가 일어나기 쉽단다.
비록 로데오처럼 등에 탄 사람이 얼마나 버티는 지를 시험하며 떨어트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커다란 말 위에 높이 앉아서 고속질주하거나 장애물을 넘다가 삐끗했다가는 낙마하여 심각한 부상을 당하거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단다.
여낙마(女落馬) 즉, 여자들의 낙마가 화제다.
남자가 말에서 떨어졌다면 별 화제 거리가 안 될 텐데 여자가 말에서 떨어지니 화제 거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여자 중에서도 특이한 사람들의 낙마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니 남녀평등 운운하면서 비약시킬 것은 아니다.
얼마 전에는 인기 탤런트가 말을 타다가 낙마하여 몇 달간 입원하는 신세가 됐다고 하여 입방아에 오르더니 이번에는 지도층 인사가 쌀직불금과 관련되어 낙마했다고 해서 화제다.
미모의 탤런트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함께 하고 싶다는 소리를 듣는 인기인이어서 관심의 대상이고, 지도층 인사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엘리트 고위 관료이기 때문에 주목의 대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 들이 낙마했다고 해서 꼼짝달싹 못 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재기(再起)라는 말을 굳이 안 써도 얼마든지 일어설 수 있는 능력과 위치를 확보하고 있어서 스타일이 조금 구겨진 정도에 불과하겠지만 엉덩방아만 쪄도 누가 볼까봐서 아픔을 참고 얼른 일어나는데 그 높은 말 잔등에서 낙마하였으니 아픔과 부끄러움이 만만치는 않았을 것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고, 작은 흠 하나 없는 사람 없을 것이다.
어찌하다 보니 무심결에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고, 가정의 살림살이가 커져서 다른 가족이 모른 상태에서 그럴 수도 있는 것인데 너무 침소봉대하여 도덕적 해이니 윤리성 부재니 하면서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아붙인다고 불만인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남들이 하는 대로 한 대수롭지 않은 것을 갖고 너무 그렇게 밝혀내고 야박하게 굴지 말라면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던 세상은 벌써 지나갔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도 안 되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하였다.
그 기준이 무엇인지 애매모호한 것이 많지만 상식이 통하는 선에서 기준이 정해지고 그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호떡집에 불난 자극의 사태처럼 야단법석을 안 떨어도 될 것이다.
주변을 훑어보면 땅 없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공동 소유 토지 손바닥만한 것을 빼고는 송곳 하나 꽂을 땅 한 평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런 땅 가난뱅이들도 고향에 논 몇 마지기와 밭떼기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능력이 안 되어 생각만 하다가 만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땅 가난뱅이들도 땅 한 평이라도 갖고 있으면 자진 신고하라는 재촉으로 며칠 간 시달렸는데 땅 부자들은 훨씬 더 곤혹을 치렀을 것이다.
건전하고 미래 지향적인 방안은 언제나 나올까?
이상한 땅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이상한 돈을 받아서 탈이고, 그나마도 땅을 못 갖고 있는 사람들은 괜시리 틈바구니에 끼어 시달리며 위화감만 커져서 탈이다.
농가 손실 보전 차원의 좋은 의미로 만들어진 쌀직불금 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르지만 그런 것은 법과 관례에 따라 상식적으로 조용히 처리될 수도 있으면서 재발방지도 가능한 문제다.
그런데 관련도 관심도 없는 사람들까지 싸잡아서 몰아치며 목숨 거는 까닭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국내외적인 경제난의 시련을 겪고 있어 의기소침한 이 어려운 판국에 그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지는 못 하고 어찌하여 엉뚱한 일에 역량을 소진시키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축 늘어지게 되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당사자 아닌 당사자로서 낙마한 사람들과 그런 일에 매인 사람들보다도 몸과 마음이 더 피곤해지는 사람들의 손해는 누가 어떤 식으로 보전해줄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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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