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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너무 고르다가

by Aphraates 2008. 11. 7.

어제는 전라북도 고창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화축제에 다녀왔다.

이 모임 저 모임에서 한 번 다녀오자는 말은 있었지만 시간들이 맞지 않아 마지막 남은 휴가일을 이용하여 국화 자매님(데보라, 레지나, 안나, 안젤라)들과 함께 다녀왔다.

레지나씨의 레슨과 나의 복지관 봉사 때문에 돌아오는 시간이 오후 3시로 미리 정해져 있어서 새벽부터 서둘러 아침 7시가 조금 넘어서 출발하였다.

그 시간에나 출발해야 국화 동산과 미당 서정주 선생님 문학관에 들렸다가  선운사 앞에서 풍천 장어를 한 점 먹을 시간이 될 거 같아서 좀 무리를 하여 시간을 앞당긴 것이었다.


호남고속도로 정읍 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찐빵, 밤, 배를 먹고 차를 한 잔씩 하고는 곧바로 선운사 길로 접어들었는데 4차선으로 확장되어 도착 예상 시간인 열 시보다도 훨씬 일찍 도착하였다.

그런데 미당 생가 좁은 길로 접어들어 국화동산 쪽을 바라보고는 깜짝 놀랬다.

노란 국화가 동산을 뒤덮고 있어야 하는데 멀리서 보니 캄캄했고, 오가는 차도 없었다.

그래서 길을 잘 못 들은 줄 알고 차에서 내려 둘러보았다.

그러나 분명히 국화동산이고, 미당 문학관이었지만 국화 동산은 민둥산었고, 문학관 마당은 차 한 대도 없이 잠겨 있었다.

내 눈앞이 검게 보이는 국화 동산보다도 더 캄캄했다.

환상적인 국화 밭이어서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큰소리치며 이른 새벽부터 움직이며 왔는데 그 모양이니 체면이 말씀이 아니었다.

이상하다는 탄식을 하며 그래도 국화 동산에는 올라가봐야 할 거 같아서 차를 몰고 가 봤다.

대형 국화 밭에는 야생국화가 관리되지 못한 채로 자라고 있었고, 군데군데의 작은 국화 밭에는 복분자 나무가 들어서 있었다.

썰렁한 국화 밭이지만 그래도 국화향기가 그윽했고 사진 촬영은 할 만 하여 몇 컷 찍고서 여차하면 구시포 해안으로 나갈 것이라며 동산에서 내려오면서 콩바심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한테 물어봤더니 국화축제는 고창 읍내에서 더 크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하고 쾌재를 부르면서 아마도 고창 읍성 인근에서 할 거 같은 예감에 거기 가서 국화 구경도 하고 읍성도 한 번 밟아보자며 차를 달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고창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국화축제장 가는 길이라는 작은 이정표를 보니 축제는 읍내에서 좀 떨어진 장성 가는 쪽에서 하는 것이어서 그 쪽으로 가다보니 백양사 가는 산 중턱에 거대한 국화 밭이 보였다.

아침나절이지만 관광차를 비롯한 차도 많고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애드벌룬과 먹거리장 텐트 풍경이 삼십 만 평의 국화 밭과 함께 어울렸다.

국화 밭이 개인 소유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넓은 국화 밭에 사이사이로 난 도로와 시설물들을 보니 개인은 엄두도 못 낼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거 같았다.

노란색, 하얀 색, 자주색, 기타 색상으로 된 국화 밭은 평지와 산 중턱에 질서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었는데 국화는 역시 노란 국화가 제 격이었다.

군데군데에서 내 카메라로 단체 사진을 찍고, 자매님들도 각자 갖고 간 카메라로 국화 밭은 담았는데 워낙 넓고 많은 국화이다 보니 지루했고 다 그게 그 건거 같았다.

차를 타고서 한 바퀴 돌아보고는 축제장에서는 입맛이라도 다시고 가야 한다면서 먹거리 장터로 갔다.

헌데 눈에 띠는 것이 없었고, 점심 식사를 하기는 좀 이른 시간이어서 고창에 왔으면 풍천장어 한 사라 먹고 가야하는데 일부러 다시 선운사 쪽으로 갈 수도 없으니 가면서 적당한 것이 있으면 하자고 하였더니  안 먹어도 될 거 같다는 말씀들이셨다.


호남고속도로 밑을 통과하고, 아름다운 계곡과 장성호가 마주치는 곳의 길가에서 무화과 맛을 보고는 백양사 입구에서 한 번 쳐다보고는 내장산 길로 접어들었다.

산의 단풍은 대수롭지 않은데 길가의 빨간 단풍나무는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산마루턱에서 바라본 내장산 단풍도 썩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주차장에 차가 많기는 하였지만 지난 날 한창일 때의 내장산 단풍놀이와는 사뭇 다른 것이 쓸쓸하였다.

시간은 자꾸 가고 점심 식사할 곳은 마땅히 나타나질 않았다.

시간만 넉넉하다면 배고프더라도 참고 산외 소고기 맛을 보면 좋을 텐데 돌아갈 여유가 없었다.


점심시간을 넘겨 들린 곳이 결국은 고속도로 휴게소였다.

너무 고르다가 눈먼 사위 얻는다고 하였는데 그러기라도 했으면 덜 서운했을 텐데 그런 시도 한 번 못해보고 멀리까지 나들이 나와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퓨전 음식으로 점심을 때운다는 것이 미안했다.

그렇다고 나까지 싫어하는 눈치며 일행들께서 미안해 할 거 같아서 “모르는 곳에 가서 식당 잘 못 들어갔다가는 아주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지만 휴게소가 특색은 없지만 그런 실할 염려는 없으니 이해하세요”라고 하였더니 여행 나온 것만으로도 기분 좋다고들 하셨다.

내가 다시 “그렇지요? 오늘 운행 거리가 350km로 대전에서 서울 왕복한 거리보다도 먼 거리입니다. 그리고 휙 둘러보는 주마간산 여행(走馬看山旅行)이긴 했지만 인촌 김성수 선생님 생가, 선운사, 풍천장어의 원산지 포구, 서해 복분자 농장, 구시포 해수욕장, 미당 서정주 선생님 생가와 문학관, 국화 동산, 고창 읍성, 고창 국화축제장, 백양사, 장성호, 내장산 길의 기막힌 여행코스를 다 돌아본 것입니다. 다음에 시간만들 내시면 이 가이드가 성심성의껏 좀 더 좋은 곳으로 좀 더 안락하게 모시겠습니다” 라며 웃었더니 아주 좋은 하루였다며 박수들을 치셨다.


너무 고르다가 눈먼 사위 얻고,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이 있지만 제대로 그래보지도 못하고 결국은 그와 비슷하게 된 나들이었다.

그렇지만 뭔가 이름질만 한 늦은 가을날의 국화자매들과의 국화 밭 여행이어서 좋았다.



<여행의 구분> 

(travel) 여행의 뜻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말로서 특히 먼 나라 또는 장기간에 걸친 여행  foreign travel 외국 여행

(trip) 보통 용무나 놀이로 떠나고 또한 돌아오는 여행 a four-day three-night trip 3박 4일의 여행

(journey) 보통 꽤 긴, 때로는 힘이 드는 여행으로서 반드시 돌아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make[take] a car journey 자동차 여행을 하다

(voyage)  해상에서의 비교적 긴 여행 a round-the-world voyage 세계 일주 항해

(tour) 관광시찰 등을 위한 계획에 의거하여 각지를 방문하는 주유 여행 a sightseeing tour 관광 여행

(excursion) 레크리에이션 등을 위해 많은 사람이 함께 하는 짧은 여행



http://blog.daum.net/kimjyyhm   http://kimjyykll.kll.co.kr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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