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 모임겸 송년회를 우리 집에서 하기로 하였다.
음식 장만은 계획대로 간단하게 하면 되지만 작으나마 연말 선물을 준비해야 할 텐데 뭣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눈치였다.
어지간한 거 사봐야 그렇고 하니 자네 솜씨를 살려 반찬이나 만들어서 돌리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였더니 그렇지 않아도 전 번에 맛보기로 조금씩 나눠 드린 오이피클을 단체로 듬뿍 만들어서 나누어 먹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었기 때문에 생각중이라고 하였다.
며칠을 생각하더니 아무래도 오이 피클이 좋겠다면서 그 것도 어지간한 정성을 들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많이 하기는 힘들고 오이 둬 접 사다가 만들어야겠다고 하였다.
재료비는 회비에서 대 주고, 수고비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신하고, 힘들지 않는 약간의 노력봉사는 내가 하겠다고 합의를 하고는 오늘부터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오정동 농수산 시장에 가서 오이 100개 들이 두 박스와 첨가되는 약간의 양념류를 사 왔다.
시장으로 가는 한밭대로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의 단품이 최고조이고, 시 청사와 정부 청사 내외의 숲들도 단풍이 멋졌다.
떨어지는 나뭇잎을 일부러 안 쓸고 일정기간 동안 그대로 둬 운치를 더하게 한다고 하더니 약간의 바람에도 이리저리 나뒹구는 낙엽이 일품이어서 단풍 구경하러 멀리 갈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좋았다.
시장에서는 오이 파는 아주머니가 바쁜 거 같아서 내가 손수레에 오이 두 박스를 싣고 매장에서 주차장까지 다녀왔다.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께서 반찬을 해 먹을 수 있는 고추, 양파, 피망 등을 조금씩 한 봉지에 담아 주면서 “사모님 갖다 드리세요”라고 하였다.
당황스러워서 “안 그러셔도 되는데......,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한 후에 봉지를 얼른 잠바 품에 넣고는 달려 나와 나중에 청양 본가에 갈 때 형님 술 아주로 갖다드린다고 삭힌 홍어를 사러 해물전에 갔던 데보라를 만나 되돌아오다가 바로 집 뒤에 있는 이마트에 들렸다.
뭘 사려고 그러는지 모르지만 주차 빌딩으로 안 들어가고 길가에서 좀 기다릴 테니 어른 살 거 사고 나오면 안 되느겠냐고 물었더니 짐이 많을 거라며 주차장으로 들어가자고 하여 그렇게 했다.
매장에서 뒤 따라다니다 보니 오이피클 담그는데 필요한 것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생필품을 사고 거기에서 주는 사은품을 담다 보니 그 큰 카에 가득하였다.
내가 입을 딱 벌리며 뭐가 이렇게 많으냐고 하였다.
그랬더니 힘도 안들이고 식구 많은 집과 애들 있는 집에 비하면 이거는 아무 것도 아니라며 저 사람들 보라고 하여 보니 카에 물건들을 산더미처럼 싣고 다니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어쩌다가 쇼핑을 함께 가면 지루해서 짜증을 부린다는 것을 잘 아는지라 서둘러서 살 거 사서 주차장 빌딩 2층에 있는 차에 옮겨 실었다.
그런데 나가는 출구 쪽 라인에 차 두 대가 점잖게 주차 돼 있었고, 그 뒤로 나가려는 차 몇 대가 대기 중이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차량 통행로인 줄 모르고 주차를 해 놓은 것인데 모르면 몰라도 운전 감각이 뒤지는 여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에 그게 확인되었다.
나가려다가 길이 막혀서 오도가도 못 하자 맨 앞 차에서 40대 초반 쯤의 여자 운전자가 내리면서 사람들이 예의도 모르고 질서도 모르고 차를 저 따위로 대 놓았다며 화를 냈다.
그리고 주차된 차 앞으로 가서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번호를 눌러대더니 바로 연결이 되었는지 “차를 통로에 대 놓으면 어떻게 해요? 급하니까 당장 빼 주세요”하고 소리를 질렀다.
조금 있다가 아가씨로 보이는 여자가 나오더니 고개 숙여 미안하다고 인사하면서 차를 빼는 중에 바로 옆에 세워 놓았던 차 주인도 나왔다.
그 사람도 여자였는데 나이가 좀 들어 보이고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차 트렁크를 열고 자기 볼 일을 보는 것이었다.
그러자 차를 빼라고 호통 치던 여자가 왜 그 차는 안 빼느냐고 소리쳤고, 그 여자는 옆 차만 빠지면 차가 나갈 수 있는데 왜 그러느냐며 오히려 화를 내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나섰다.
“아주머니 차 옆으로 간신히 차가 나갈 수는 있겠지만 거기는 통행로잖아요? 그런데 거기에다 차를 대 놓으면 어떻게 해요? 다른데도 빈 곳이 있으니 거기에 대세요”라고 하였더니 차를 빼려고 운전석에 앉았고, 소리 지르던 여자가 “사람들이 양심이 있어야지 말이야 차를 그렇게 대는 사람들이 어디 있어!”하고 큰소리치자 앞 차에서 문을 열고 한 번 휙 돌아다보더니 나가버렸다.
주차와 관련한 우스운 이야기는 향촌에 도착하여서도 있었다.
외부 차가 무단으로 주차돼 있으면 경비원 아저씨들이 돌아다니면서 책장 만 한 크기의 노란색 경고장을 조수석 전면에 붙인다.
그 경고장은 단단하고 강력 본드로 붙여 놔서 그를 떼어내려면 한참 실랑이를 벌려야 한다.
어떤 때는 그런 경고장을 전면에 몇 장씩 붙이고 그냥 다니는 무감각한 사람도 있다.
그게 잘 안 떨어기도 하지만 오기로도 그러는 것 같은데 그만큼 우리 아파트 단지에 무단주차를 하여 창피를 당했다는 증거인데도 그러고 다닌다.
주차선 안에 차를 대고 짐을 내리고 나르려는데 뒤편 차에서 두 여자가 스티커를 긁어내면서 아파트에 대고 쌍소리로 욕을 해 대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열 받았다.
돌아서서 그들을 바라보며 “이것 봐요, 젊은 여자들이 무슨 그런 저속한 말을 쓰고 그래요? 한 번 해보겠다는 거요, 뭐요? 그런 수모를 안 당하려면 안 하면 될 텐데 왜 남의 집 안마당에 차를 대 놓는 결례를 하고 뭐 할 말이 그렇게 많아요? 다음부터는 남의 아파트 단지에 무단 주차하지 말고, 필요하면 아저씨들한테 말하고 양해를 구하세요” 라고 하였더니 경고장 긁어 떼던 것을 그만두고는 아무 말 없이 나가버렸다.
자기들 집 앞에 차를 대면 더 방방 뜰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남의 집 앞에 버젓이 대 놓았다가 제재를 당하니까 험구를 하다니 아주 형편없는 여자들이었다.
뭔가를 하지 말라고 하는데 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고객 편의를 위하여 주차 빌딩을 만들고 출입통로를 만들어 놨으면 그를 지켜야지 급하다고 출입로 한 가운데 차를 대 놓으면 다른 차들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비교적 널찍한 향촌 아파트 주차공간이지만 그래도 주민들 차를 주차하기도 빠듯한데 주변에 널려있는 백화점, 대형 매장, 오피스 빌딩, 식당가에 오는 사람들이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면 주민들은 내 주차장은 남들한테 양보하고 차를 몰고 다른 곳으로 가란 것인가?
하지 말라면 안 하면 될 텐데 왜 자기들 맘대로 해 놓고서 창피한 줄도 모른 채 뭐 잘 났다고 무슨 뱃장으로 고개 반짝 쳐들고 대드는 것인지 사람들의 자질과 양식 문제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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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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