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전단과 소비자가 매칭 되기는 참 어려운데 되려면 우연히 된다.
발이 아파서 불편을 겪고 있는 데보라가 아는 사람의 소개로 기능성 구두를 하나 사러 나왔다고 전화를 하였다.
기왕이면 쓸 만한 것을 사라고 이르고 전화를 끊고는 돌아서는데 직원 책상에 특수화 제품 반값 세일이라는 커다란 글씨와 제품 모델 사진이 죽 나와 있는 것이 회사야 틀리겠지만 이야기하는 그런 신발 같았다.
그래서 그 전단지를 집에 갖고 와서 발이 이렇게 편한 걸 진작 사 신을 걸 그랬다면 좋아하는 사람한테 잘 했다고 하면서 전단지를 꺼내 그 신발과 비교해 봤더니 대동소이하였다.
그 신을 하나 더 사주고, 여차하면 나도 하나 사 신을 거라 생각하며 현충원에 연도 가는 레지오팀 일행을 픽업해주고는 전단지를 보고 신탄진 매장을 찾아갔다.
값을 따질 것도 없이 모델과 사이즈만 정하여 커플링 식으로 기능성 신발 두 켤레를 사고 계산을 하는데 밖에서 야단이 났다.
왜 그런가 했더니 주택가에 위치한 그 매장에 오려고 주차를 하던 여자 운전자가 바로 앞집에서 널어놓은 두 평 정도의 고추 매트에 차가 올라 앉아 있는 것이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무슨 일인지 그림이 그려졌다.
운전이 서투른 오십대 초반의 여자가 고추를 널어놓은 곳으로 들어가 뭉갰다는 그 사실도 모른 채 매장에 들어가 신발을 고르고 있었고, 외출했다가 돌아 온 육십 대 후반쯤은 돼 보이는 주인 여자가 고추가 망가진 것을 보고는 울그락불그락 하며 다툼이 일은 것이었다.
운전수 여자가 미안하다고 하면서 차를 빼려고 하였다.
그러자 주인 여자가 이게 미안하다고 해서 될 일이냐며 시도 걸어 놓은 차 앞 범퍼에 걸터앉아서는 “얼마 전에 누렇게 익은 벼를 갈아 뭉개는 것을 보고는 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농사짓는 사람들이 어렵게 농사지은 자기 분신과도 같은 것을 그렇게 함부로 취급했다가는 천벌을 받는다고 분개한 적이 있었는데 사람이 먹는 것을 이렇게 망가트려 놓고서 뭐 미안하다고 한 마디 하면 끝나는 거야? 세상에 몹쓸 사람들 같으니라고” 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운전수 여자가 그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얘기를 하시라며 시동을 끄고 문을 닫고는 뒤짐 지고 서 있었다.
주인여자는 차 범퍼에 앉아서, 운전수 여자는 그 옆에 서서 대치하고는 “배 째라”는 식이었다.
그러는 것을 보며 나는 그 곳을 떠났다.
진정한 사과와 적절한 보상, 너그러운 이해와 응당한 대가가 있어야 그 대치 국면이 풀릴 거 같았는데 그런 일로 밤샘하거나 경찰서로 갔을 리는 없고 아마도 구경하던 동네 주민과 행인 중에서 누군가가 나서서 중재를 하여원만한 해결이 되었을 것이다.
자기가 잘 못 해 놓고도 도저히 수습이 안 되니까 죽이든 살리든 맘대로 하라며 배를 거둬 올리고는 “배 째라”고 하는 것이나 자기 잘 못은 없지만 억울하게 당한 일을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까 거대한 상대방의 힘에 대항하여 이판사판으로 “배 째라”고 나오는 것 같은 무대포는 없어야 하는데 “죽으려 하는 자는 살 것이오, 살려고 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라는 심오한 진리를 체험하는 것도 아닌 것을 살기가 어렵다며 배짱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
그래 봐야 내 배만 아프니 그런 미련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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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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