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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무시하고 경시하고

by Aphraates 2008. 11. 29.

선생님은 제자를 무시하고, 제자는 선생님을 경시하는 풍조는 교권(敎權)에 대하여 우려할 때부터 나오던 말이다.

신성불가침의 보세구역이 무상출입의 자유수출단지로, 배움의 터전이 입시의 전당으로, 천직이 하나의 직장으로 변하던 때였다.


그 당시에는 변화하는 모습에 너나 할 것 없이 걱정들이 대단하여 이래서는 안 되니 어떻게 해야지 그대로 두었다가는 큰일나겠다고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어려웠다.

그런 걱정들은 하면서도 세태의 흐름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체념 내지는 방관하며 소극적이었다.

그 동안 교권사수와 교권존중을 외치며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로 사라지자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상호이익이고 국가발전을 위하여 바람직한 일이라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되었다.


그럼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적어도 우리 세대들이 보기에는 불만스럽다.

다정다감하던 사제지간(師弟之間)이라는 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서로가 서로를 무시하고 경시하는 것이 보편화되다시피 하였다.

그러나 양측 다 무덤덤하다.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괘씸하고, 제자는 제자대로 피곤하다.

그렇다고 갑론을박하며 따져봐야 서로가 피곤하고 답이 안 나오니까 좋은 게 좋다며 은근슬쩍 넘긴다.


선생님의 제자에 대한 말씀은 곧 법이요 목숨 받쳐 지킬 정의였으나 점수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격하되었다.

그리고 제자의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은 곧 도이요 세상끝날까지 지킬 사랑이었으나 세상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타락되었다.

그런 교권 문제는 학교에서 그치지 않는다.

여기저기에서 연계되어 나타난다.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국가에서도, 심지어는 종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자식이 말썽부린다 하여, 부모가 귀찮다 하여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지주는 합법적으로 소작인을 구속하고, 소작인은 물리적으로 지주를 배척하기도 한다.

지도자는 권력으로 피지도자를 속박하고, 피지도자는 반항으로 지도자에게 대항하기도 한다.

목자는 양들을 무시하며 함부로 다루고, 양들은 목자를 기피하며 저돌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교육의 문제에서 파생되었다고 만은 할 수 없다.

교육계도 사회 체계 조직의 하나인데 홀로 고고하게 남아 견인차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자탄도 있다.

그런 변화가 부정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논란도 있다.

그러나 교육이 잘 못 돼서 세상이 이렇게 변해간다고 탓할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그래도 교육을 통하여 바로 잡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안정적이고, 항구적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교육에서도 신식보다 구식이 더 좋은 것이 있다.

사제지간의 복원이 그렇다.

나쁠 리야 없겠지만 행여나 나중에 어떻게 될지라도 일단은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가 옛날식으로 되었으면 좋겠다.


선생님?

무조건 믿고 따라야 해.

선생님은 아무 것도 안 잡수시고 사시는 분이시고, 오로지 제자들만을 위해서 존재하신다고 생각했던 옛날식으로 해야 돼.

제자?

무조건 믿고 이끌어야 해.

제자는 죽을죄를 지었어도 보살펴야 하는 존재이고, 오로지 선생님만을 따르는 철부지라고 생각했던 옛날식으로 해야 돼.


그렇게 너그럽고 통 큰 세상의 도래가 가능하겠느냐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이해하면서도 안 될 것도 없지 않느냐는 반문을 하고 보니 아주 아무 것도 안 보이는 깜깜함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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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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