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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편안하고 듣기 좋은 소리

by Aphraates 2008. 11. 27.

한대 지방 사람들은 눈이 너무 매서워서 가까이 하기 부담스럽다.

열대 지방 사람들은 눈이 너무 풀어져서 가까이 하기 부담스럽다.

온대 지방 사람들은 눈이 적절하게 매서웠다 풀어졌다 하여 부담이 없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본인이 그 지방에서 태어나 살아왔다고 해서 너무 온대 지방 사람들을 미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한대나 열대 지방 사람들이 온대 지방 사람들을 카멜레온 같이 수시로 변하여 이 것도 아니고 저 것도 아니고 개심 치레한 것이 특색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지.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온대 지방이 중용을 지키는 것이 여러 면에서 무난한 것 같다.


사람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며 의심할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자기 자신이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도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긍정적으로 보며 인정할 것도 아니라고 한다.

사람이 너무 유하여 무턱대고 믿었다가 크게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쪽의 한대도 아니고 남쪽의 열대도 아닌 중간인 온대가 좋듯이 적절한 선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그 선을 잘 관리해야지 까딱 잘 못 했다가는 한 방에 날라가는 수가 있다.

반대로 운이 따라서 우연히 한 방의 성과를 거두어들이는 기회도 있을 수 있지만 그 확률은 한 방에 날라가는 확률보다도 훨씬 미미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방에 날아 갈 것도 아니고, 한 방의 행운을 가져다 줄 것도 아닌 방향으로 사람들을 알고 그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 행복이자 잘 사는 것이 아닌가 한다.


생면부지일지라도 출신 성분을 가릴 것이 없고, 만나거나 이야기 해 보면 먼저 푸근하고 신뢰가 가는 사람이 있다.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이 그렇다.

처음 만나는 사람일지라도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끼리는 통한다.

천주교 신자를 나타내는 묵주 반지와 성호경이 아니더라도 말 하는 것이나 하는 행동을 보면 풍기는 이미지만으로도  같은 교우인 것을 알 수가 있어서 그 때부터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된다.


편안하고 듣기 좋은 소리의 일례이다.


“성당에 다니시나요?”

“네 그렇습니다”

“교우이시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어디 성당에 다니는 아무개이고, 본명은 무엇입니다”

이렇게 대화가 시작되면 모든 것을 믿게 되고, 이해관계를 따질 거 없이 만사통과다.

상대방을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며 저울질 하거나 의심할 것도 없고, 자신을 내 세우며 무게를 잡거나 인정받으려고 할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만 하면 그만이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수더분한 차림의 식당 아주머니가 커피를 한 잔 타 주면서 혼자 들어오는 차분하고 여유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에게 “어서 오세요 소장님, 제가 가르쳐 준대로 성당은 잘 찾으셨어요” 라고 인사를 하였다.

그러자 그 남자는 “네, 어제 다녀왔습니다”라고 간단하게 대답하였다.

성당이라는 소리가 반가워서 내가 “아주머니도 성당에 다니세요?”하고 물었더니 “그게 아니고요. 저 분이 건설 현장소장님이신데 근처 성당이 어디냐고 묻기에 자세하게 가르쳐 드렸거든요. 손님께서는 성당을 다니시는가보네요”라고 되물어서 “네, 저는 대전의 OOO성당에 다닙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문을 나서면서 저편 식탁에 앉아있는 그 남자를 바라보며 간단하게 목례를 하였다.

그러자 그 남자도 역시 가볍게 웃으면서 목례를 하였다.

한 마디의 말도 없었지만 뭔가는 교우들끼리 통하는 것이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이 마음이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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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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