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 분양받은 염소가 예쁜 새끼 한 마리를 낳았다.
다른 두 마리와 함께 있는 우리에서 낳기가 쑥스러웠는지 아니면, 풀을 뜯다가 갑자기 산기가 있어 그 자리에서 낳았는지 모르지만 우리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낳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날이 올 날씨 중에서 온도가 가장 아래로 내려가고 바람도 드센 날이어서 새끼 염소가 추위를 어떻게 견딜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던 차에 직원 한 사람이 염소 새끼를 번쩍 안아다가 바람막이가 되고 자리도 푹신한 우리에 넣었다.
그러자 어미는 새끼 낳은 자리를 왔다 갔다 하며 큰소리로 새끼를 찾았고, 새끼는 자기 태어난 곳이 아닌 낯서른 우리에서 빽빽거리며 어미를 찾고 있었다.
저녁때가 되었으니 어미가 새끼 있는 곳으로 오면 좋을 텐데 내려오지 않았고, 자기 집으로 돌아온 새끼를 밴 다른 두 마리도 새끼가 빽빽거리자 이상한지 우리에 들어가지를 않았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그대로 두었다가는 어미 못 찾는 새끼가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새끼를 태어나고 어미가 머무르고 있는 곳으로 옮기고 대신에 그 자리를 바람막이라도 해 주자. 그러면 보온하는 털이 있는 짐승이기 때문에 어미는 얼마든지 견딜 것이고, 어미의 보호를 새끼도 아무 일 없을 것이다” 라고 판단하고는 그렇게 하도록 하고는 퇴근을 하였다.
그런데 다음 날 가보니 그 판단이 적중했다는 것을 알았다.
새끼를 어미가 있는 언덕 근처로 데려다 놓았더니 서로 알아보고 어미는 새끼한테 마중을 나오고, 아직 다리에 힘이 부족한 새끼는 비틀거리면서 어미를 따라 비탈길을 올라가 산실(産室)로 가서 잘 있다는 것이었다.
미물인 염소 새끼와 어미가 그러하듯이 뭐든지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순리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
무슨 일을 이루기 위한 인위적인 노력도 그런 물꼬를 터주는 방향이어야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식으로 물길을 역으로 되돌리려고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근본을 바꾸려고 한다면 거기에는 분명히 부작용이 따른다.
그리고 일이 잘 될 수도 없을뿐더러 행여나 우여곡절 끝에 어떻게 이루어진다 하여도 오래 가지 못하고 환경이 조금만 바뀌면 물거품이 되고 말이 그를 원상 복귀시키려면 안 했을 때보다도 몇 배의 노력과 경비가 들어가게 된다.
모두가 다 다방면으로 노력을 하는데도 세계 경제의 물꼬가 잘 안 트이는 것 같다.
일찍이 이런 불황과 이렇게 먹고 살기 힘든 적은 없었다고 탄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있다.
“경제 불황? 그게 뭔데? 나는 그런 따위는 알지도 못하고 생각할 겨를도 없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되면 그에 따라 살면 되지 뭐 그렇게 걱정이 많은 것인지 할 일도 어지간히도 없는 사람들이야”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없는 사람들 어렵기는 하겠어. 있는 사람들이야 기름 한 됫박에 만원이면 어떻고, 소고기 한 근 십 만원이면 어때? 가마솥에서 죽 한 그릇 퍼낸다고 표 나나? 없는 사람들은 목구멍에 풀칠하기도 바쁘지만 있는 사람들은 이런 때가 더 호기여서 불 때면 가마솥의 죽이 넘치듯이 재산이 자꾸 불어나게 돼 있기 때문에 남모르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표정 관리하느라고 힘들어”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황량한 몽고고원으로부터 휘몰아치는 매서운 한파가 서서히 밀려오는 것만은 사실인 거 같다.
물꼬를 터는데 앞장 서여 할 사람들도 속수무책인가 보다.
어려운 것은 세계적인 현상으로서 우리가 그를 피해갈 방법이 없으니 그냥 참고 견디며 믿고 따라 달라는 원론적인 설명이 되풀이 된다.
그리고 남의 다리 긁는 엉뚱한 짓을 하며 자기들 몫 챙기는 데 정신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난국 타개를 위하여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인 막연한 변명이 되풀이 된다.
그러기 때문에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갈 길이 따로 있다며 서로가 냉랭해지고, 서로를 실망하는 단계를 지나 백년지기이면서도 마주치면 “댁은 뉘시오?” 하고 묻는 서글픈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인가 보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아타깝다.
환호해야 할 날이다.
그런데 다들 그런가보다 하고 아무런 감흥이 없다.
좋은 일을 해 놓고도 좋은 소리 못 듣는 사람들이나 좋은 것을 좋게 안 보고 토라진 사람들이나 옳지 못하지만 서로가 왜 들 그러는지를 안다면 섣불리 얘기할 것도 아니다.
You : 집 준공식이 있으니 다 함께 참석하여 축하합시다.
They : 각자 알아서 할 일이지요.
You :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 겨우 이 정도 밖에 참석이 안 됐어요? 이렇게 무관심하고 체통이 안 서서야 원 뭘 해먹을 것인지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지고 한심스럽습니다.
They : 그러게요. 다들 바쁜 모양이지요. 김장하고, 혼사 집에 가고, 여행가고 하느라 깜빡 잊었을까요?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집에 대한 애착이 많이 시들해진 거 같습니다.
You : 여러분들이 협조해 준 덕으로 집이 완성됐으니 축하하는 의미에서 같이 박수를 한 번 칩시다. 그리고......,
They : 그러십시다. 그리고 집 짓는데 빚이 많이 남아 있으니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소리를 하고 싶으신 거지요? 어차피 다들 동참해야할 일이지만 글쎄요? 지금 경기가 안 좋기도 하지만 자발적으로 나누고 베풀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감이 있는 거 같습니다. 여태까지 그를 주창한 측에서는 백날 얘기해봐야 마이동풍이어서 서운하고, 죽 그를 들어 온 측에서는 식상하여 지여워하는 것 같군요. 왜 그럴까요? 문제를 해결하는데 물꼬가 잘 못 트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You & They : 그렇다고 팔짱 끼고 하늘만 쳐다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지요. 무슨 좋은 방법이 없는지 함께 고민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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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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