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양)식은 우리(동양)식과는 정서적으로나 체질적으로나 너무 다르다.
우리들이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적응하기는 하지만 우리들의 본색은 그대로여서 고무줄을 늘였다가 놓으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처럼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렇기는 김치와 된장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안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나 같은 사람은 영원히 안 맞을 것 같다.
그러나 미국식을 배척하지는 않는다.
좋은 면도 있어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들보다 앞서 나간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좋다고 숭상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잘 안 맞아 그대로 도입하여 바로 사용할 것은 아니지만 본받아서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유용하게 활용 할 것도 많다는 뜻이다.
그 중의 하나가 실리를 우선으로 하는 개인주의(individualism)와 명분을 중요시 여기는 공동체주의(communalism)를 잘 혼합하고 조절하며 살아가는 생활태도이다.
힐러리 클린턴 여사 (Hillary Diane Rodham Clinton)
남녀평등사회인 미국 사회에서조차도 알아주는 여걸이다.
민주당 상원의원이자 전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이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쟁자였다가 국무장관으로 지명 받은 맹렬 여성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좀 이해가 안 되는 인간 스타일이자 국가 시스템이다.
빌 클린턴은 그 아내 덕택에 아칸소 주지사였던 촌자(村者)가 워싱턴 중앙 정치무대로 등장하여 일약 미합중국 대통령이 되었고, 그 아내의 적극적인 협력과 후원으로 수많은 염문을 뿌리는 바람둥이면서도 연임한 성공적인 대통령 됐다고 했었다.
그 때만 해도 단순한 아내로서의 내조(內助)인줄로만 알았었다.
그리고 상원의원이 되고,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뛰어 들 때만 해도 전직 대통령 아내였다는 프리미엄을 얻는 정도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당당하게 상원의원에 당선되었고, 대통령 후보로서 막상막하의 경쟁을 벌이다가 간발의 차이로 버럭 오바마한테 패배하여 사람들을 놀래켰다.
거기에다가 이번에는 별의별 소리를 다 해가며 서로를 흠집 내던 경쟁자로부터 국무장관 제의를 받고 수락하였다.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에 대단한 나라이다.
로얄 패밀리(Royal family)로 비상하다가 추락한 불운의 케네디 일가를 떠올리게 하였다.
미국의 국무장관이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단순한 조직상으로 보면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성의 장관으로서 우리나라의 외교통상부 장관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정부 조직 서열로 볼 때 외교통상부는 기획재정부(1위)와 교육과학기술부(2위)에 이어 3위이다.
그 뒤로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가족부, 환경부, 노동부, 여성부, 국토해양부(15위) 순으로 이어진다.
정부조직 개편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외교통상부 서열이 5위였었는데 그나마 3위를 차지하여 외교의 중요성이 인식되었다는 평가인데 미국의 국무부 서열은 단연코 1위다.
미국 정부에도 각 부처 장관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국무부 장관 이외의 다른 장관들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 다른 장관들은 국무를 총괄하는 국무부 장관 휘하인 줄 알았다.
이름을 들어본 것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 나오는 국방장관, 국제 금융과 관련하여 주목받는 재무장관, 통상과 관련하여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무장관과 무역대표부, 범인 인도 문제로 이름이 등장하는 법무장관, 테러 방지와 관련하여 거명되던 국토부 장관 정도이다.
대부분의 국정 업무를 주 정부에 위임하여 주 자치권을 보장하는 연방체제인 미국 정부조직 체계에서 외교를 책임지는 국무부는 다른 부처와는 비교할 수 없는 부동의 수석 장관인 것이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초강대국인 국가의 수석 장관은 곧 세계의 수석 장관을 의미한다.
그러니 장관이라고 해서 같이 생각하면 곤란하다.
52개의 미국 주(州) 하나만 해도 웬만한 국가 국력의 몇 배 내지는 몇 십 배가 넘는데 아프리카 가봉의 봉고 대통령 휘하의 외무장관이 우리도 주권국가인데 같은 장관 서열이라고 미국 국무 장관과 맞먹으려고 했다가는 귀뺨 맞고도 남을 일이다.
물론 겉으로는 동반 장관 서열로 인정하면서 깍듯이 예의를 지키지만 속으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이다.
그만큼 국무부부 장관은 중요한 자리로서 우리나라로 치면 국무총리에 버금가는 서열인 거 같은데 그 자리에 전 퍼스트 레이디이자 정치적인 경쟁자였던 여성이 자리매김한다니 그런 당사자들과 국가 시스템을 볼 때 대단한 일이다.
아직 정식적으로 임명을 받은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전직 대통령이 외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그런 시스템의 국가 사회에서 그런 것이 통할 리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외조(外助)는 있겠지만 장막 뒤에서 나이 어린 임금을 조정하던 왕조시대의 수렴청정 같은 없을 것이다.
국무부 장관 출신이 대통령이 된 사례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대통령 당선자와 팽팽하게 맞섰던 저력을 발휘하여 차기 기회를 노릴 것도 같은데 1947년생니까 현재 61살이다.
그리고 4년 후에는 65살, 8년 후에는 69살인데......, 부시 부자(父子) 대통령처럼 왕족의 대를 이어갈지 관심 있이 지켜볼 관전 포인트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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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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