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미리 미리 좀 하지 그랬어

by Aphraates 2008. 11. 20.

자격증 관리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는 어렵지만 관리하는 데는 대체적으로 느슨하고, 미국 같은 경우는 자격증 취득은 용이하지만 관리는 비교적으로 엄격한 편이다.

이는 두 나라의 대학 시스템 즉, 대학 입학과 졸업 형태가 정반대인 것과 비슷한데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 같다.


우리나라는 자격증을 한 번 취득하면 자격 유효기간에 대해서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는다.

평생 돈을 벌어준다는 자격증들도 한 번 취득하고 나면 평생토록 유효하여 당사자가 나이 들어 침해에 걸려 요양병원에 누워 있어 도저히 관계된 일을 할 수 없어도 기본 자격에는 변함이 없는 편이다.

물론 제약조건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중간 중간에 자격 유지를 위한 일정 시간의 재교육을 이수하거나 재검진을 받는 등의 의무 조항이 있긴 하지만 그 것은 유자격자의 자질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차원이라기보다는 “당신은 이러이러한 자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고 있으시오” 라고 하는 식으로 리마인드시키는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 같은 나라는 다르다.

자격증을 한 번 취득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자격에 합당한 능력을 유지시키고 있어야 인정해 준다.

자격의 유효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에 관한 일이나 교육을 받아야 하고,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자격증을 갱신해야만 이 자격증 유효기간이 인정되는데 그 것이 만만치가 않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식이 좋은가, 미국식이 좋은가?

다 장단점이 있으니 어떤 방식이 특출하게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국계의 기술 자격증을 하나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술사에 준하는 자격증인데 미국식으로 관리를 해야 하니 신경이 많이 쓰인다.

먼저 자격증 유효기간 내에 자격증과 관련된 업무와 교육이수 사항등 경력을 관리하여 일정 점수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입력하여 미국 본부로부터 인정을 받고, 매 2년 마다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자격증을 갱신해야 한다.


그런데 그 자격증 관리가 잘 안 된다.

우리나라 대개의 자격증들이 그렇듯이 주부들의 장롱 운전 면허증처럼 취득하고 나면 별로 쓸 일이 없기 때문에 책상 서랍에 모셔두는 것이 익숙해져 있어서 2년 마다 하는 자격증 갱신은 왜 그렇게 자주 돌아오는지 없는 집에 제사 돌아오는 격이다.

그렇게 잊고 있다가 미국 본부로부터 자격증을 갱신하라는 우편이나 이메일이 오고 나서야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그나마도 못 하여 자격 정지 또는 취소되는 사람도 있다.

자격증 취득자들은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본인이 그동안 한 일을 요약 정리하여 자격증 사이트 본인 란에 입력하여 인정을 받고, 백 여 달러를 송금하고, 자격증 갱신을 요청하면 된다.

그러면 미국 본부에서는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승인하여 갱신된 자격증을 우편으로 보내주고 그 결과를 이메일로 통보하는 간단한 시스템인데도 잘 안 된다.

그때그때 마다 준비해두면 하나도 어려울 것이 없고, 시간도 몇 시간 이상 걸리는 것이 아닌데도 자격증 유효기간 만료가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준비하느라고 바쁜 것이다.


요즈음 병원을 들락거리면서도 비슷한 후회를 하고 있다.

큰 병으로 얻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

큰 병들어 병원에 가서 돈 들여가며 고생하지 말고 사전에 조심과 예방을 하고, 이상 징후가 느껴진다 싶으면 미리미리 준비를 하면 될 텐데 큰일이 터지고 나서야 바쁘게 하여 손해를 보는 것이다.

한 번 당하고 나서는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하지만 다 낫고 안 아프면 언제 그런 생각을 했느냐는 듯이 까마득하게 잊고 있다가 다시 어디 이상이 발생해야만 이 병원을 찾는다.

그런 시행착오를 스스로 인정하고 안 그러겠다고 다짐을 하면서도 시간과 돈과 건강에서 많은 손해를 보고 나서야 또다시 기약 없는 반성을 하니 문제다.

이상하게도 병원에 다니는 시점과 미국 자격증 갱신 시기와 겹쳐서 미리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이 더 후회스럽게 느껴졌다.

미리미리 준비하면 그렇게 야단을 떨거나 조바심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매 번 왜 그러는 것인지 다음에도 마찬가지로 그럴 것이라고 예상은 하지만 정말로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자며 심각하게 반성을 했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kimjyykll.kll.co.kr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니는 참 좋겠다  (0) 2008.11.22
초기진화(初期鎭火)  (0) 2008.11.21
아프지 말아야지  (0) 2008.11.19
별 일 없으세요?  (0) 2008.11.18
그러리니 하면서도 이기는 삶  (0) 2008.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