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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아프지 말아야지

by Aphraates 2008. 11. 19.

병원에 가면 없는 병도 얻어 온다는 말이 있다.

또한 웬만한 병은 검사받다가 더 병든다는 말도 있다.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

무슨 병인가를 고치러 병원에 갔다가 모르고 있던 병도 찾아내어 고치게 되고, 육신이 멀쩡한 사람으로서 몸이 불편한 환자들을 보고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는 것을 부정적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 못이다.

또한 무슨 병이던 정확한 진단이 나와야 올바른 치료가 가능하여 할 수 있는 검산ㄴ 다 받아보는 것이 마땅한 일인데도 처음 해 보는 여러 가지 검사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잘 못이다.

그러한 말들은 의학에 대하여 무지한 사람들이나 우스개 소리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병을 고치러 병원에 갔는데 그럴 리야 천부당만부당하겠지만 그런 불만의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적으로는 나도 오늘 그랬다.

어깨 통증 때문에 특정 검사를 받으면서 1시간 이상을 밀폐된 통속에 누어서 꼼짝달싹 못하며 괴상한 기계음에 시달리다 보니 아픈 어깨가 문제가 아니라 이러다가 사람이 돌아버리겠다는 생각과 함께 머리와 온 몸이 터질 것만 같았다.

병을 고치려면 그만한 고통은 참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환자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 채 기계 위주로 검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컸다.

프라이팬에 올려진 생선 모양으로 몇 번인지 모르지만 비슷한 상황으로 연속되는 검사에 이제나 저제나 끝나기를 기다리다보니 이거는 환자의 병을 고치려고 검사를 하는 것인지, 기계를 통하여 환자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었다.

기술자의 한 사람으로서 생각해 볼 때 그렇게 비싼 기계와 비싼 검사비라면 환자가 고통스러워하지 않게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 할 텐데 왜 그렇게 기계에 사람이 매여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통 속에서 얼마인가를 시달리다가 검사하는 자세를 바꾸려고 통박으로 끌려나왔을 때 진절머리를 떨고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본인 : 지금 시간이 얼마나 경과 됐습니까?

선생님 : 1시간 조금 넘었습니다. 잘 참아 내셨는데 어려우신가요? 조금만 참으시지요. 자세를 바꾸어서 한 번 더 촬영해야 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은 안 걸릴 겁니다.

본인 : 당연히 어렵지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잘 견디는지 모르지만 맨 정신으로 통속에 들어가 요상한 소리를 들어가며 1시간 이상을 견디는 것이 가능한 일입니까? 이 기계 첨단의료장비 맞습니까? 제가 뭘 몰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어깨 사진 몇 장 찍는데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요?  그 오랜 시간 동안 사진촬영을 계속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기계 작동을 위하여 워밍업을 하는 것입니까? 좀 더 간편하고 신속한 검사 기법이 없는지 연구해 봐야 할 거 같습니다. 그나저나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 거 같은데 어떻게 고려 좀 해주세요.

선생님 : 네 알겠습니다. 이어폰의 음악도 바꾸고, 최대한 신속하게 촬영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검사를 예정대로 마치고 허둥지둥 나왔는데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검사였다.

중병 때문에 별의별 검사를 다 받아본 사람들의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을 때 오늘 내가 받은 검사 이야기는 없었는데 그런 걸로 봐서는 별 어려움 없는 검사라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지만 나로서는 그렇지도 않았다.

남들이 버린 대수롭지 않은 뚝배기가 나에게는 보물이 된 격이었다.

검사가 끝날 시간이 되었는데 연락이 없어 걱정이 되었는지 데보라가 전화를 했다.

그래서 자세한 이야기는 집에 가서 하기로 하자며 “아픈 사람만 서럽다더니 정말 그러네. 아프지 말아야지 이거 사람이 할 일이 아니구먼. 아이고, 죽는 줄 알았어” 라고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볼 일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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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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