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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자, 흥 좀 내시십시다

by Aphraates 2009. 4. 29.

내가 있는 이 곳에서는 4.29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진다.

기초 지방 자치단체인 이 시(市)에는 선거구가 3 개 있는데 그 두 곳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그러니까 나 같은 소수의 외지인을 빼고는 시민 전체 거의가 유권자인 셈이다.

외지인은 이방인이다.

이방인은 당연히 재선거에 대해서 관심도, 아는 것도 별로 없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전국적으로 재보선(再補選)이 치러진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이 지역구에서 도중하차한 국회의원 둘이 누구이며 왜 그만두었는지, 선거에는 누가 출마를 하였으며 선거 이슈가 무엇인지 모른다.

왜 몰라, 그래서는 안 되잖아?

안 되기는 뭘 안 돼?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나는 이 지역의 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렇다지만 선거권을 갖고 있는 지역 주민들은 나보다 더 무관심하면 했지 덜하지가 않는데 내가 관심을 갖는다거나 뭘 알려고 한다면 월권이니 말 들을 테니 그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시내의 그런 곳만 찾아다니는 것도 아닌데 너무 선거 분위기가 아니다.

어쨌든 경사 집은 경사 집이다.

그런데 오가는 사람도 없고, 이렇다 저렇다는 말도 없다.

이 곳은 원래 그런 동네가 아니라 정치적 성향이 강한 동네다.

이 곳 뿐만 아니라 재보선이 치러지는 전국 곳곳이 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너무 썰렁한 것 같다.

궁금해서 객인 내가 토박이한테 이거 왜 이러냐고 물었다.

대답은 “글쎄요?” 이었다.

답답해서 다시 “아니 말 못할 무슨 곡절이 있는 거요 아니면, 뭘 숨기는 거요? 그러지 말고 화끈하게 얘기 좀 해 봐요” 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정말로 아는 것이 없으니 혹시 다른 지역에서 무슨 얘기 들은 거 있으면 들려주세요” 라고 하였다.

이런 상태에서는 대화가 안 통하니 그만두었다.


선거 판이 쓸쓸해도 너무 쓸쓸하다.

관련기관에서는 투표에 참여하자는 홍보를 계속하고, 언론에서는 특집 기사와 선거방송을 하고, 출마자들은 신발에 땀나도록 뛰어 다닌다.

그리고 선거 사무를 지원하는 사람들은 비상대기다, 출근시간 지연시행이다 하면서 바쁜데 정작 주인공들은 그러고 있다.

대선도 아니고 총선도 아닌 지역적인 선거라서 그런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럴 수는 없다.

마시고 노래 부르는 즐거운 잔치 집처럼 손님들이 북적여서 구두를 잃어버리고 맨발로 돌아가는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그래도 명색이 국사를 다루는 국회의원을 뽑는 중차대한 행사인데 이래서야 되겠는가?


민심이 그런가 보다.

물 흐르듯이 순리대로 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여야 제대로 되는가 보다.

거물급 인사들이 국운이 걸린 중요한 선거이니 우리를 지지해달라고 목이 메어 지원 사격을 해도 “지금 뭣들 하시는 건데요?” 하는 형편이니 김빠지고,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가 민주주의 발전의 기초가 되는 것이니 투표에 참가하자고 가두방송을 해도 “시끄러우니 다른 데 가서 해요" 하고 밀쳐내는 실정이니 힘 빠진다.

선거권이 없는 내가 봐도 좀 심한 것 같으니 아침이 되면 기적같이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모두의 마음이 좀 돌아서서 들뜬 기분의 경사 집은 못 되더라도 그래도 한 표는 행사해야 한다는 억지춘향의 분위기라도 되어서 선거가 잘 끝났으면 좋겠다.


자, 흥 좀 내시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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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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