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 철은 칼 휘두르듯이 빠르게 훌쩍 지나가버렸다.
가까운 해외라도 나가 볼 까 하고 폼 잡던 것은 SI광풍 때문에 단칼에 접어야만 했다.
다른 모임들도 바쁘지만 그 거는 그 거고 이 거는 이 거니 뭐 좋은 스케쥴좀 만들어보자는 말만 있었지 무딘 탈 녹슬듯이 지나갔다.
그렇다고 뽑은 칼을 그냥 집어넣을 수는 없으니 한 번 휘둘러 봐야 하고, 내가 뽑은 카드이니 대박을 터트리던 대박을 터지던 내밀어야 하니 가까운 곳 어디라도 간단하게 다녀오는 것으로 이름 지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문화동 사람들” 모임에서 가볍게 나온 이야기들이었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여름이 되기 전에 한 번 쯤은 나들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어서 계획을 짜서 메시지와 전화를 통하여 의견수렴을 하였다.
그런데 여행지와 경유지, 여행경비, 여행방법 등 다른 것에는 별 문제나 이견이 없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여행일정에서 답이 나오질 않았다.
5월 초 며칠간의 연휴인데 아이들과 놀거나 어르신들을 모셔야 할 입장들은 아니고, 그래야 될 입장이라면 아이들과 어른들은 각자 별도의 날을 잡아서 하면 될 거 같아서 그 때 한 번 움직여 보자고 운을 뗐다.
합의가 안 됐다.
나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하여 불참하지만 그에 상관없이 추진하라는 회답이 있었다.
그러나 많지도 달랑 일곱 부부 중에 한 부부라도 빠지면 허전하고 서운하니 그럴 수는 없어서 일자 조정을 하였다.
그러면 그 다음 주 주말을 이용하여 1박2일로 좀 먼 곳으로 가면 어떻겠느냐고 메시지를 보냈다.
두 번 째 합의 실패였다.
이번에도 내가 무슨 일이 있어서 못 가지만 백 프로 참석은 어려우니 그대로 진행하라는 연락이 왔는데 역시 그럴 수는 없었다.
삼 세 번에는 합의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고, 얘기 나온 김에 마무리 짓고 싶어서 그럼 그 다음 다음 주는 어떤지 의향을 물었다.
이번에는 2개의 조건이 따린 조건부 합의가 이루어졌다.
첫 번 째 조건은 그 날은 내가 무슨 일이 있지만 참석하도록 최대한 노력해 볼 것이고, 그런 식으로 일일이 사정 들어서 하다가는 일이 안 되니 그냥 밀어붙이라는 것이었다.
두 번 째 조건은 새벽 일찍 출발하여 저녁 늦게 돌아오는 당일치기도 좋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조건부로 불확실하게나마 여행일자를 택일하였다.
그리고 그 날은 만장일치로 동의한 것이니 절대로 변동이 없이 강행한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 것도 그 때 가봐야 한다.
회원들 마음이 오뉴월에 팥죽 끓다시피 변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날까지는 시간이 아직 시간이 멀었기 때문에 그 안에 누구한테 무슨 돌발 변수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변수가 생기면 그 때 가서 다시 결정사항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
참 날짜 잡기 어렵다.
대사를 치루기 위한 운수 좋은 길일을 고르는 것도 아니고 가까운 사람들끼리의 나들이 나가는 일정 하나 택일하는 것인데 그 것도 그렇게 어려우니 수많은 사람들이 연관된 큰일의 경우라면 맨날 탁상공론하다 말게 생겼다.
그렇지만 그러는 것도 하나의 정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야 통화라도 한 번 더 하여 안부를 나눌 기회가 있고, 편안한 모임이어서 어떤 제약과 격식에 얽매일 것도 아니니 편한 대로 하면 되는 것이니 번거로움이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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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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