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와 미사곡, 클래식과 세미클래식, 가곡과 동요, 국악과 민요, 가요, 팝송, 뉴에이지 음악, 안데스와 라틴계 음악, 흑인 영가, 유럽 알프스계통 음악, 오케스트라 연주곡, 서커스 음악......, 이것들은 분위기에 따라서 찾는 것들이다.
성탄절이나 부활절에는 성가를 들으며 그 의미를 되새기고, 조용한 시간에는 클래식과 뉴에이지 음악으로 편안해 하고, 술 한 걸치면 백마강과 동백 아가씨의 가요를 따라 부르고, 그리운 추억이 떠오를 때는 그 때 그 시절의 동요와 팝송을 듣고, 따분할 때는 안데스 음악과 서커스 노래로 두드리고, 변덕이 나면 다른 것도 찾는 식이니 내가 생각해 봐도 뭘 좋아한다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거는 완전히 잡탕이다.
음악이라면 정통의 오페라, 클래식, 판소리 같은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스스로를 그렇게 폄하하니 좀 창피하기도 하지만 그게 나의 한계이다.
정통 음악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몰라서 그런지 가까이 하기에는 부담스럽고, 그 취향이 아니어서 그런지 부럽다거나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고 졸리다.
모르면 배우면 되고, 정통만이 정통이라고 하던 시대는 지났고 내가 하는 것이 정통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자유 시대이니 내가 듣기 좋은 것을 편안하고 즐겁고 들으면 되는 것이지 어려운 것을 모른다고 해서 의기소침하며 패배주의로 나올 필요는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 것은 아닌 것 같다.
요즈음은 변덕이 났다.
러시아 민요와 가요를 자주 찾는 것이다.
러시아(소련)는 내 취향이 아니다.
어렸을 적에는 로스께 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소련 사람들의 이미지가 싫었고, 철이 들어서는 음침한 북극곰처럼 어슬렁거리는 동토의 공산주의 국가가 싫었다.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지만 왜 그런지 싫었다.
그러다가 러시아를 싫어하는 단계를 지나 기피하게 되었는데 그 결정적인 원인은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개방화를 지향하던 90년 대 초에 모스크바와 볼가 강 지역에 다녀오면서부터였다.
나라가 혼란스러워 불안하기도 하고, 선입관이 안 좋아서 망설였지만 다녀와야 한다는 회사의 명에 따라 다녀왔다.
비행기 안에서 그 나라에 대한 좋지 않던 기존 생각을 떨쳐버리자고 정을 붙이자고 단단히 각오하였다.
그러나 공항에 입국하면서부터 출국할 때까지 1주일 넘게 머무르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결과가 얼마나 실망스럽고 고생스러웠는지 한 마디 소감으로 말해서 “러시아를 다시는 찾지 않을 것이다” 라는 것이었다.
예전에 논산 훈련소에서 훈련받은 사람들한테 그 곳에서의 훈련이 어땠느냐고 물으면 생각하기도 싫다며 “그 쪽에 대고는 OO도 안 눈다” 는 말로 그 지긋지긋함을 대신하였는데 그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그렇게 실망스럽고 정을 붙일 수 없던 나라에 대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러시아 노래 때문이다.
러시아 노래가 그 나라에 전반적인 인식을 변하게 한 것이다.
동양적인 내가 그 쪽 노래를 가까이 할 거 같지 않은데 우연히 듣고 나서부터는 뭔지는 모르지만 왠지 낯설지가 않고 가슴 뭉클한 그 무엇이 있어 자주 찾으니 참 희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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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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