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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잘 어울린다

by Aphraates 2009. 5. 5.

오늘은 새벽에 잠에서 깨자마자 사람은 다 격에 맞고 잘 어울리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너무 조속하여 오버하는 아이들이라는 기사와 목전의 이익에 혈안이 되어 수준 이하의 작태를 자행하는 어른들을 보고 어린이는 어린이다워야 하고 어른들은 어른스러워한다는 사무침이 있었기 때문인 거 같았다.


그 때 그 시절에......,

평범한 직장인들은 직장에서나 개인적으로나 회식을 하고 나면 전체 인원이 그대로 자리를 옮겨 뒤풀이를 하였는데 주로 볼링, 당구, 마작, 카드, 화투 등등의 오락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가 노래방이 생기면서부터는 노래방 패와 오락방 패로 나뉘는 추세로 가더니 지금은 그도 저도 아닌 각자 자기 맘대로 하는 프리(Free)다.

일부 사람들이 끼리끼리 뭉쳐서 은밀하게 오락을 하거나 입가심으로 2차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단은 “각자 집으로!”의 구령이 떨어지며 그에 따라 자율 행동을 하는 것이다.

때려 주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지나가다가 두더지를 실컷 두드리던가 야구 배팅을 하던가 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마나님 앞으로이다.


나도 오락을 하긴 했는데 가끔이었고 대부분은 맘 맞는 술꾼들끼리 어울려 2차를 하였다.

비싼 집에 가서 무리를 하거나 엉뚱한데 가서 바가지를 옴팍 뒤집어쓰고 그 이튿날 후회막급으로 난감한 적도 대개는 허름한 집에 가서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시고는 집에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가는 것이었다.

그런 행사를 지겨울 정도였으나 할 때는 좋았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돈 버리고 몸 축내가면서 왜 그런 무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것도 다 한 때이고, 그 당시로서는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


흐르는 세월에든, 변하는 세상에든, 자기 주제에든 잘 어울려 살면 그게 행복이 아닌가 한다.

한 참 전의 일이다.

자수성가하여 큰 부를 이룬 친구가 술자리를 마련하였다.

허튼 돈이라면 한 푼도 안 쓰는 지독한 사람으로 소문난 그가 어쩐 일로 친구들한테 근사하게 술을 다 산다고 한 것인지 의아했고, 나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몇 번 전화를 하면서까지 왜 오라고 하는지도 이해가 안 됐다.

그 친구하고 특별하게 가까워야 할 일도 없고, 멀리 해야 할 이유도 없어서 서울 외곽의 격조 있는 가든에서 푸짐하게 한상 때려 먹었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정상적인 교육이 부족한 그 친구는 모임을 하면서 어색한 것이 있었지만 친구들끼리 그런 것을 따질 형편도 아니어서 화기애애하게 1차를 마무리하고는 차를 마시면서 2차를 이야기하였다.

그 친구는 체구에 걸맞게 호탕하게 웃으면서 오늘 밤은 자기가 아도한다면서 방배동에 물 좋은 곳이 있으니 거기로 가자는 것이었다.

갈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이야기를 하다가 낸 결론은 술도 취하고 했으니 그러지 말고 가든에서 놀 수 있으면 좀 놀다 가자는 것이었다.


으슥한 뒷방으로 옮겨 두 패로 나뉘어 고스톱이 시작되었다.

양주와 맥주가 연거푸 들어와 돌려 지고, 분위기는 고조되어 그렇게 즐거워 할 수 들 없었다.

그러나 그런 좋은 분위기는 오래 가지 못 했다.

저쪽 판에서 게임 룰 적용에 무슨 문제가 발생했는지 목소리 톤 높아지는 것이 잦았다.

우리판에서는 주인공이 파토를 내는 형국이었다.

그 친구는 술 산 것을 은근히 과시하였다.

그러나 현찰이 중요하다는 철칙에 따라 게임에 몰두한 다른 친구들은 그 친구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고 그만하라고만 했다.

술 마시면 본성 나오고, 돈 잃고 속 좋은 놈 없다더니 그 친구가 꼭 그 격이었다.

그러다 보니 판이 깨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큰 돈 들여 술을 산 그 친구 체면이 땅에 떨어져 뭐 주고 뺨맞는 처지에 놓일 위기였다.

나돈 술이 얼찐했지만 그 친구를 더 이상 보고 있거나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잠시 말을 안 하고 있는 틈을 타서 그 친구 귀에 다 대고서 “네가 술을 사서 잘 먹었고 즐겁게 해줘 서 고마운데 지금 너 하는 것은 안 어울리잖아? 돈도 많고, 돈도 많이 써 봤을 거 아니야? 그런데 안 어울리게 왜 그래? 그러려면 이런 자리는 뭣 하러 만들었어? 돈 쓴 것을 짠하게 생각하지 말고 기왕 주는 거 홀딱 벗고 준다고 생각하면서 크게 좀 놀아라. 지금부터 아무 소리 하지 말고 친구들이 하자는 대로 하고, 돈 낼 것은 네가 다 책임지고 내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라고 일침을 가하였다.

그러자 그 친구는 “그럼, 그래야지. 야, 역시 너는 너다”하면서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으나 간간이 꿰지는 소리를 하는 것은 여전했다.

그 친구가 어렵게 하면서 물불 안 가리고 돈은 많이 벌어 거부가 되었지만 기본적인 인격 수양이 부족하여 자기는 그런 줄도 모르면서 안 어울리는 생각과 행동을 하는 졸부 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데 하나가 좋으면 하나가 부족한 인간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애들이든 어른들이든 각자의 처지가 다르니 사는 것이 같을 수야 없지만 그래도 애들은 애들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너 한테 안 어울리잖아?” 하는 소리를 안 듣고 “너 한테 잘 어울린다” 라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지를 반성하다보니 어린이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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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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