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輩)서양인들이 볼 때는 동양인들은 쌍까풀이 없는 눈이 더 아름답다고 하는데 왜 그랬어?
後輩)세상이 잘 안 보여서 잘 보이게 하고, 서양 문물에 젖어보려고 그랬는데 뭐가 잘 못 됐나요?
先輩)잘 못 됐다고 할 수는 없고, 그렇다면 다행이야. 나는 혹시 더 많은 돈과 더 좋은 사람을 찾고자 눈을 떠 크게 뜨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해서 걱정했는데 그건 아니지?
後輩)그렇지 않다고 부인하기도 어렵네요. 헌데 여자들은 수술한 것을 대번에 알아도 남자들은 잘 모를 텐데 왜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시는 거죠? 교차로에 광고라도 내시려는 것 같아요.
先輩)그런 것은 아니고. 전의 이미지하고 자꾸 비교가 돼서 한 번 물어 본 것인데 진위여부를 떠나서 안 했을 때 보다는 지금이 훨씬 낫다고 해야 되겠지?
後輩)그렇게들 봐 주셔야 편안히 잠을 이룰 수가 있으니 고마운 일이지요. 아무쪼록 예뻐지고 싶은 여자의 마음이니 예쁘게 봐 주세요.
그런 얘기를 한 그들은 직접적인 학교 선후배지간은 아니다.
그렇게 부르고 대해야 편하다며 회원 전체가 동의한 모임에서 넉살 좋은 남자 선배와 수줍음 안 타는 여자 후배가 쌍까풀 수술에 대하여 주고받은 이야기였다.
눈이 예쁘지 않아 보기 싫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눈이라 해도 제 멋대로 아무렇게나 붙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보는 데 지장이 없으면 되는 것이지 왕눈이면 어떻고, 와이셔츠 단추 구멍 눈이면 어떤가?
그게 대수인가 뭐?
겉모양과는 상관없이 눈동자와 마음의 눈이 올바르면 된다.
나를 생각하고 바라보는 눈동자가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 눈동자는 그리움이 가득하고 선한 사랑의 눈동자일 것이다.
나는 여느 사람이나 별다른 것이 없다.
남들처럼 그저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것인데도 누군가가 궁금해 하며 관심을 갖고 그윽한 눈동자로 바라보는 것은 나로 하여금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런 눈동자가 있는 한 나는 삶이 고달플지라도 고달파 하지 않을 것이며 결코 모나고 악한 사람이 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후회와 악이 가득한 공포의 눈동자라면 기분 나쁠 것이다.
나는 세상의 온가 악을 물리치고 착하게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고 기회만 되면 덮칠 태세의 게심치레한 눈동자로 본다면 불신과 절망과 증오를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런 눈동자가 있는 한 나는 삶이 편안 할 수가 없을 것이며 결코 선하고 착한 사람이 될 수가 없을 것이다.
나를 사랑의 눈동자로 봐 주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의 사랑의 눈동자로 바라 볼 수 있는 사람도 많았으면 좋겠다.
앞뒤를 봐도, 옆을 봐도, 어디를 봐도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어려운 처지일지라도 그대 창문을 바라보면 불이 켜져 있으나나 꺼져 있으나 모든 근심걱정이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첫 사랑의 눈동자처럼 누군가가 나를 바라다보고 있고, 내가 누군가를 바라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나님 생일인 줄도 모르고 밤늦게까지 “형님 한 잔 하시오, 아우님도 한 잔 하게나” 하다가 사이드를 통해서 알고는 허겁지겁 달려갔다가 다시 술집으로 쫓겨 난 아우님의 죄를 용서받게 해 주기 위하여 응원차 다른 아우님이 준비한 장미 꽃다발을 들고 103동으로 쳐들어갔었다.
우선 일상적인 이야기와 농담으로 죄지은 아우님을 묵사발 만들었다가 아무리 사철한 남자들이라 해도 남자들은 다 그렇다면서 서서히 기를 살려주는 것으로 화해의 장을 만들어줬다.
그 실수 때문에 아우님은 두 손을 모으고 와아셔츠 단추 구멍 눈으로 머리를 조아리고, 마나님은 팔을 걷어붙이고 씩씩거리며 왕 눈으로 기세등등하였지만 내일 아침에는 평상으로 돌아가 사랑의 눈동자임을 확인시켜 줄 텐데 사람 사는 게 다 그렇고, 부부지간이 다 그렇다.
자정 무렵에 중앙 통로를 통하여 걸어오면서 112동과 115동의 아우님 네들 집을 바라보니 깜깜한 것이 한 밤중이었다.
나는 술이 만땅이 되어 게심치레 한 눈으로 손가락질을 해가면서 7층과 14층에 불이 꺼졌다는 것을 확인하였지만 그 아우님 네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눈을 감고 세상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 감겨져 가는 이 눈이나 감은 그 눈이나 역시 사랑의 눈동자라고 생각하니 비록 몸은 늘어졌지만 발걸음은 무겁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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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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