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7,9(삼오칠구)는 판떼기에서 쓰는 수열이라서 한 동안 자주 썼기 때문에 대번감이 잡히지만 3, 5, 10, 30, 50, 100의 수열은 낯설은데 무슨 숫자인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거나 실제로 내는 애경사(哀慶事)의 부조금 액수다.
부조금은 애경사를 치르는 분들에 대한 나의 성의이자 인사이니 돈의 액수로 따질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이고 평화로운(?)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각자 실정에 맞게 룰을 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
절친한 친구 둘이 있다.
그런데 이 친구의 아들을 장가 보내는 데는 10만원 봉투를 했고, 저 친구의 딸을 시집보내는 데는 5만원 봉투를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두 친구가 그 봉투를 알게 되었다면 5만원 봉투의 친구는 서운할 것이다.
그러면 그렇게 분류된 금액은 어떻게 적용될까?
직장이나 사회에서 보통으로 아는 사람이라면 3, 친구와 친지와 좀 어렵게 여겨지는 사람이라면 5, 꼭 챙겨야 할 처지라면 10, 직계 혈족이라면 30에서부터 100을 넘어 그 이상일 수도 있다.
그 정도 수준으로만 하려고 해도 한 달에 여러 건을 챙기려면 만만치 않은데 직접 찾아가서 인사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면 더욱더 그렇다.
그런데 금액이야 얼마가 됐던 간에 인사를 잘 챙겨야 한다.
까딱 실수하여 빠트렸다가는 본인은 본인대로, 상대방은 상대방대로 입장이 난처하고 서운하게 된다.
나는 끔찍하게 생각하고 상대방의 애경사에 직접 참석하거나 온라인으로 인사를 하고 해야 할 도리를 다 했는데 상대방은 나의 애경사에 모른 척 한다면 하나를 주면 하나를 받아야 하는 바터 제는 아니지만 서운한 것이고, 그 때문에 죽 이어져 오던 인간관계가 단절 될 수도 있다.
생각지도 않은 사람이 찾아와서 기쁨과 슬픔을 같이 해주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지만 와야 할 사람이 안 와 준다면 “나는 했는데 너는 안 했어? 어디 두고 보자” 하는 괘씸한 생각이 들 것이다.
지인이 상을 당했었다.
그런데 문상은커녕 모른 체 하는 사람보고 “그 거는 사람도 아니다” 라고 하면서 분개한다는 제 삼 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달랬다.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요. 그 사람이 그럴 리야 있겠어요? 그리고 그런 일을 당한 당사자로서는 서운할거예요. 하지만 나도 가끔 인사를 못하여 미안하거나 나중에 늦게 인사를 하는 경우에도 없는 짓을 할 때가 있는데 서로 이해를 해야지 그게 전부인양 생각하면 더 속상할 거 같아요. 그러니 기회가 되면 두 사람이 화해가 되도록 해 줘요” 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또 다른 그런 전과가 있었는지 “사람이 꼭지가 덜 떨어진 것인지, 무식이 통통 튀는 것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면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는지 모르겠어요. 한 편으로 생각하면 불쌍하면서도 아는 체 하고 싶지도 않아요” 라고 서운함을 감추지들 못했다.
부조 때문에 상부상조의 정신이 훼손되고, 감정싸움으로 비화되어 그럭저럭 무난하던 인간관계가 삐꺼덕거리는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누락된 부조가 문제이지만 간접적으로는 인간성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인간성 회복을 위하여 3, 5. 10..., 을 따지기에 앞서 적절한 부조 문화가 확립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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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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