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꽃 박람회가 열리는 안면도를 비롯하여 전국의 유명 관광지 대부분은 밀려드는 차량행렬과 인파로 몸살을 앓고 있단다.
바쁘게 살면서 없는 시간을 쪼개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렇게 알탕달캉 여행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러나 대개는 그 소문만큼 푸짐하지 못하다.
우리 동네 이발사 님 말마따나 소리만 요란했지 막상 가보니 별 거 아니더라는 것처럼 오다가다 길바닥에서 시간 다 허비하고 가봐야 실망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지만 안 가면 궁금하고 서운한 것이 행락철 나들이이고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 축제다.
우리는 한 참 전에는 황금연휴에 어디를 갈 것인지 고민이 많았었다.
그러나 막상 때가 되어서는 상상의 여행조차도 못 하고 폼만 잡다가 끝이 나고 말았다.
거기에다가 오늘은 큰 게임은 아닌 작은 게임에서 멋진 폼으로 한 골 넣으려고 했는데 골인될 찰나에 헛발질 할 뻔 했다가 게임이 종료되었다.
오늘의 원 계획은 청양과 보령 산소에 들려서, 안면도 꽃 박람회장을 거쳐, 대천 어항에 가서 꽃게한테 인사 좀 하고 온다는 일정이었다.
출발하면서 먼저 데보라가 어항의 박(朴)씨 아주머니께 전화를 하여 요즈음 꽃게가 풍어라고 하던데 어떠냐고 물었다.
한 참 동안 “네, 그래요, 그렇군요”를 연발하면서 통화를 하고 나더니 “요즈음 꽃게 철이긴 한데 지금은 조금 때라 어획량이 적고, 값도 kg당 삼 만원이 넘으니 한 열흘 후에 오라고 하네요. 텔레비전에서 꽃게 많이 잡힌다고 야단이더니 값이 그 정도면 어디 맘대로 사 먹을 수 있겠어요? 어떻게 그래도 한 번 들려 볼래요? 그러지 말고 어항에는 다음에 가기로 해요” 라고 했다.
내가 판단해도 그냥 갔다가는 재미없을 거 같아서 못 이긴 채하고 슬며시 “그러지 뭐” 하는 말로 어항에 들리는 것은 취소하였다.
이번에는 내 차례였다.
서산의 지인한테 전화를 하여 “안면도에 가보려고 해요. 출발하면서 뉴스를 들으니까 서산 시내까지도 차가 막힌다고 하던데 실제가 그런 것은 아니지요? 예보나 방송하는 것이 실제와는 동 떨어진 경우가 많은데 안면도의 경우도 그럴 것 같은데 어때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지인은 “땡! 틀리셨어요. 아이고, 말씀도 마세요. 웬 차들과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징그러울 정도예요. 현재 상태대로는 1박2일 이라면 몰라도 서산이나 천수만까지만 왔다가 돌아가시면 맞을 거 같아요. 오시면 맛있는 거 사 드리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기다림 자체로 끝나야 할 거 같아요. 단념하시고 다음 기회에 오세요” 라고 하였다.
어항도 X(엑스), 안면도도 X이니 당연히 서해안 바다는 X이고, 보령 산소도 다음으로 미루어야만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청양뿐이다.
청양만 다녀올 거 같으면 그렇게 일찍 서두를 일이 아니었는데 나선 길을 되돌려서 쉬었다가 갈 수도 없었다.
데보라가 기왕 나선 길이니 천천히 다녀와 집에서 푹 쉬자고 하였는데 며칠 푹 쉬고 뭘 또 쉬자는 것인지 지나치는 말이지만 우스웠다.
시야가 확 트이는 화창한 날씨였다.
계룡산 자락의 아직 덜 여문 싱그러운 신록을 보니 눈이 다 시원해지는 기분이었고, 금강의 푸르른 물굽이를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을 쏘이니 가슴이 다 확 트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 참인 공주-서천 고속도로 공사 현장 옆의 익숙한 길로 칠갑산 자락의 미당 본가를 향해 달리다 보니 몸과 마음 모두가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산소에 들려 본가에서 동네 이야기를 들으며 옛맛대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형님 내외분과 서울에서 내려온 조카들이 챙겨주는 쑥개떡, 시레기, 김치, 옥수수, 매실차, 산나물, 상추 보따리를 트렁크에 싣고 이번에는 백제 큰길을 통하여 백마강을 껴안고 집에 왔다.
노곤한 것이 졸리기도 했지만 싱그러운 산하가 그를 커버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늘 다녀서 잘 모르지만 외지인들이 계룡산, 금강, 칠갑산이 어우러진 공주, 부여, 청양 길에 와 보면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다는 소리를 절로 할 것이라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러니 인근 동네인 보령과 안면도에 못 갔다고 서운해 하지 말고, 청양의 고향 길도 그 보다 좋으면 좋았지 뒤지지는 않으니 사랑하고 음미하자는 생각도 들었다.
소중한 것을 소중하다고 느낄 때는 이미 늦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아주 몹쓸 정도로 늦은 것은 아니니 그때부터라도 잘 하면 된다.
먼 곳에 다녀오면서 고향을 거쳐 오는 길이 조금 멀어도 그 길로 다녀와야 마음이 편안하고, 타지 사람들이 이 길을 다녀보면 참 좋아할 것이라고 장담하면서도 좋은지 어떤지를 모르고 다니는 고향길이다.
남자들은 죽어야 철든다는 소리를 듣고 후회하지 말고 너무 늦지 않게 그 소중함을 느끼고 고향을 더 생각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무엇을 잃어버리거나 무슨 일을 하는데 때를 놓치고 나서 소중한 것을 소중하다 느끼지 말고 평소에 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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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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