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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지금 마량포구에는

by Aphraates 2009. 5. 12.

이 달 중순부터 서천의 마량포구에서 공주와 서천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개통을 기념하는 광어 축제가 열린다고 홍보가 대단하다.

그 포구 일대 바다가 물 반 광어 반일 정도로 풍어란다.

일 년이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나들이차 몇 차례씩 들리는 곳이지만 문짝만한 자연산 광어가 엄청나게 싸다는데 구미가 당겼다.

그렇다고 선뜻 나서지지가 않고 망설였다.

어떤 축제이든 간에 축제 기간 동안에 가서는 재미를 본 경우가 드물었고, 몇 년 전에 그 포구에서 열린 전어 축제에 갔다가 실망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한 번은 다녀와야 할 거 같아서 오늘 둘이서 다녀왔다.

거기 갈 때는 통상적으로 공주, 부여, 서천, 비인을 경유하는 노선을 책하는데 이번에는 네비가 지정해주는 대로 호남고속도로, 전군도로, 서해안 고속도로, 동군산 나들목, 춘장대 나들목으로 갔는데 기분학상으로는 삥 도는 것 같은데 통상 다니는 길보다 약간 짧았다.


먼저 마량 포구와 동백정과 춘장대에 갔다.

썰물 때인지 물도 쭉 빠져 있고, 다음 주부터 축제라는 동네 치고는 평소보다도 더 썰렁하여 그냥 한 바퀴 휭 도는 것으로 끝냈다.

날씨가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을씨년스러워서 둘이 생선회를 먹는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으니 뭘 안 먹어도 상관이 없는데 그렇게 요란하게 선전하던 광어는 한 마리 사 갖고 가야할 거 같아서 포구 어판 장에 갔다.

그 곳에서는 어부 한사람이 기다란 장화를 신고 대형 시멘트 수족관 위에 서서 활어를 팔고 있었다.

물이 부연 수족관 속을 들여다보니 왼쪽에는 광어, 오른 쪽에는 꽃게가 있었는데 값을 물어보니 광어는 kg에 일만 원, 꽃게는 kg에 삼만 원이라고 하였다.

데보라가 광어는 1 kg 이하 되는 것은 잡혀도 놔 준다니 웬만하면 2kg 이상은 될 것이라며 싸기는 한 거 같은데 썩 맘에 안 내킨다고 하여 그럼 홍원 항에 가 보자고 하였다.


홍원항도 같은 인근 포구인데 별 수 있겠느냐며 별 기대를 안 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한 번 들려나 보자며 갔다.

그런데 홍원 항은 완전히 달랐다.

땅바닥은 시커먼 무엇인가로 질퍽거리고, 어부와 상인들은 남자와 여자를 가릴 거 없이 다들 검었지만 풍경은 살아있는 어시장 그대로였다.

배에서 고기가 내려지면 바로 경매에 들어가고, 낙찰이 되면 고기 상자에 경매 도매인 스티커를 붙여서 옆 노점 어판 장에서 팔았다.

고기는 주로 광어, 갑오징어, 한치가 대부분이었다.

광어는 배 색깔이 하얗고 커야 자연산라고 하더니 모르는 내가 봐도 문짝 만씩 한 자연산 광어였고, 갑 오징어라면 내 주먹만 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 주먹 네 개는 합쳐야 할 정도로 컸는데 언뜻 봐도 물이 좋아 보였다.


그런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데보라가 아니었다.

바지를 걷어 올리고 어판 장 몇 군데를 씩씩거리며 돌아서 한 곳에 머물러 뭐라고 물어보더니 광어 한 상자와 갑오징어 한 상자를 이중 비닐에 담아 심부름하는 아주머니와 함께 낑낑거리며 들고 와 우리 차에 싣고는 다시 매장으로 갔다.

잠시 후에 오는데 보니 이번에는 어른 베개만 한데다가 복어처럼 배가 볼록한 우럭 두 마리와 어른 팔뚝만한 우럭 다섯 마리가 한 상자라며 들고 왔다.

기분은 흥정한 여자가 내고, 돈은 차에서 기다리던 남자가 냈다.

치룬 값은 광어 4만 원, 갑오징어 5만원, 우럭 5만원 합이 14만원이었다.

생선 값을 내고 나니 지갑이 텅 비어 점심값도 없다고 하였더니 그 거는 자기가 산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누가 누구 돈으로 해물 칼국수를 산다는 것인지 웃음이 나왔지만 거기서 더 지체했다가는 배에서 생선내리는 대로 사자고 할 거 같아서 배고프니 이제 그만 가자고 달래서 어판 장을 빠져 나왔다.

싱싱한 바지락을 넣어 시원하고 맛깔스런 칼국수를 먹으면서 광어는 어디에 쓰고, 갑오징어는 누구 왔을 때 내 놓고, 우럭은 어떻게 요리해서 먹는다면서 신이 나 있기에 “장남숙이 땡 잡았네. 칼국수 불기 전에 어여 먹기나 해” 라고 했더니 칼국수도 끝내 준다며 오늘은 완전히 성공했다고 좋아했다.

대전 집에 와서 앉은뱅이저울로 달아보니 광어가 3kg에서 2kg 짜리 다섯 마리, 갑 오징어가 열 마리에 7kg, 우럭 5kg 짜리 두 마리에 잔잔한 거 5마리로 무게의 합이 35kg 정도였으니 종합적으로 생선 1kg당 4천원 꼴이었다.


마량포구에는 지금은 아니고 다음 주부터 광어 천지일 것이고, 지금은 마량포구 인근의 홍원 항에 광어와 갑오징어가 진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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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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