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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컨셉

by Aphraates 2009. 5. 13.

나는 잠을 짧고 깊게 잘 자는 편이다.

옆지기의 얘기를 빌자면 어찌나 맛있게 잠을 자는지 복이 저절로 굴러들어 오는 것 같아 바라보는 사람도 그 분위기에 젖을 정도라고 한다.

후덕한 사람을 보고 얼굴에 밥풀이 붙었다 하고, 잘 먹는 사람을 보고 복 들어오게 먹는다고 하는 소리는 들어 봤어도 잠잘 자는 사람을 보고 복 들어온다고 하는 소리는 좀 어색한 거 같은데 다 제 눈에 안경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고 항상 바닥에 머리만 다면 잘 자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뒤척일 때도 있다.

그 때는 수면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그 수면제는 심야 케이블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다.

채널을 여기저기로 돌리다가 맘에 드는 한 곳에 고정하고 보면 잠을 청하기에 안성맞춤이고, 5분에서 10분이 지나면 꼴까닥 하고 떨어진다.


그 프로그램 종류가 많이 바뀐 것 같다.

바둑 프로그램은 초지일관 그대로인데 부부 이혼 문제를 다루는 단편극, 수 백 번도 더 내 보내는 방화, 외국인 섹스 프로그램 등이 줄었다.

대신에 각 방송국에서 만든 인기 연예인들이 팀을 이루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재방송이 많다.


그 프로그램들은 특이한 컨셉이다.

출연진들이 대개가 어수룩하다.

본래 그들은 인기 연예인들인데 거기에서는 바보 연기를 하는 코미디언 비슷하다.

자기 전문 분야에서 재능이 있기 때문에 인기인이 됐을 텐데 그 것 이외의 다른 것에 대해서는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이 보인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것들도 그들은 못하거나 실수를 연발한다.

그런 것은 일부러 그런 컨셉을 만들어 연기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못 하고 신기하게 여기는 저 사람들의 지능지수가 얼마이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들을 인정하며 그런 모습을 보고 재미있어 하니 실제의 모습은 인기를 누리는 그대로인데 이면의 어수룩한 것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인지, 실제 좀 모자란데 인기인이 된 것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참으로 어수룩하고 어리바리한 컨셉이다.


저기 저 웃기게 생긴 친구는 뭐 하는 친구야?

신세대들한테 인기 절정인 그룹의 리더라는데요.

저기 저 제 멋대로 생긴 지저분한 사람은 뭐야?

저래봐도 그를 따라다니면서 먹고 사는 사람이 여럿이라는데요.

저기 저 좀 모자란 듯한 여자는 누구야?

한창 뜨고 있는 장래가 촉망되는 탤런트라는데요.

저기 저 천방지축의 철부지는 뭐 하는 사람이야?

대학원까지 나오고 군대까지 다녀온 노총각 개그맨이라는데요.

저기 저 중학교만 나와도 맞출 수 있는 영어 철자를 몰라 망설이는 사람이 연예인 틀림없어?

그러면요, 알부자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던데요.


아무래도 그런 컨셉은 잘 못 알려진 거 같았다.

사이트에 들어가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다들 한 가락 하는 멤버들이어서 함부로 얘기했다가는 세대 차이 난다고 한 마디 들을 뻔 했다.

그래도 내가 보기에는 아니었고, 자기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루었지만 평범하지 못 한 듯한 그들을 보고 환호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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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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