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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공짜

by Aphraates 2012. 7. 12.

 

스마트 폰 보급률 5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단다1.

나는 아직 스마트 폰이 없다.

폰 보급률을 놓고 볼 때 시대흐름에 뒤진 50%에 속하는 것이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구식 모바일과 피시를 통해서 현대생활을 잘 영위하며 큰 불편 없이 지내고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스마트 폰이 더 확산되면 그 것이 없이는 여러 가지로 불편할 테니 아니 가질 수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전에도 그렇긴 했지만 요즈음 부쩍 더 스마트 미보유인 사냥감으로서 집중적인 공략을 받고도 있다.

공격자들은 자기들을 소개할 때 말로는 특정 대형 통신회사라고 하지만 돌아가는 맥락으로 볼 때 그 산하기업이거나 대리점 같은 개인 사업자인 거 같다.

지금까지 한 열 군데에서 전화가 왔다.

네댓 군데서는 수시로 연락이 온다.

그렇게까지 공격하는데 아직도 안 넘어갔느냐며 질기고도 질긴데 어디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고 사생 결투하는 식이다.

 

그 동안의 우리 회사 통신망 사용에 감사드리고, 전혀 제약 조건이 없고, 기능이 다양한 최신식 기기이면서 부담금이나 할부금이 없고, 한 달 통신요금 2.5만 원 정도이고......, 다양한 혜택을 드리고자 하니 이번 기회에 마련하시어 시대 흐름에 동참하시지요?

 

이는 예쁘면서도 상냥한 목소리로, 활기차면서도 노련하게 걸려오는 스마트폰을 권장하는 전화 내용이다.

오는 전화 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요약 정리해 보면 결국은 근간은 공짜로 스마트 폰을 준다는 것이다.

스마트 폰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별로 필요치도 않아 필요하게 되면 그 때 다시 얘기해보자는 여운을 남기는 것이 화근인지 아니면, 스마트 펀이 없다는 것을 포함한 개인 신상정보가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것이 문제인지 그런 전화가 끊이질 않는다.

 

어제는 어느 모임을 하고 있는데 그런 전화가 두 군데서 걸려왔다.

돌아서서 소곤대며 받는데 통신회사에 다니는 한 참석자가 눈치를 채고 뭣 때문에 그러느냐고 물어보기에 자초지종을 얘기하면서 그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자문을 구했다.

그러자 그가 최신식 제품은 아니고 출시된 지 좀 기간이 지났거나 간편하게 만든 제품인 거 같은데 사용하는데 는 별 지장이 없을 테지만 요금은 지금보다 배는 더 나올 거라며 알아서 결정하라고 조언을 해 줬다.

감언이설(甘言利說)로 고객을 혼란케 하는 것은 아니고 말하자면 공짜 같은 공짜가 아닌 제품인 것이니 조금 더 인터벌을 두고 생각해볼 문제인 거 같다.

 

오늘 복음 말씀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이다.2

 

안경 쓴 거지와 머리 벗겨진 거지는 없다던데......,

그 거는 다 옛날 말이고 지금은 그렇지도 않단다.

좋은 것을 얻어먹으려면 눈이 밝아야 하고, 근심걱정 없는 거지도 환경오염 영향을 받아 체질이 변하니 머리가 벗겨진단다.

 

하여거나 공짜 좋아하다가 머리 벗견진다.

요즘도 공짜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나 세련돼서 판단이 어렵다.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공짜를 바라는 무모한 사람은 없고 슬며시 발이라도 걸치고 공짜를 바라는 식으로 간교해졌다.

허나 그렇게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은 타고난 성품의 소수에 불과하다.

다들 내 나름대로는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얻는 소중한 노력의 대가를 원한다.

그런데 그렇게 어렵게 얻은 것을 동네 아이들한테 떡 나눠 주듯이 아무 조건 없이 거저 주라 하신다면 이 미천한 백성은 그를 어찌 실천하며 살라고 그러시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네 뜻대로 이루어진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다 당신의 뜻대로 된 것이니 아까워하지 말고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를 터득해야만 이 맘이 편하다는 것을 잊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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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1. 스마트폰가입자수(인터넷검색인용)2012년 1분기 현재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2571만여 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48%를 차지한다. [본문으로]
  2. 마태오복음 10.7-8(성경인용)“가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 8 앓는 이들을 고쳐 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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