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게 홍어O이다.
너는 영원한 봉(鳳)이다.
그 처럼 쓰이는 유의어인 삼천만의 호구(虎口)라는 그런 호구가 아니다.
김(金) 작가가 오늘 새벽 산책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든 사전에도 없는 신조어인 호구(呼狗)다.
즉, 개를 부른다는 뜻이다.
새벽 4시 반에 집을 나섰다.
대덕대로의 연구단지 방향을 향하여 천천히 걸어갔다.
가면서 길가에 삐쭉 솟아있는 풀대를 전지가위로 쳐내고 대덕대교 아래 갑천 둔치에 도착하였더니 5시가 채 안 됐다.
산책로를 오가는 사람들이 간간히 있었지만 아직 동이 트기 전으로 어두워서 남자인가 여자인가를 간신히 구별할 정도였다.
라이트를 켜고 대덕대로와 강변대로를 오가는 차들은 많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고속 질주하는지 여간 요란스런 것이 아니었다.
묵주기도를 하면서 막 엑스포 다리 앞에 이르렀을 때다.
갑자기 갑천 건너편 엑스포 공원 앞 둔치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여자의 큰 외마디 소리가 들렸다.
사람 소리라고는 나질 않는 이른 새벽에 웬 여자가 그러는가 싶어 멈춰 서서 가만히 귀기울여봤다.
빠른 걸음 내지는 뛰는 발걸음으로 뒤쫓아 가면서 개를 부르는 소리였다.
개가 말을 안 듣고 잘 안 잡히는지 계속해서 큰소리로 외쳤다.
“덕구야 이리 와”, “너 거기 안 설래”, “쟤가 왜 그런다니” “너 자꾸 그러면 엄마 화낸다”, “이 녀석 봐라. 너 그대로 안 둔다” 하면서 애걸복걸을 했다 공갈협박을 했다 하는 것이었다.
tjb 방송국 앞에 오도록 그랬으니 상당히 먼 거리를 쫓고 쫒기는 형국인 것 같았다.
술 취해서 한 번 질러보는 고성방가도 아니고 덜 멋졌다.
산 속에서의 야호 메아리도 금지하고, 폭포수 아래서 정좌하고 벌이는 득음(得音) 수련도 금하는 세상이다.
그런 곳에서 웬만큼 소리질러봐야 간에 기별도 안 갈 테지만 그 것도 정신없이 들락거리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면 소음공해가 된다는 것이다.
들짐승들과 새들이 놀래는 환경침해라면서 그런 것도 못하게 하는데 이른 새벽부터 강변이 시끄럽게 구호를 외치고 있으니 주책이다.
듣기 싫어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은 차차하고서라도 물고기 수면 방해를 단속하는 법은 없는 것인지 살펴봐야 할 거 같다.
주인장과 견공으로 싸잡아서 개념이 없는 그들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얼마나 주인장이 싫거나 속박 받는 것이 싫었으면 그렇게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치는 견공이었을까를 생각하니 정령 개를 사랑하는 동물 애호가의 여자라면 그대로 놔둬 다시 돌아오면 좋고 안 돌아와도 할 수 없다고 하면서 넘어가야 할 것 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새벽을 여는 경매시장처럼 역동적이라면 무슨 소리가 아무리 크게 나와도 좋게 생각되겠지만 그게 아니었다.
추측 건데 어제저녁부터 강변에서 방황했을 것 같기도 한데 이 새벽에 칠칠맞지 않게 개를 놓쳐버리고 그를 잡기 위하여 안하무인격으로 단말마적 소리를 지르는 것인지 허접한 인생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았다.
나이 들수록 몸조심해야 한다.
걷다가 넘어지지 않도록 신경도 써야 하고, 처신(處身)도 잘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가 망신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개망신 당한다.
어제 사리원 앞의 노천카페 앞을 지날 때 청춘들이 요즈음 노인네들은 나설 데 안 나설 데 왜 다 나서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웃는 것이 내 뒤통수에다 대고 하는 말 같아서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그러는 것인지 어쩌자고 노인들이 구석구석으로 전면에 등장하여 주책과 망령을 함께 부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라는 볼멘소리가 들리던데 우리 나이 들어가는 견모(犬母)로 추정되는 그 여자는 왜 그렇게 호구로 새벽을 일깨우는 것인지......,
중장년이 그런 소리를 한다면 노인 폄하라고 야단이겠지만 같이 늙어가는 노인 입장인 내가 봐도 어딘지 모르게 앞뒤가 안 맞는 어색한 모습들이어서 우려와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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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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