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머리와 손발

by Aphraates 2014. 9. 11.

일이 잘 되고 편하게 살면 좋을 것이다.

그리 되려면 “머리, 어깨, 무릎, 발” 동요에서처럼 다 중요하지만 거기에서 어께와 무릎은 빼고 손을 추가하여 머리와 손발이 잘 맞아야 한다.

즉, 두수족(頭手足)이 콤비네이션 화음을 잘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두루두루 공감(共感)을 얻어야 한다.

고사성어로 말하면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이고, 정준호씨가 주연한 코믹 영화 제목으로 말하면 두사부일체(頭師父一體)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쾌쾌 묵은 고추장 찍어먹던 소리를 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만고불변의 진리는 동서고금(東西古今), 남녀노소(男女老少), 대소강약(大小强弱), 빈부귀천(貧富貴賤)을 가릴 거 없이 통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슨 일이든 기본과 원칙은 고수해야 한다.

아울러 원활한 진행과 만족스런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대 흐름에 따라 적절하고도 효율적으로 변할 것은 변해야 한다.

일거수일투족이 스마트 폰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판에 나는 그 과(科)가 아니라 폴더 폰에 만년필 내지는 타자기이고, 조금 진일보한다면 컴퓨터 워드작업과 인터넷을 통한 자료 검색 수준이면 족하다고 고집을 부리는 미당(美堂)선생 같으면 고생을 한다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머리가 안 돌아가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미당 선생처럼 제대로 작동되는 피시 하나면 글 쓰는 작업과 세상 돌아가는 것을 파악하는 것과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이 없어 더 이상의 첨단고도산업사회와의 접목은 불필요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은 남들과 연관되었다거나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그 수준을 만족하면서 좌고우면(左顧右眄)해도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시쳇말로 전봇대로 이빨을 쑤시던, 요강으로 꽈리를 불던 누구한테 간섭도 받을 것 없이 완전 후리(Free:자유)인 것이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과 관련이 있고, 여러 일들로 연관된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럴 수는 없다.

권한이 주어지고, 책무가 뒤 따른다.

그리고 모든 일이 잘 되어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부담을 항상 안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런지 훤히 들여다보이는데도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러고, 내일도 그럴 것인 사람들과 일들을 보면 답답하다.

 

어제는 봉사활동에 대한 토의와 자성이 있었다.

잘해 보자고 하는 의도에서 벌린 번개팅 토론이었지만 다른 때나 마찬가지로 결론 없이 우물쭈물 끝났다.

봉사 활동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가슴과 손발로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핫팬츠와 브릿지 머리가 물결치는데 그러면 쓰느냐며 솜바지 저고리에 갓 쓰고 나타난다면 격에 맞지도 않고 일도 안 되는 것이다.

좀 더 효율적이고 현대적인 기법으로 실질적으로 하면 좋을 텐데 예전 하던 관습대로 형식적으로 하는 모습이 참 안타깝다.

 

그릇과 능력의 한계가 거기까지인 것 같다.

실정이 그러니 너무 백가쟁명 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 아니라 미흡하고 부족하더라도 따라주면서 조금씩 낫게 해 나갈 수 도 있은 것이 아니냐는 반박을 할 수도 있겠으나 그 것은 어디까지 지지부진한 것에 대한 아전인수 격의 변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꼬장거리는 것이 아다.

참 안 돼도 너무 안 되고, 못 해도 너무 못 것이 주변에서 자주 보인다.

보통사람의 상식적인 수준에서 해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들인데 왜들 그렇게 찔찔 매어 허덕이는 것인지 모르겠다.

막내 딸 시집보내느니 차라리 에미가 대신 시집가는 게 낫다고 하는 식으로 흘러간 사람들이 다시 등장하여 흘러간 물을 되돌리는 무리수를 둘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더욱더 속을 끓이게 한다.

 

여건이 변하고, 조건이 안 좋아졌으면 거기에 맞게 꾸려나가면 그 나름대로의 성과와 보람이 있고, 점차 좋아져 즐겁게 살 수 있는 것이다.

한데 왜 그렇게 옛날을 그리워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일들에 사로잡혀 고집을 부리며 좌충우돌하는 헛수고를 하는 것인지......, 부처님 손바닥의 손오공 보듯이 너무 많이 알고, 너무 깊은 관심을 갖는 것도 탈이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구  (0) 2014.09.13
마약이라면  (0) 2014.09.12
곰팡이와 함께 한 이십 년  (0) 2014.09.10
대한민국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0) 2014.09.10
둥근 달과 함께 하시려고 그러셨을 것이다  (0) 2014.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