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달과 함께 하시려고 그러셨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줘도 가슴 뻥 뚫린 것 허전함과 외로움에 당신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는 이 아들과 이 동생이 가여워서 뭔가는 해줘야겠다는 충동을 지체하지 못 하시고 그 단단한 상상의 장벽을 넘어 어려운 발걸음을 하셨을 것이다.
저승의 우리들은 함께 평안히 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승의 나에게 일러주시려고 나타나셨을 것이다.
집을 나선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고향의 집이 못 미더워 찾아와 문을 후다닥 열면서 “엄니” 하고 소리 지르던 때처럼, 하나 그도 잠시로서 타관객지에 나가서 배고플 테니 뭘 좀 먹으라고 재촉하시는 것을 뒤로 하고 동무들을 찾아 나서던 때처럼 즐거운 명절이 되어야 한다고 알려주시려고 오셨을 것이다.
꿈속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엄니, 형을 함께 뵜다.
뭔지 명확치 않지만 집에 무슨 급박한 일이 일어났다.
나는 집안일과 관련된 것들을 서둘러 빛바랜 형의 배낭에 싸 넣어주면서 빨리 집을 떠나 어디로 가서 어떻게 하라 일렀다.
형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떡이고 배낭을 짊어지면서 나한테 뭔가를 당부하였는데 잘 해낼 테니 걱정하지 말고 아버지와 엄니를 잘 모시고 있으라고 하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안방 문을 연 채로 방에 앉으시어 분주하게 움직이는 형과 나를 보고 빙그레 웃으시면서 잘들 하라고 말씀하셨다.
엄니는 계신 소리는 나는데 부엌에서 안 나오시고 부엌문 틈 새로 아들들과 밖의 모습을 훔쳐보고 계시면서 몸 성히 하하고 당부하시는 것 같았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그리고,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미당 본가 우리 집 풍경을 그대로 보는 것 같은 꿈이었다.
형이 가신지 35년, 아버지가 가신 지 15년, 엄니가 가신 지 2년이 넘었는데 어찌나 살아생전의 평소 모습 그대로 선명하게 함께들 하신 것인지......,
당신들을 향한 나의 사랑과 허물이 범벅이 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번쩍 들어 일어나 앉은 채로 추석이 되어 오신 분들께 평안함을 주시라고 화살기도를 받쳤다.
행여나 무슨 징표라도 있을까 하는 마음에 일어 나 현관문 쪽을 바라보고, 걸어가 베란다를 통하여 밖을 바라보았지만 불 꺼진 아파트에 불 켜진 몇몇 집만이 희미하게 눈에 보였다.
순간이나마 뵙고 함께 한 것이 좋았지만 너무 허탈했다.
거실로 들어오자 켜 놓은 텔레비전에서는 어느 나이든 성우가 나와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라는 시낭송을 하고 있었고, 방청객들은 연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내고 있었다.
그리고 노련한 진행자인 김(金) 아나운서 둥근 달이 떠 있는 풍성한 한가위에 눈물을 흘리는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여 미안하다고 당황스러워하다가 이내 평정된 자세로 돌아 와 이게 우리의 사랑이 아니냐는 식으로 말을 하여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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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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