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池) 율리오 형님께서 우리 집 거실 화장실을 다녀오시더니 진지하게 말씀을 하셨다.
코킹 쏜 부분에 곰팡이가 슬어 새까만데 곰팡이가 계속하여 살아나기 때문에 그러니 일단 약이나 세제를 이용하여 곰팡이를 박멸하고, 기존 코킹을 걷어낸 다음에 새로 쓰면 될 것인데 살균 작전은 한두 번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없어질 때까지 몇 번이고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하셨다.
이어서 세면기가 군데군데 적 떨어져있어 보기 싫고 지저분한데 요즈음 저런 세면기 쓰는 집 없으니 새 것으로 교체하라고 하셨다.
그 소리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에 아파트 관리사무소 영선 직원을 오시라고 하여 곰팡이 대책을 강구하려고 하였는데 잘 됐다면서 그 간의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는 자문을 구했다.
입주하고서부터니 이십여 년 됐다.
다른 집에 가보면 화장실이 뽀송뽀송하고 코킹 작업을 한 욕조와 벽 부분이 하얗게 깨끗한데 이상하게 우리 집은 곰팡이가 끼어 지저분하다.
냄새 고약한 락스를 사용하여 제거도 해 보고, 곰팡이 제거제를 뿌려 없애 보는 등 다른 집에 비하여 두 배 이상 정도는 신경 써서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도 잠시뿐이지 바로 지저분해졌다.
그렇게 신경을 써도 내내 마찬가지이니 이거는 분명 환기나 배수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하고 조치를 취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배수구를 열어 늘 청결 상태를 유지하고, 무슨 일을 하던 화장실 불을 켤 때는 동시에 환기팬도 틀어 쾌적하게 하려고 해도 곰팡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됐다.
곰팡이한테 항복한 것은 아니고 그럭저럭 지냈다.
곰팡이 슬어 있는 것이 보기 싫고 나태해 보이지만 곰팡이 때문에 무슨 불편을 겪는 것이 아니어서 기분 나쁠 때 좀 신경 쓰고 말곤 하다 보니 그런 상태로 이십여 년이 지났다.
그런데 오늘 말씀을 듣고 보니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곰팡이 균을 완전 섬멸시켜야지 안 그러면 다시 도진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당장 내일부터 곰팡이와의 전쟁을 벌여야겠다.
비장한 각오외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결전태세를 표방했다.
형님이 웃으시면서 그렇게까지 사생결단으로 안 해도 되니 되는대로 해 보라 하시고는 욕조와 세면대 교체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슬며시 물으셨다.
디른 일행들도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니 천천히 하라고 조언들을 하셨다.
그런 걸 자주 바꾸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바꾸려면 전체를 바꿔야지 찔끔찔끔 손대다보면 안 하니만 못 할 것 같고, 아직은 사용하는데 큰 불편이 없으니 그대로 두겠다고 하였더니 어지간하다면서 웃으셨다.
아침 식사 후에 곰팡이 퇴치 작전에 대해서 현황설명을 했다.
데보라가 가만히 듣고 나더니 가사(家事)에도 다 순서가 있는 것이라며 자기가 먼저 락스와 휴지를 이용하여 심한 곳은 해결할 테니 가벼운 후속처리는 내가 알아서 지속적으로 해주면 좋겠다고 하였다.
숙원사업인 곰팡이 퇴치 작전은 오늘 밤부터 개시하기로 했다.
내가 락스 냄새를 싫어하므로 내가 저녁 모임에 가 있는 동안에 락스를 이용하여 곰팡이를 잡아 놓을 테니 나머지는 내일아침부터 내가 하기로 했다.
새로운 전법(戰法)이 동원되는 것이니 잘 돼야 할 텐데 질기고 질긴 그 놈들이 순순히 물러날 것인지 의문이지만 끝까지 할 것이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는 아들의 효심의 이야기에 견줄 것도 아니고, 살해한 시신을 수년간 집안 어디엔가 방치했다는 엽기적인 이야기를 타산지석으로 일도 아니다.
또한 연구나 생산에 활용하기 위하여 배양한 곰팡이 얘기도 아니다.
그저 이십 년 지기의 곰팡이가 아니라 이십 년 무심의 곰팡이다.
아무런 의미 없는 곰팡이와의 동고동락이 이십 년이었으니 이참에 미련 없이 시원하게 청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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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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