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쉬어!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구닥다리 노땅들 군대에서 흔히 쓰던 명령어다.
엄청나게 많은 훈련이나 작업을 강도 높게 시키고서는 50분 일 하고 10분 쉬어야 하는 신체 리듬과 근로조건을 충족시키는 응당 주어야 하는 시간인데도 인심써가며 무슨 큰 하사품이나 내리듯이 말로만 담배 한 대 피울만한 시간을 주면서 생색을 냈던 것이다.
주고받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인데도 주는 측은 후덕한 배려를 하는 것이고 받는 측은 감지덕지(感之德之)해야 하는 중대사이지 일상이었다.
요즈음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와 시들해진 명절 기분 때문에 맘이 편칠 않은데 그나마 지탱해주는 힘은 있다.
누가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임할 때가 있어 행복하다.
신앙을 증명하는 분들과 함께 교황만세(敎皇萬歲:Viva Papa:비바 파파)를 외칠 때가 그랬다.
정겨운 사람들과 함께 소찬다주(素餐茶酒)하며 웃을 때가 그렇고, 흘러간 세월의 추억과 먼저 가신 분들의 은공을 기리며 산책기도(散策祈禱)를 드릴 때가 그렇고, 본인이 생각해도 너무 많은 양이라고 생각되는 독서를 하며 이번에는 국내외 어디를 여행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가 그렇고,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시식을 하며 넘치고 모자란 것을 얘기하며 의기투합하는 부부식객(夫婦食客)의 모습이 그렇다.
쉽게 모일 수 있는 몇몇이 향촌에 모여서 추석 뒤풀이를 했다.
추석 전에 가졌던 518의 추석 전야제 같은 것이었다.
미당 본가에서 가져온 차례 음식들과 틈틈이 만들어 놓은 것들을 상에 벌여 놓고서는 훤한 태양아래서 정해진 폭발력을 가진 소맥폭탄(燒麥爆彈)을 선두로 잔을 돌리는 자리였는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편안한 자리의 하나였다.
공군 보급병, 통신대 중사, 국군의 날 행사 기수단원, 민정경찰 출신의 노병(老兵)들이었지만 군대 얘기는 쬐끔 맛만 보고 접은 가운데 특별한 이슈 없이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도 다섯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일이나 돈 버는 것도 그렇게 효율적이고 쾌활하게 이루어지면 좋을 텐데 그런 것이 잘 안 되니 이런 자리에서나만 매인 것을 풀고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안주가 떨어지던 말든 목구멍으로 술술 잘도 넘어가는가 하면 밤으로 슬슬 잘도 지나갔다.
D) 혹시 몰라서 밥을 앉혀 놓고 성당에 갔었는데 밥 한 톨도 없이 다들 드셨네요? 밥 안 해 놓고 갔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A) 그러게, 그거 참 신기한 일이네. 밥을 좀 먹긴 한 것 같은데 한 솥단지를 다 먹었다고? 술 배 밥 배 따로 있다더니 정말 그런가본데 먹을 만하니까 안주 삼아 먹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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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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