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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가연

by Aphraates 2014. 9. 7.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영원히 인연(因緣)이 아닐지라도 가연(佳緣)이든 악연(惡緣)이든 맺어진 인연은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영역(人間領域) 밖의 일이다.

부모님을 여의고부터는 명절 때만 되면 인생무상(人生無常)과 인간무심(人間無心)에 가슴아파하곤 한다.

어제는 꺼져 가는 부모자식간의 인연을 느끼면서 애절한 사랑을 나누는 전라도 순천에 사시는 노모(老母)와 노자(老子)의 모습을 그린 프로를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지난 어느 한 때의 내 모습 같기도 했는데 모자간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면서 “맞다. 저 어머니는 정말로 그렇겠다”. “그래. 저 아들도 참말로 그렇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에는 추석 명절을 잘 지내지 못 하는 사람들과 잘 지내는 사람들을 주로 경제 사회적인 측면에서 추석 난민·추석 평민·추석 귀족으로 분류하기도 하였던데 그런 분류가 아니더라도 갈 곳이 마땅치 않아 겉도는 많은 사람들이 난민이기는 내내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나저러나, 엎어 치나 메치나 흐르는 눈물을 감춰야 하는 고아(孤兒)인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고귀한 인연을 소중히 여기지 못 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우리네 인생이 수많은 인연의 연속인 것을 그를 잊고 산다는 것은 아니, 잊은 듯이 무심하게 살면서 인생의 낙을 찾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의 허구인 것만큼이나 실패한 것이다.

 

부모형제와 고향이 있든 없든 그 인연을 없이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보다 나은 것을 위하여 떠났던지,

먹고 살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등졌던지,

어찌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멀어졌든 지를 불문하고 천륜의 인연을 저버리고 무덤덤하게 산다는 것은 언젠가는 고통스럽게 후회스런 일이다.

 

또한 유복(裕福)하든 박복(薄福)하든 자기 태생의 본분을 멀리 하고 산다는 것은 조촐한 김치와 된장국의 식단 체질인 토종 한국인이 이국적인 천하제일의 산해진미를 즐기면서도 진정 행복을 알지 못 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인연이 있으면서도 인연의 끈을 이어가지 못 하는 사람들이 슬프다.

 

저승의 분들과 이승의 사람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될 운명의 존재라는 것이 새삼 각인된다.

그 밖에도 많다.

남북분단으로 가족과 함께 하지 못 하는 이산가족, 이역만리 이국에서 떠오르는 달을 기다리면 눈물짓는 해외 동포, 명절은 명절이되 명절임을 느낄 여유가 없는 소외계층과 병약자, 어른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그런 거 모른다며 외국으로 달려 나가려는 것이 동분서주하는 신세대, 가고 싶어도 주어진 사명 때문에 맘을 접어야 하는 수험생과 기간요원......,

 

날이 갈수록 명절의 분위기가 퇴색돼 간다.

명절의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아무리 세상살이가 힘들지라도 명절과 함께 했으면 한다.

가연을 기리면서 먼저 가신 조상님들의 은공에 감사드리고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다정다감(多情多感)을 함께하면 참 좋을 텐데 그러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나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래도 그냥 무의미하게 지낼 수는 없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라는 오늘 복음말씀을 묵상하면서 내 안에 남아있는 미워하는 마음이라도 좀 줄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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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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