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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무중생유

by Aphraates 2014. 9. 5.

“군대” 하면 생각나는 말들이 많다.

우리 때는 아무래도 재래식 군대인지라 우스꽝스런 말들이 많았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져 그런 말들이 통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변에 깔려있는 기조가 깔끔하게 정리되는데 오랜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군에서 회자되는 말들은 주로 춥고, 배고프고, 어렵고, 고달픈 졸(卒)들의 애환이 깃든 말들이었다.

 

나 같은 경우는 제한적이긴 했다.

민간인 구경하기 힘든 최전방에서 북한과 대치하는 특수부대에서 근무하여 담당 업무와 근무 환경이 일반 병영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나돌거나 쓰는 말들도 제한돼 있었다.

또한 월남전(越南戰)이라던가 실전에 직접 투입됐더라면 관련된 다른 말들도 많았을 테지만 감시와 경계와 수색 업무를 주로 하는 보직의 땅개(보병)로서는 유행어처럼 쓰는 말들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이 있었던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대략 이런 말이 생각났다.

짬밥, 정량배식, 1식3찬(一食三饌:밥, 국, 반찬 3가지), 돼지가 장화신고 지나갔다, 군기, 영창, 군가, 구보&행군, 내무반, 점호, 기상&취침, 자유시간&취침시간, 보초, 동작 그만, 선착순, 줄빠따, 고참&졸병, 고문관, 눈물고지, 기합, 사역, 훈련, PRI, 정신교육&암기사항, 휴가, 제대명령&개구리복, 식사개시&식사끝, O퉁소 불어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 PX, 이동주보, 면회&외박&휴가, 펜팔&위문편지, 군대 스리가(전투 축구), 어머니&친구&애인, 완전군장, 머리박아, 유격훈련&화생방훈련&혹한훈련, 제설작업, 대민지원&진지작업, 파견, 후송, 충성, 필승, 무적, 단결, 공격, 전진, 북진, 전우신문&문선대, 헌병&보안대, 특과, 노래(담배) 일발 장진, 카빈&M!&M16소총, 배낭&항고, 3.5인치&화염방사기&수류탄, ACT&RCT, 1종&4종, 취사병, 인사계&선임하사, 분대장, 당번병, BOQ, 브라보콘&단팥빵, 생명수당, 전출&제대, 말뚝박기(직업군인으로 장기지원, 한탄강&임진강, 감악산&군자산......,

 

중대장 대위 나문석(오창홍), 대대장 중령 김금석, 81연대장 대령 박준병(장사복), 28사단장 소장 정상만(소준열), 6군단장 중장 김용휴, 3군사령관 대장 이세호, 육군참모총장 노재현......, 직속상관을 목이 터져라 하고 복창하던 기억도 생생한데 그 때 국방부 장관은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키가 무척 크다는 서종철 장관이 아니었나 한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절대 명령 복종을 금과옥조로 신봉하던 시절인지라 명령과 관련된 무지막지한 말들도 있었다.

“까라면 까(男)”와 “뽑으라면 뽑아(女)”, “야전삽 하나면 기와집을 짓고도 남는다” 는 말이 그 예다.

그 밖에도 가장 강력한 명령집단이란 것을 드러내는 말들이 더 있을 거 같은데 오래 돼서 그런지 생각이 안 나고 마지막 하나 남은 히든카드(hidden card)가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말이다.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무중생유(無中生有)다.

상의하달은 있어도 하의상달은 용납이 안 되던 시절의 명령체계를 대변하는 백미(白眉)이자 진수(眞髓)라 하겠다.

 

요즈음 군이 괴로운 시련에 처해 있는 것 같다.

군대 문화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행한 일들일 것이다.

군대를 안 가야 하는 이유도 많고, 군대 생활을 안 하고 싶은 사연도 많을 정도로 우려되는 대상이지만 피할 수는 없다.

우리 모두의 관심을 갖고 힘과 지혜를 모아 신중하고도 과감하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 되면 되게 하는 특전사식 훈련도 문제" 라는 N의 기사를 보니 안쓰럽다.

특수부대의 특수훈련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것이지만 좀 더 절차를 신중히 하고 인명을 중시했으면 그렇게 까지는 안 됐을 텐데 무중생유에 집착하다보니 그런 불상사가 있었다는 아쉬움이 크다.

두 병사에게 평안함을 주시라고 기도드리면서 그 유가족과 관련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시라고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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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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