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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돼지엄마

by Aphraates 2014. 9. 3.

엄마란 말은 언제 어떤 식으로 들어도 가슴 설레며 포근하다.

사람으로서 당연한 것이다.

돼지엄마라고 하는 것처럼 어떤 말일지라도 엄마를 붙이면 친근한 이웃처럼 안도감이 있다.

요즈음 신문 지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안성(安城)의 무슨 엄마 무슨 엄마도 시작은 좋은 뜻에서 그렇게 붙였을 텐데 결국은 불미스런 일들과 관련되어 입에 오르내리고 있어 아쉽다.

그 엄마는 본래 엄마의 의미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엄마는 곧 사랑이다.

다문화 가정의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시엄마라고 어눌하게 불러 어색하면서도 우스운 경우가 있고, 의붓엄마(계모:繼母)를 새엄마라고 듣기 좋게 부른다는 것이 오히려 안 계신 엄마를 더욱더 그립게 하는 슬픈 경우도 있지만 태어날 때나, 살아 있을 때나, 죽을 때나 간절하게 찾으며 부르는 이름이 엄마가 아닌가 한다.

 

개새끼, 개자식이라 하면 그의 엄마는 개엄마가 되는 셈이다.

화가 나거나 싸울 때 흔히들 하는 욕이지만 욕치고는 쌍스런 욕이다.

아무리 악이 받쳐도 그런 욕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안 그렇다.

개새끼와 개엄마라고 하는 것보다는 유모스럽게 돼지새끼와 돼지엄마라고 하면 좋을 텐데 잘 안 되는 것이다.

격식을 갖추며 화를 내고, 지금 쳐들어간다 선전포고하고 쌈을 하는 것이 아닌 바에야 그보다 더한 욕이 나와도 그 사람 참 몰상식하고 무식하다고 흉보는 것 이외는 마땅한 제재방안이 없는 것이다.

 

반려동물(伴侶動物) 선호 시대다.

 

지극정성인 개아빠(견부:犬父)와 개엄마(견모:犬母)들과 개가족(견족:犬族)들을 종종 본다.

어디로 출근하는지 모르지만 운전하는 무르팍에 커다란 개를 앉히고 기분 좋게 출발하는 개아빠도 있고,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지만 신도 신기고 옷도 해 입힌 쌍둥이 같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인도를 활보하는 개엄마도 있고, 겨드랑이가 다 들어나는 옷을 입고 더워서 부채질을 하면서도 개를 품에 꼭 안도 다니는 개처녀도 있고, 자기는 못 먹어서 피골이 상접하면서도 개에게 비씬 이유식을 먹이는 개총각도 있고......,

동물 애호가도 동물애호가가 아닌 사람도 자연스럽게 여기는 그런 모습들인데 서구화 물결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런 모습은 더 늘어날 것 같다.

 

날씨가 확 달라졌다.

밤과 아침까지 내리던 비는 그쳤다.

대신 우중충한 날씨에 바람이 세게 분다.

온도도 며칠상간으로 5,6도가 푹 떨어져 선선하다.

 

아파트 정원의 나무들이 심하게 움직이며 다른 색깔의 나뭇잎 뒷면을 들춰내는 것이 새롭다.

아가씨들의 치마가 속이 보일락 말락 펄럭이는 것처럼 싱그럽게 느껴진다.

그 모습이 좋아 베란다에 서서 한 참 동안 바라보고 있는데 차에서 내려 개를 안고 들어오는 개아빠와 앞서가는 개한테 뭐라고 하면서 줄을 잡고 따라가는 개엄마가 한 눈에 들어왔다.

내 취향의 모습이 아니어서 돌아서는데 개처럼 그렇게 가까이 할 수는 없지만 차라리 돼지아빠나 돼지엄마가 된다면 훨씬 부드러울 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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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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