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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잔챙이의 낙

by Aphraates 2014. 9. 1.

글 쓰는 것과 책 보는 일을 주업으로 하다시피 하다 보니 컴퓨터에 이상이 있거나 읽을거리가 마땅치 않으면 심난하다.

따라서 컴퓨터와 프린터는 항상 잘 작동이 되고, 읽을 만한 최신작의 책이 여분으로 몇 권은 있어야 맘이 놓인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보루로 사다 놔야 맘이 부듯한 것과 같은 이치다.

 

잠시 방심하는 사이에 복사지가 떨어졌다.

프린터에 가득 채워져 웬만큼 인쇄가 가능하지만 그 것으로는 부족하다.

생각난 김에 복사지를 사러 이마트에 갔다.

이럴 때는 생활이 편리한 곳에 사는 보람을 느낀다.

 

문구 코너로 가다가 쇼핑 나온 지인을 만났다.

나는 술을 먹다가 술이 떨어져 술을 사려고 동네 구멍가게에 가는 식이었는데 그 지인은 작정하고 쇼핑하려고 나왔는지 카트가 가득한데도 아직도 골라야 할 것이 남아있다고 했다.

내가 카트를 물끄러미 쳐다보자 뭔가 설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곧 고향에도 가야하고 해서 나온 김에 두고 쓸 필수품을 사다보니 이렇게 가득이라며 겸연쩍어 했다.

다들 그렇게 하는 것 같던데 뭐 어떠냐면서 다른 얘기를 했다.

 

대형 매장의 심야 영업을 제한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추석이 가까워서 그런지 늦은 밤에도 사람들이 제법 많아 경기(景氣)가 매기(買氣)가 좀 살아나는가보다 라고 했더니 고개를 저었다.

평소보다는 좀 나을지는 모르지만 그를 두고 경기가 호전됐다고 진단하는 것은 시기상조(時機尙早)라고 했다.

열릴 지갑이 아직 안 열렸단다.

굵직굵직한 손님인 대어(大魚)들은 아직도 안 움직이고 자잘한 잔챙이들만 북적이며 검소한 쇼핑을 한다는 것이었다.

계란 한 꾸러미나 사과 한 바구니에 정종 한 병이면 훌륭하던 옛날 선물풍속이 되살아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냐고 하였더니 그렇지가 않단다.

안 쓰는 것에도 차이가 있어 있으면서 근검절약하는 것과 없어서 허리 띠 졸라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그런 소리를 듣기는 했다.

그리고 관련된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가 그렇다니 휘영청 밝은 달이 떠오르는 추석에도 뭔가를 걱정해야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물을 던지면 힘 센 대어들은 후다닥 다 튀어 낙가고 어리바리하던 잔챙이들만 남아 영문도 모른 채 잡혀든다던데......,

대어들은 하늘로 솟았는가 땅속으로 숨어들었나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좋은 말로 할 때 나와서 돈을 팍팍 써서 누이 좋고 매부 좋게 하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이다.

하나 마냥 그런 농담을 할 것도 아니다.

수출장려와 재수진작으로 결기 활성화를 시키고 경제 성장을 체감케 하여 사회적 갈등도 해소하려면 큰손들이 돈을 쓰고 개미들이 그 혜택을 봐야 하는 것이 경제 논리라고 생각했건만 그 것은 맞지 않다며 그렇게 되면 갈수록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이 심화될 거라는 반대 논리를 주장하던 지인이 떠올랐다.

 

구월의 시작이자 일주일후면 추석이다.

잔챙이의 낙도 그 어느 누구의 낙보다도 덜 중요한 것이 아니니 함께 즐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상도 어디에선가 있었다는 떡값 의혹 보도를 보니 아직도 떡값은 살아있는 모양이던데 왜 이렇게 떡 사먹는 사람들은 갈수록 피폐해지는 것인지 빨리 회복되어 맘이라도 흥청망청했으면 한다.

오월농부 팔월신선(五月農夫 八月神仙)이란 말도 있고, 어정 칠월 동동 팔월이란 말도 있듯이 봄부터 여름까지 땀 흘려 가꾼 곡식과 과일들이 익어가는 풍성하고 즐거운 추석 명절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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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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