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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누가 눈을 깔아야 하는 건지

by Aphraates 2014. 8. 31.

햇볕이 따갑다.

가을장마로 인하여 곡식과 과일의 성장과 수확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을 텐데 늦게나마 이렇게 날이 쨍쨍하게 좋으니 풍년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갈마 역쪽에 볼 일이 있어 다녀오는데 햇볕이 장난이 아니었다.

한여름의 햇볕이나 다름없이 강렬했다.

햇볕이 강하거나 말거나 피부가 검어지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나다니는 체질이지만 뜨거운 햇볕이 우선 당장 불편하니 그늘을 찾게 된다.

가로수 그늘 아래로 살살 비켜서면서 걸어오다가 신호가 바뀌어 향촌 쪽으로 건너 쪽문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갈마공원 쪽에서 차 한 대가 삑 소리를 내더니 멈춰 섰다.

눈길이 자연스럽게 그 곳을 향했다.

차가 멈춰 설 곳이 아닌데 차가 서다니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차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타고 있던 사람이 내리려는가 보다 하고 내 길을 가려고 돌아서려는데 앞에서 운전수가 내렸다.

 

순식간에 보기 민망한 일이 벌어졌다.

운전수는 다른데 쳐다볼 것도 없이 좁은 인도를 지나 야트막한 나무 담장 앞으로 갔다.

몸을 주춤주춤하면서 움직이더니 나무 담장에 대고 실례를 하는 것이었다.

한참을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는 것이 OOO도 약해 질금거리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제주도 사건을 모방한 것도 아니고 민망했다.

벌건 대낮에 나잇살이나 먹은 사람이 저게 무슨 짓인가 하는 생각에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 하고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바로 집 앞이어서 내가 “저 O 잡아라” 하고 소리만 지르면 응원군들도 든든하게 나올 테니 여차 하면 한 번 붙어 볼 용기는 있었지만 비겁하게 외면하고 말았다.

그 운전수는 볼일을 다 보고 나서 별 일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서서는 태연하게 담배를 꺼내 피워 물더니 쪽쪽 잘도 뻘아댔다.

 

그 다음이 더 가관이었다.

바로 건너편 버스 승강장에는 젊은 여자 둘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실례하는 운전수의 뒷모습이 훤히 보이는 가까운 곳이다.

운전수는 여자들을 향하여 비실비실 웃는가 싶더니 이내 험상궂은 얼굴로 여자들을 주시하였다.

바바리 맨이나 성도착증(性倒錯症) 환자들이 나의 당당한 모습을 잘 봤느냐고 물어보면서 욱박지르는 것 같았다.

여자 둘이는 황당했나보다.

저럼 사람들과 말을 섞고 상대해봐야 같이 추접해질 것이 뻔하니 눈길을 피할 수밖에 없었는가보다.

둘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침묵을 지켰다.

우리는 아무 것도 본 것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눈을 까는 것이었다.

 

눈 깔아!!!

조폭도 아니고, 일진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짓들이야!!

한데 누가 눈을 깔아야 하는 거야!

 

뭐 뀐 놈이 오히려 더 성을 낸다더니 누가 눈을 깔아야 하는 건지 참으로 한심한 작태였다.

전에 둔지미 공원 쪽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고 개탄스러워한 적이 있는데 그래도 그 때는 외진 곳인데다가 어둔운 때라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오늘은 너무도 환하여 지나다니는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잘 보인다고 할 정도로 햇볕이 내리 쬐는 4차선 도로변이었으니 그를 뭐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솔선수범하여 공중질서를 가장 잘 지켜야할 파수꾼이 서슴없이 그런 행동을 하고 있으니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잘 하고 있을 텐데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그러는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온통 물을 흐려 놓는다는 말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뭔가 미심쩍다.

그 사람 태도로 봐서 경찰관이 현장 출동하여 호루라기를 불며 경범죄 위반이라고 스티커를 발행할라치면 능청맞게 나오면서 먹고 살라고 바빠서 그랬으니 이해해달라고 힘도 안 들이고 말했을 거 같다.

 

엉뚱하고 못 된 짓을 하고 오리발을 내미는 불한당(不汗黨)들한테 큰소리치며 써먹던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有分數)라는 말을 잊어버린 지 오래됐지만 뭔가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지 안 되겠다.

허용되지 않고 엄단돼야 할 것들을 좋은 게 좋다며 그럭저럭 넘어가다가는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다 눈을 내리 깔고 불안에 떨어 무슨 사단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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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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