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꿈나무

by Aphraates 2014. 8. 31.

 

갈마 공원 미니 축구장 앞을 지나는데 짙은 오렌지 색 유니폼을 입은 유소년(幼少年) 축구단원 십 여 명이 골포스트를 향하여 슈팅 연습을 하고 있었다.

코치인 듯한 사람이 골대 옆에서 뭐라고 지시하면서 공을 아이들 앞으로 살짝 차 보내주면 워밍업하고 있던 아이들이 번갈아 달려 나와 페널티 킥 하는 지점에서 킥을 하는 연습이었다.

 

우리나라 축구가 영 시원치 않지만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의 하나인지라 미래에 우리 국아 대표가 될지도 모르는 축구 꿈나무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좀 떨어진 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서 유심히 살펴봤다.

트레이닝을 하는 양상이야 다 엇비슷하여 별반 차이가 없을 테지만 참가한 아이들의 면면이 어떤 상태인지를 대략 감이 잡혔다.

 

아이들이 두 부류였다.

한 부류는 축구 복장을 제대로 갖춰 입고 코치가 가르치는 대로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었고, 다른 한 부류는 복장도 안 갖추고 코치 말을 듣는지 안 듣는지 모를 정도로 성의 없는 태도로 마지 못 해 트레이닝을 하는 듯한 아이들이었다.

공을 차는 솜씨도 대번에 차이가 났다.

성실하게 하는 아이들은 공을 제대로 찼고, 날아간 공의 위력도 센지 골포스트 그물망 움직임이 용솟음치듯 했다.

반면에 불성실하게 하는 아이들은 공도 제대로 차지 못 하고, 찬 공이 골대 옆으로 힘없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맞아, 바로 저거야!

하는 소리와 함께 손뼉이 저절로 쳐졌다.

유레카(Eureka : 바로 이것이다)가 따로 없었다.

아이들이고 어른들이고, 운동경기든 공부든 가교를 부릴 것이 아니라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면 다른 것들은 부수적으로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구나 하는 유레카였다.

 

타고난 천재성을 기리기 위하여 골프채의 반도 안 되는 어린애들이 골프를 시작하고, 피아논 건반 한 옥타브도 치기 어려운 고사리 손의 애기들이 피아노 앞에 안장 연주를 배우고 한다지만 실효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미지수다.

요즈음 조기 교육이나 영재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끼지 않고 엄청난 투자를 하여 조각남과 조각녀를 만들듯이 한다는데 그보다는 너무 시류에 야합하지 말고 원칙과 기본을 중시하면서 단계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소년 축구 단원으로서 본분을 다 하는 아이와 겉넘어 엉뚱한 짓을 하는 아이와 비교해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내 아이들이 삐뚤어진 부모를 본받아 약삭빠르게 앞서 나간다고 해봐야 바탕이 튼실하지 못 하면 사상누각(砂上樓閣)이 되어 한 순간에 무너진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쉽지 않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도 목전의 이익과 성공만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나가야 할 것인지 고민을 해 봐야 할 거 같다.

고목나무들이 꿈나무를 위하여 살신성인(殺身成仁)으로 해야만 할 일이다.

 

그나저나 8월의 한 여름도 다 지나가는데 1970년대 초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청춘극 “꿈나무”의 남주인공 하명중 씨와 함께 열연했던 청순미인 여주인공 한혜숙 씨는 어디서 뭘 하고 사는지 본지 한 참 되었고 궁금하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빚꾸러기  (0) 2014.08.31
누가 눈을 깔아야 하는 건지  (0) 2014.08.31
낮술 한 잔 하고 가세요  (0) 2014.08.30
뭉그적대는 것은  (0) 2014.08.30
덤터기  (0) 2014.08.30